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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 (26단계 ~ 30단계)

  • 등록 2017.10.31 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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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저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26. 거짓말하면 죽는다


아무리 그래도 ‘죽는다’니 심하다. 99단계 중 가장 높은 강도로 말하는 것이 이 장이 아닐까 싶다. 유치한 제목이지만 이것은 진실이다. 정말로 1인 기업은 거짓말을 하면 죽는다. 


살아가면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은 사실 숨 쉬지 말라는 것과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하는 이유를 거꾸로 짚어 올라가보면 상당수가 ‘돈’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니 돈 벌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게 되겠는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서 ‘기업은 선하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도덕 선생님 같은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은 하되 정직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술집은 가되 술은 마시지 말라’는 말처럼 모순일 수 있다. 창업하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창업하면서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1만 배는 쉽다. 정직하게 살려면 창업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거짓말, 하고 싶으면 하라.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거나 들키더라도 결코 고의로 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할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해라. 하지만 자신 없다면 절대 거짓말하지 마라. 그 거짓이 고의적이었음이 드러날 경우 그 회사는 재기 불능의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다. 


큰 회사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들은 자신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거짓말을 조직적으로 은폐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오랜 시간 축적하면서 거짓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로 진화되어왔다. 가끔은 ‘딥 스로트(deep throat, 익명의 제보자)’ 혹은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 내부 고발자)’가 있긴 하지만 이는 정말 예외적인 경우이다.

더구나 큰 회사들은 거짓이 설령 드러난다 해도 그 거짓말을 누가 했는지 밝히기는 더욱 힘들다. 똑같은 거짓말이라도 한 명이 했을 때와 열 명이 했을 때, 그리고 백 명이 했을 때 어느 경우에 가려내기 쉽겠는가? 


아무리 새빨간 거짓말이라도 그 거짓을 백 명이 분담한다면, 각각은 그 거짓의 1/100씩만 분담하면 된다.  아무리 큰 거짓이라도 그것의 1/100은 어찌보면 “매우 진실하게” 보인다.  그러니 그 거짓의 책임 소재와 고의 여부를 가려내기는 더더군다나 어렵다.   


이에 비해 1인 기업을 보자. 거짓을 들통 나지 않게 할 조직과 노하우도 없거니와, 한 명에 불과하므로 책임소재와 고의성을 밝혀내기가 무척 쉽다. 즉, 아주 조그만 거짓말이라도 언젠가는 모두 밝혀지고 그 거짓말의 주인공이 나라는 것 또한 쉽게 드러난다. 


특히 거짓말을 한 자와 해명하는 자가 같으므로, 상황 모면을 위해 다시 거짓말로 돌려막으려 한다면 신뢰에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1인 기업의 시장 바닥이야 빤하므로 한 달이면 모든 고객이 다 알게 된다. 그래서 1인 기업은 거짓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큰 조직에서 오래 몸담았던 사람일수록 예전에 익숙했던 거짓말하는 습관을 빨리 끊어내야 한다. 속된 말로, 정말 ‘한 방에 훅 간다.’ 거짓말 중 특히 치명적인 세 가지가 결제, 품질, 납기에 대한 것이다. 허풍 떨 바엔 차라리 죽는소리를 하는 편이 낫다. 허세를 부리는 데 넘어가는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거의 없다. 허풍이나 허세는 과거 고성장 경제에서나 통했던 추억의 잔재주에 불과하다. 


27. 신용등급이 성적표다


1인 기업 평가에 있어 최적의 지표는 무엇일까? 매출? 수익? 현금흐름? 유동성 비율? 이자보상 배율? 수출 비중? 부채 비율? 신용등급? 고객 수? 제품 수? 특허 출원 수? 내게 하나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신용등급을 고르겠다.


신용등급에는 개인 신용등급과 기업 신용등급이 있다. 개인 신용등급의 경우 사이렌24(www.siren24), 크레딧뱅크(www.crditbank.co.kr), 마이크레딧(www.mycredit.co.kr) 등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1만 원 정도의 연회비를 내면 매월 본인의 변동된 신용등급을 제공받을 수 있고, 대출 및 신용등급 등에 변화가 생길 때도 문자나 이메일로 통지받을 수 있다. 나는 2009년부터 가입하여 매월 정기적으로, 그리고 변동사항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등급 정보를 확인한다.


