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金)’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가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 국민들이 장롱 속에 묵혀있던 금을 꺼내 나랏빚 갚기에 동참했던 ‘금 모으기 운동’이다.
약 351만 명의 국민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모인 금의 양은 약 227톤에 달했으며,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금붙이를 내놓는 장면은 해외 언론이 앞다퉈 보도할 정도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자, 우리 국민들이 하나되어 위기를 극복하려는 희생과 연대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게 해줬던 신뢰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는 금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고, 또 필요할 땐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하나은행이 신탁이라는 방식으로 금 실물 활용법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냈다. ‘금 모으기 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금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랜 기간 모색해 온 하나은행은 지난 6월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과 협약을 맺고 신탁을 활용해 금 실물을 유동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내 주얼리 연구소인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순금(24K) 보유량은 약 800톤에 달한다. 또한 리서치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이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금 시장 투자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금은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득을 보게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4.3%에 이른다.
이처럼 금은 오랜 기간 동안 안전자산이자 투자자산으로서 인식되어 왔지만 금 실물 보유자 대부분이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집안에 보관만 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나은행의 ‘금 실물 신탁’ 서비스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게 됐다. 고객들이 보유한 금 실물의 시장 순환을 유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랜기간 고민해 온 결과, 지난 6월 은행을 통해 금 실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하나골드신탁’을 출시했다. 8월 중 금 실물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하나골드신탁(운용)’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금 실물을 처분해 주는 하나골드신탁은 하나은행 ‘서초금융센터’와 ‘영업1부’지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시범 점포를 방문해 하나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 실물을 맡기면,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이 제공하는 감정결과를 모바일 웹으로 받아볼 수 있다.
고객은 감정결과를 확인한 후 금 실물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골드신탁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순차적으로 전(全)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금 실물 신탁 상품을 통해 고객 경험 차별화는 물론 금 실물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실물자산과 금융을 연결해 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맞춤형 신탁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