우리가 마트에서 수산물을 구매할 때, 해당 수산물이 어디서 잡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복잡한 유통 구조로 인해 이동 경로를 투명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KAIST 연구진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국제 기준으로 수산물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KAIST 오토아이디랩 부산혁신연구소 김대영 소장이 개발한 GS1 국제표준 기반 디지털전환 솔루션 ‘올리오패스(OLIOPASS)’가 글로벌 수산물 이력추적 협의체 GDST의 성능 검증을 통과해, 국내 최초로 ‘GDST 호환 솔루션(Capable Solution)’ 인증을 획득했다고 19일 밝혔다.

 

GDST 인증을 받은 기술은 전 세계에서 13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생산·가공·유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 구간 이력추적 기술을 지원하는 사례는 KAIST를 포함해 전 세계 7곳뿐이다.

 

 

GDST는 2015년 세계경제포럼 제안으로 설립된 국제 협의체로, 수산물 이동 전 과정의 정보를 국제표준에 따라 디지털로 기록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 수산물 이동 과정에서 반드시 기록해야 할 핵심 데이터와 이동 시점·장소·대상을 정의해, 글로벌 차원의 이력 정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주요 식품 유통 기업들이 GDST 기준 충족을 요구하면서, 해당 기준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KAIST는 2019년부터 GDST 창립 멤버로 참여해 수산물 이력추적 모델과 시스템 간 정보 연동 구조 설계에 기여해 왔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이 2028년 7월부터 식품 이력추적 의무화 제도 시행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번 인증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11월 5일 인증을 받은 올리오패스는 KAIST의 사물인터넷 기술과 GS1 EPCIS 2.0, GS1 디지털 링크 등 국제표준을 결합한 디지털 이력추적 플랫폼이다. 제품과 자산의 이동 정보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공유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위·변조를 방지한다. 기업 간 시스템이 달라도 이력 데이터 연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올리오패스는 AI 적용이 가능한 데이터 구조로 설계돼 대형 멀티모달 모델, AI 에이전트, 지식그래프, 온톨로지 등 차세대 AI 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 이력 관리 기능을 넘어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을 동시에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김대영 KAIST 오토아이디랩 부산혁신연구소장은 “이번 인증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신뢰 가능한 데이터 기술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올리오패스를 수산·식품 분야를 넘어 의약품, 물류, 국방,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시켜 세계가 함께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