기업 신용등급의 경우 나이스디앤비(www.nicednb.com), 서울신용평가정보(www.sci.co.kr), 한국신용평가(www.kisrating.com) 등에 신청하여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1주일 뒤 기업 보고서 및 평가등급 정보를 제공받는다. 또한 매년 변동 정보만 제공하면 등급을 업데이트 해준다. 어디에 가입하든 첫해에는 2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수출 비중이 큰 회사의 경우 해외 바이어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디앤비(D&B)나 무디스(Moody’s) 등과 조인된 신용평가사에 평가를 의뢰하고 있다. 


만일 1인 기업이 개인 사업자인 경우에는 대표 개인이 곧 기업이므로 개인 신용등급만 확인하면 되고, 주식회사 등 법인 사업자라면 개인과 법인이 구분되므로 개인 신용등급과 기업 신용등급 모두를 확인하면 된다.


어쨌든 1인 기업을 설립한 첫해부터 제공받는 개인 신용등급(매월)과 기업 신용등급(매년)은 곧 기업 경영에 관한 내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신용등급은 왜 그렇게 중요할까? 매출이나 수익, 부채 비율 등은 내 노력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국내외 경기 및 개별 시장 상황에 따라 매출이 줄어들거나 적자가 발생하거나 빚이 늘어날 수 있는가 하면, 중요 고객이 국내외 경쟁 상황에 따라 이탈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외부 환경이 변동하는 중에도 내가 얼마나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노력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바로 신용등급이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긴축하고 좋을 때는 어려울 때를 대비하여 위험 관리 전략을 집행한 결과를 고스란히 나타내는 것이 바로 기업 신용등급과 개인 신용등급이다. 그러니 정말 신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용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다’라는 옛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망해보면 이 말이 실감 난다.  


기업 자체나 대표의 신용이 낮다면 그 1인 기업의 어떠한 기술, 어떠한 고객도 무용지물이다. 신용 회복에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해도 최소 몇 배 이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용을 회복하는 걸리는 시간이 그것을 잃는 데 걸리는 시간의 수십, 수백 배라는 것이다.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지는 데는 카드나 대출 상환이 며칠 연체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리는 데는 몇 년이라는 기간이 걸린다. 


신용이 낮다면 기업 경영에 있어 심각한 악순환을 겪게 된다. 내 경험으로 보면 신용등급이 1등급에서 7등급이 될 때 회사 총비용은 20% 정도 증가한 반면 매출은 10% 정도 감소했다. 이 정도면 신용등급은 회사의 흥망성쇠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 빚지지 않으면 남는 거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한다 해도 창업 첫 달부터 손익을 맞추는 기업은 없다. 인지도 높은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 입점 첫날, 가게 오픈과 동시에 최고 매출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객이 인지하여 구매까지 이루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엔 제품에 대한 고객의 검증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더구나 B2B처럼 완성품이 아닌 중간재로 거래하는 경우라면 구매까지 이르는 절차가 더욱 까다롭다. 때문에 제조업에서 손익분기를 달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른 업종에 비해 서너 배인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제조업의 장점도 있다. 다른 업종의 경우 손익분기를 달성하더라도 언제든 적자로 전환될 수 있는 데 반해, 제조업의 경우 일단 손익분기에 도달하면 여간해서 적자로 전환되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는 데 소요되는 검증 시간과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제조사도 이러하니 인지도와 신뢰도 측면에서 더욱 열세인 1인 제조는 고객에게 받아들여지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당연히 더 길다. 손익분기까지 도달하는 기간을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까지는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손익을 못 맞출 때 깨끗이 폐업을 결정해야 할까? ‘30개월±3개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근거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하루 12시간 근무, 주 1일 휴식을 가정하면 한 달에 300시간, 33개월이면 9,900시간이다. 준비 기간까지 합쳐 약 30개월 정도면 1만 시간에 이른다. 그 시간을 어떤 한 가지 일에 쏟아부으며 전력투구했는데 손익을 못 맞춘다면 그 이유는 ①목표 시장을 잘못 선정했거나, ②그 일을 할 능력이 없거나, ③경쟁자들이 너무 유능한 것 등 셋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여하튼 30개월간 해보면 후회하진 않을 것이고, 만일 미련이 남는다면 그것은 집착일 가능성이 높다(말은 쉽지만 사실 일을 접는 것은 담배를 끊는 것보다 1,000배쯤 어렵다).


