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회복탄력성’ 어떻게 챙기나

2023.09.05 10:18:44

이동재 기자 eltred@hellot.net

 

FM 글로벌 용식잉 아시아 태평양 디비전 엔지니어링 매니저 인터뷰

 

화재, 폭우, 태풍 등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속 200km가 넘는 대형 허리케인이 플로리다주를 강타했고, 하와이 마우이섬에선 대형 화재가 발생해 해변 마을의 80% 이상이 잿더미로 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연이어 기록적 폭우와 폭염이 발생, 농가를 비롯한 시설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재난은 더 이상 일부 국가나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그야말로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전 인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화재와 폭우에 대한 피해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삐 돌아가는 제조 현장에서는 단 며칠만 생산이 중단돼도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다. 지속적인 이상 고온으로 인한 화재와 폭우로 인한 침수는 기업의 생산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200년 역사를 가진 기업 전문 재물보험사 FM 글로벌(FM Global)은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강조한다. FM 글로벌에서 약 23년간 근무한 용식잉(Yong-Seek-Ying) 아시아 태평양 디비전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대구에서 개최된 2023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기업의 회복탄력성 강화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박람회 방문을 며칠 앞두고 있던 어느 날, FM 글로벌 본사 회의실에서 용식잉 매니저를 만났다.

 

 

Q. 기업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회복탄력성은 간단히 말해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제조 산업에서 기업은 언제나 화재, 자연재해, 설비의 고장, 사이버 해킹 등 다양한 잠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요. 기업이 예기치 못한 상황들에 대비해 사전에 준비가 되어 있고, 혹 상황이 터진 후라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빠른 시간 내 생산을 재개할 수 있는 힘, 이것이 회복탄력성이라고 할 수 있죠.”

 

Q. 기후위기로 화재 등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리스크가 늘고 있는 것 같다.

 

“맞습니다. 자연은 예측이 불가능한 대상이에요. 앞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해 기업이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기업의 리스크와 관련해 최근 FM 글로벌에서 발표한 내용들이 있어요.

 

먼저 기후변화영향보고서(Climate Change Impact Report)에는 각 국가, 지역별로 2030년, 2050년이 왔을 때 어떠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지 미래 환경 변화를 예측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최근에는 현 상황에서 각 지역별로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이를 경감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담은 보고서도 발간했고요. 요소별로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회복탄력성 지표(Resilience Index)도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평가하는 열두 가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인데요. 예를 들어,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지을 나라를 찾을 때, 사전에 지역과 관련한 잠재 리스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요. 작년에는 처음으로 회복탄력성 크레딧을 발표했는데,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잠재 리스크별 권고사항 등을 내놓는 데이터예요.”

 

Q. 실제로 기후위기에 대응해 어떻게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나?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재해는 굉장히 다양해요. 산불로 촉발된 대형 화재도 있을 수 있고, 태풍이라든가 홍수, 지진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예전에 방문했던 공장 중 한 곳은 홍수가 오면 침수되기 쉬운 지역에 위치해 있었어요. 수벽을 설치해야 했죠.

 

또 다른 사례로,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한 기업은, 그동안 공간이 협소해 설치하지 못했던 물탱크와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새로 설치했어요. 해당 기업은 재물 손실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저희의 철학을 믿고 받아들여줬어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예측하고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최대한 공장의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설비를 바닥에서 더 높이 띄운다거나 하는 단순한 일에서부터 시작해, 필요하다면 특별한 장비를 추가로 설치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솔루션이 있을 수 있어요. 하다못해 응급 상황에서의 대응 절차 매뉴얼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현장에서는 큰 차이가 만들어져요.”

 

FM 글로벌은 글로벌 재물 보험사다. 각 전문 분야에 따라 분류된 약 1900여 명의 소속 엔지니어가 매년 5만여 건의 현장 조사를 진행, 리서치를 통해 축적된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환경별로 회복탄력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회사의 철학은 ‘재물 손실의 대부분은 예방할 수 있다’이다. 용식잉 매니저는 엔지니어로서 카펫, 탁자, 노트북 등 인터뷰를 진행한 회의실 안을 채우고 있는 공산품들을 만드는 제조 현장에는 전부 다녀봤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FM 글로벌이란 기업은 단순히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라기보다 회복탄력성을 개선하려는 기업의 여정을 함께하는 파트너 개념이에요. 기업의 회복탄력성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기업과 함께 고민하죠.

 

Q. 어떻게?

 

“엔지니어들은 간단히 현장에 나가 쓰윽 한번 사업장을 둘러보고 오는 게 아니라, 해당 현장의 시설, 운영 등과 관련해 어떤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지, 위험이 발생한다면 사후 영향은 어느 정도가 되는지에 대해, 화재, 설비 고장 등 유형별로 정량적인 분석을 해요.

 

재물 보험이라는 것은 결국 기업의 상업용 자산을 보호하는 보험 상품이잖아요. 제조 기업의 재물을 보호한다고 하면,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산 활동을 하고 사업의 연속성을 영위함으로써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희는 단순 재물 보험뿐 아니라 제조 현장에서 다양한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 기업이 최대한 신속하게 원래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Q. 보험사인데도 IT 기업처럼 엔지니어 인력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다른 보험사에도 엔지니어링 부서가 있지만, FM 글로벌의 경우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인수할 때 항상 엔지니어들의 평가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요. 엔지니어들이 평가한 위험의 종류, 등급 등을 기준으로 모든 일이 진행되죠.”

 

용식잉 매니저는 FM 글로벌이 한국 산업 생태계의 일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반도체, 발전,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 리더가 포진해 있는 나라예요. FM 글로벌에게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죠. 지금은 시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회복탄력성에 대해 깨닫고 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회복탄력성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에게 FM 글로벌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회복탄력성 개선을 원하는 모든 기업과 언제나 파트너로서 함께할 것입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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