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학물질’ PFAS, KAIST 기술로 1000배 빠른 정화 가능

2025.10.30 11:47:10

이창현 기자 atided@hellot.net

 

프라이팬 코팅제와 반도체 공정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과불화합물(PFAS)’은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이 물질은 전 세계 수돗물과 하천을 오염시켜 장기적인 인체 건강 위협 요인으로 지목돼 왔으나, KAIST와 국제 공동연구진이 이를 기존보다 1000배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강석태 교수 연구팀은 부경대학교 김건한 교수, 미국 라이스대학교 마이클 S. 웡 교수 연구팀, 옥스퍼드대학교, 버클리국립연구소, 네바다대학교와 협력해 기존 정수용 소재보다 최대 1000배 빠르고 효율적으로 PFAS를 흡착·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정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PFAS는 탄소(C)와 플루오르(F)의 강한 결합으로 구성된 화합물로, 절연성과 내열성이 뛰어나 프라이팬 코팅제, 방수 의류, 윤활유, 반도체 공정, 군수·우주 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사용 및 폐기 과정에서 환경으로 쉽게 유출되어 토양·하천·대기를 오염시키고, 식품이나 공기를 통해 인체에 축적된다.

 

 

2020년 조사 결과, 미국 수돗물의 45%, 유럽 하천의 50% 이상에서 PFAS 농도가 환경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에 축적된 PFAS는 거의 배출되지 않아 면역력 저하, 성장 저해, 이상지질혈증, 신장암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연합(EU)은 산업 전반에서 PFAS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2023년부터 제조·수입업체의 PFAS 보고를 의무화했다. 또한 2024년에는 대표 물질인 PFOA와 PFOS의 음용수 기준을 4 ppt(1리터당 4조분의 1그램)로 강화했다.

 

PFAS 정화는 일반적으로 ‘흡착–분해’의 두 단계를 거친다. 오염수를 흡착해 농축한 뒤, 광촉매 또는 고도산화(Advanced Oxidation) 공정을 통해 분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 활성탄이나 이온교환 수지는 흡착 속도와 흡착량이 제한적이어서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팀은 기존보다 최대 1000배 빠르게 PFAS를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흡착 소재를 개발했다. 해당 소재는 구리(Cu)와 알루미늄(Al)이 결합된 점토 구조의 이중층 수산화물(Layered Double Hydroxide, LDH) 로, PFAS를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흡착해 물에서 제거한다. 또한 열이나 화학 처리를 통해 여러 차례 재사용할 수 있어,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정화 기술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은 PFAS 제거 속도뿐 아니라 회수 및 재활용 가능성 측면에서도 상용화 잠재력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는 부경대 김건한 교수(제1저자 및 교신저자), 라이스대학교 정영균 박사후연구원(공동 제1저자), KAIST 강석태 교수(교신저자)가 주도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 26.8) 9월 25일자 온라인 커버 논문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과학난제 도전형 연구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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