이쯤에서 “12개월에서 24개월간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겠다. 그렇다면 그 기간에는 도대체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나? 회사 운영에 최소 1억 이상은 필요하고 집에 생활비도 갖다 줘야 하는데……” 하는 분들 많으실 거다. 


그렇다. 답은 빚이다. 세상에는 기술보증, 신용보증, 중소기업 특례지원 등 이름 번지르르한 제도들이 있지만 1인 기업 창업자에게는 결국 담보 대출 외엔 답이 없다. 더러 소상공인이나 창업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최대 3,0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출이 많은데 더 받으려니 앞이 안 보인다.


창업 첫 달부터 이익이 나는 사업은 없다. 그러니 은수저 물고 태어났거나 억대 연봉을 받으며 어느 정도 저축해놓은 돈이 있거나 우리사주로 대박을 거두거나 엄청난 퇴직금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빚을 지게 되어 있다. “나는 여태껏 빚 한 번 안 지고 살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라는 분은 창업 대신 구직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나는 창업과 동시에 벤처캐피탈에서 펀딩할 거야! 돈을 왜 꿔?” 하는 사람은 정말 1만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위에서 창업한 분들을 보면 ‘다 있는데 돈만 없는 경우’의 성공 확률이 가장 높고, 반대로 ‘다 없는데 돈만 있는 경우’의 성공 확률이 가장 낮다. 그러니 돈이 없는 것은 기죽을 일이 아니라 성공의 요건 하나를 확실히 갖춘 것이다.


한 가지 팁이 더 있다. 빚은 한 번에 져라. 찔끔찔끔 빌리기보단 한 번에 많이 빌리고 그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즉 1만 시간 혹은 30개월을 해도 답이 없으면 깨끗이 손 털고 접어라. 


왜 빚은 한 번에 져야 할까? 첫째, 돈 꾸러 다니는 것만큼 시간 쓰고 힘 빠지는 일 없다. 꿔야 한다면 한 번에 꾸고 남는 시간에 일해라. 둘째, 빚은 한 사람에게 지는 것이 좋고, 어쩔 수 없이 여러 사람에게 꿀 수밖에 없다면 한꺼번에 꿔라. 돈 꾸러 다닌다는 것보다 더 빨리 퍼지는 소문은 없다. 셋째, 돈을 찔끔찔끔 꾸면 한 번에 꿀 때보다 신용등급의 하락 속도도 빠르다. 넷째, 이자 면에서도 이득이다. 한 번에 1,000만 원을 빌릴 때의 이자는 100만 원씩 열 번 꿀 때보다 훨씬 싸다. 


여하튼 금쪽같은 돈 꿔서 하는 사업인데 빚 갚고 생활비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돈 모으는 재미를 느끼기가 힘들다. 봉급생활 시절에 월급이 들어오면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게 다 쓰곤 했는데, 1인 기업의 사장이 되어도 이는 변함없다.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직장 다닐 때와 비교했을 때 정말 남는 것도, 변한 것도 없는 걸까? 아니다. 1인 기업과 내가 분리된 주식회사 형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1인 기업이라도 회사와 나는 분리된 존재다. 회사는 나라는 개인과 분리되어 매일 매일 성장한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나라는 개인은 시간이 흐르면서 늙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회사는 업력(業歷)이 쌓임에 따라 빈티지 명품이 되어간다. 즉, 당장 수중에 모이는 돈이 없어도 회사는 해를 거듭하며 고객의 신뢰가 쌓일수록 그 가치가 무럭무럭 성장한다. 언젠가는 회사가 자신보다 훨씬 커졌음을 뼛속까지 느끼는 시점이 오고, 더 지나면 ‘내가 없어도 회사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1인 기업임에도 말이다. 이는 SF 소설이 아니라 진실이다! 비록 당장 모이는 돈은 없어도 원리금 갚고 빠듯하게 생활할 정도만 된다면 1인 제조는 남는 장사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9. 모두 돈으로 환산하라


1인 기업은 ‘작음’에 존재의 가치가 있다. 작기에 살아남을 수 있고, 작은 레고 블록이기에 큰 블록 사이의 작은 틈을 메울 수 있다. 그렇기에 1인 기업에 걸맞은 창업자는 작고 디테일하고 쪼잔한 모습이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돈에 쪼잔해야 한다. 


아마 “난 돈에 엄청 쪼잔해질 자신 있어!”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경험해본 사람은 단돈 1만 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훈련이 저절로 몸에 배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돈은 엉뚱한 데서 샌다. 잔돈 몇 천 원 아끼다 보면 몇 십, 몇 백만 원의 큰돈이 새는 것은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다음의 다섯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큰 사업 건이 있다’는 어떤 지인과 석 달째 계속 미팅만 가지고 있다. 매주 한 번, 서너 시간씩 만나니 한 달에 거의 열다섯 시간 이상인데 별 진척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시간당 임금을 2만 원으로 쳐도 한 달에 30만 원, 석 달이니 벌써 90만 원을 쓴 셈이다. 언제까지 미팅만 할 것인가? 앞으로도 이렇게 매월 30만 원씩 계속 지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큰마음 먹고 작년에 미국 전시회를 다녀왔다. 왕복 비행기 티켓값, 숙박비, 전시회 티켓값, 무상 샘플 제공비 등을 따져봤더니 5박 6일에 600만 원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 한 가지 중요한 항목, 1주일간의 내 출장비를 포함한 주급을 빼먹었다! 이를 대략 150만 원으로 잡으면 총 경비로 750만 원을 쓴 셈이다. 


올해도 전시회에 또 가보고 싶다. 하지만 750만 원이라는 비용과 대비하여 무엇을 얼마만큼 회수했는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회수 금액이 750만 원이 안 된다면 올해 전시회는 갈 수 없다.


셋째, 제품 광고를 했다. 한 달간 오프라인 잡지 광고비 200만 원과 온라인 배너 광고 300만 원 등 총 500만 원이 들었다. 여기저기에서 광고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500만 원의 투자로 얼마나 수익이 늘었는지, 광고비는 제대로 회수한 것인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100% 회수되기 전까지 다시는 광고를 하지 않기로 한다.


넷째, 새로 개발한 제품이 나왔고, 품질도 좋다. 개발비를 추산해보니 재료비, 가공비, 외주비 등 총 1,200만 원이 들었다. 이 신제품을 통해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12개월의 개발비 회수 기간 동안 일단 다른 신제품 개발은 미룬다.


다섯째, 나의 필살기 접대 수단은 골프다. 이것저것 다 합치니 월 150만 원 들어간다. 시간을 보면 대략 월 80시간 정도가 사용되는데, 시간당 2만 원으로만 잡아도 160만 원이니 결국 월 310만 원 정도 쓰는 셈이다. 혹자는 ‘골프만큼 사업에 유익하고 영업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꼼꼼히 계산해보니 골프로 늘어난 영업 매출은 50만 원도 채 안 된다. 오히려 골프에 뺏긴 시간 때문에 발생한 영업 손실은 100만 원이 넘는다.  

 

고객과의 미팅, 전시회, 광고, 신제품 개발, 고객 접대 등 우리가 사업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당연시하는 것에 쓰는 돈은 사실 낭비의 주된 요인이다. 때문에 그런 것에 비용을 집행한 뒤에는 그것을 정말 100% 회수했는지 반드시 짚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단 가치 있는 일이라는 믿음이 형성된 것에 대해 누군가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고자 하면, 사람들은 그를 마치 돈에 환장한 사람처럼 보곤 한다. 하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는 그 일이 곧 돈 먹는 하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런 일일수록 더 돈으로 환산하고, 회수할 수 없다면 중단하거나 미루어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30. 체하느니 굶어라


1인 기업을 하면서 내겐 예전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한 취미가 생겼는데,  화초 가꾸기가 그것이다. 내 사무실에는 화분이 여럿 있는데, 출근해서 그것부터 돌아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내가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이젠 늙었나?’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혼자 일하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괜찮은 취미인 것 같다.


화초를 가꾸면서 배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물을 많이 주기보다는 화초가 말라 죽기 직전까지 물을 주지 않는 편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1주일에 한 번 물을 줘야 하는 식물이라면 2~3일에 한 번 주는 것보다 차라리 2주에 한 번 주는 것이 좋다. 이틀에 한 번씩 물을 주기 시작하면 정말 몇 주 지나지 않아 뿌리부터 썩는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과식(過食)보다는 소식(小食)이 좋다니 말이다.


기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대박 프로젝트라도 기업이 씹어 삼켜 소화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다면 그것은 절대 축복이 아니다. 감당할 만한 역량이 안 되는 일은 회사의 뿌리부터 썩게 하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닌 것과 같다.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연 매출을 뛰어넘는 큰 프로젝트에 제품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제안을 들으면 한 방에 회사가 훌쩍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잠도 설치며 고민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공급수량이 늘어날수록 공급단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비용 곡선, 즉 대량 발주 건에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구조―대부분의 대기업이 이렇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소량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1인 기업은 수량이 늘어도 비용 곡선이 매우 완만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대량 발주 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자칫하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는 자살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둘째, 담보 능력 또는 자금력,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 거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들은 대개 20~30% 정도의 선금을 지불한다. 단,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선급금에 대한 이행 보증 담보를 제공받기 때문에 결국은 담보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선금을 받는다 해도 잔금은 공급 이행을 완료한 뒤 받게 되어 있다. 대형 프로젝트는 그 원자재와 외주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협력업체들이 나를 어떻게 믿고 그 큰 금액을 외상으로 해주겠는가? 그러니 받는 건 늦게 받더라도 주는 건 모두 선금으로 줘야 하는데, 이런 연유로 1인 기업은 결제 리스크에 100%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잘못되면 한 방에 훅 간다는 뜻이다.


셋째, 설령 그 대형 프로젝트를 따낸다 해도 1인 기업은 이 한 건의 프로젝트를 소화하기 위해 다른 발주 건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역마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형 프로젝트는 너무나 낮은 수준의 마진을 둘 수밖에 없다. 결국 납품 다 하고 결산을 해보면 차라리 그 대형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기존 고객에게 소소히 납품했다면 훨씬 높은 회사 수익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마진은 적게 남는 데다 나를 먹여 살렸던 기존 고객까지 잃으니 손실이 더 크다.


이 세 가지 전제 조건을 다 고려하고도 꼭 큰 프로젝트에 납품해야겠다면 그렇게 하라. 일단 꽂히면 누구도 못 말리는 것이 사업이고, 망했을 때야 진실을 깨닫곤 하니까. 나 역시 그랬다.


1인 기업의 경우 안정적인 궤도로 접어드는 데 최소 3년이 걸린다. 첫해는 준비하는 기간, 둘째 해는 고객을 획득하는 기간, 셋째 해는 고객의 재구매 및 신뢰가 쌓이는 기간으로, 특히 창업 후 2년간 1인 기업 창업자의 대부분은 인생 최대의 기근을 겪게 된다.


오래 굶은 사람의 눈에는 헛것이 보이듯이, 창업자 역시 굶주리다 보면 그 프로젝트가 유익한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 일단 삼키고 보려 한다. 차라리 배탈만 나면 좋을 텐데, 정신없이 먹다 보면 그것이 상한 음식인지 독인지도 모르고 먹는다. 하지만 명심하라. 상한 음식을 먹으면 체하는 정도가 아니라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1인 제조회사에 해당하는 ‘상한 음식 베스트 10’은 다음과 같다.


① 밑지거나 겨우 제로 마진을 맞추어 파는 거래

② ‌결제 조건이 열악한 외상 거래나 신용이 불량하거나 열악한 고객

③ ‌‘다음에 대량 발주할 테니 이번 소량 발주 건에 한해서는 밑지고 팔아달라’는 거래

④ ‌최종 고객은 초우량급이지만 중간 유통 단계가 복잡하고 난해한 거래

⑤ ‌납품해야 할 제품이 너무 특수해서 그 거래가 아니면 다른 어떤 곳에도 납품할 수 없는 거래

⑥ 검수 조건 및 제품 보증 조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거래

⑦ 납품 가격이 언제든 제3자에게 공개될 수 있는 거래

⑧ 납품 조건이나 제품 사양이 발주 시점까지 불명확한 거래

⑨ ‌납품하기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의 최소 구매 수량이 너무나 큰 거래

⑩ 납품가가 너무 자주 변경되거나 너무 오래 고정된 거래


이런 거래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 아사(餓死) 직전이라 해도 끝까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굶어 죽는 것이 훨씬 덜 아프지, 먹고 체하거나 식중독에 걸리면 죽기도 힘들다. 굶어 죽은 기업은 먹다 죽은 기업보다 때깔도 훨씬 좋다.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

(jerry.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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