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AI와 융합하며 일상화 성큼…소비자 생활패턴 이해 필요
로봇업계 지속가능성 위해선 건강한 비즈니스 토양 마련돼야
“로봇이 AI와 융합하며 일상화 시대로 성큼 다가섰다. 기술의 안정화와 함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생활 패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로봇업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비즈니스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3월 28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2023 로봇 미래전략 컨퍼런스’가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장영진 차관은 축사에서 “로봇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저출산으로 인한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며, 산업 재해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에 로봇 보급을 통해서 사회 전반의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이어 “로봇 산업 자체가 AI와 5G, 첨단 반도체와 융합되어서 미래 산업으로 성장하고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도 로봇 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중요한 산업”이라며 “정부는 로봇의 글로벌 보급을 확대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크쇼에서는 토론을 위한 발제로 △KAIST 김정 교수의 ‘로봇과 사람의 공존 방안’과 △서울대 조규진 교수의 ‘로봇 융합 기술과 연구, 교육, 창업 생태계’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의 ‘로봇 일상화를 앞당기기 위한 제언’ △뉴빌리티 이상민 대표의 ‘로보틱스 운영을 위한 고려사항 △생산기술연구원 배지훈 부문장의 ‘로봇 기술 융합과 로봇 일상화’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서는 로봇 기술 융합과 로봇 일상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도전 과제, 국내 로봇업계 생존 전략, 그리고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 활성화 방안 등이 집중 다뤄졌다.
■ 조영조 ETRI 책임연구원 (이하 좌장) : 전통적으로 로봇은 기계와 전자 제어 기술이 융합된 메커니즘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 기존 로봇에 정보통신, 생체공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융합되면서 제조 현장과 서비스 현장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식당에서는 배달로봇, 병원에서는 수술 및 재활로봇, 가정에서는 청소로봇 및 어르신 돌봄로봇, 작업 공간에서는 협동로봇, 물류로봇 등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서의 동반자로 로봇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오늘 토크쇼에서는 산·학·연 전문가 다섯 분을 모시고 로봇기술과 타 기술과의 융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로봇 일상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토의에 앞서, 한 분씩 해당 주제에 대해서 의견을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발제-①]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기 위한 조건
□ 김정 교수 (KAIST 기계공학과) : 우리가 로봇이라고 하면 기존의 작업 공간을 분리한 형태의 산업용 로봇, 특수한 사람만 사용 가능한 수술용 로봇, 그리고 공유 공간의 서빙로봇과 물류로봇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로봇이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신뢰성, 감각 및 지각과 동작기술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면서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운전 중 넘어지거나 명령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인데, 아직 로봇은 그 정도의 신뢰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또한 인간의 감각은 뇌에 1초당 1,100만 비트를 올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부의 경우엔 대략 45,000개 촉각 센서가 있으며, 신체 기능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소뇌의 뉴런은 690억 개, 지능·사고를 담당하는 대뇌의 뉴런은 160억 개 정도가 있다고 하죠. 그에 반해 공장의 로봇은 센서가 겨우 10개 정도 탑재될 뿐입니다. 그래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거나 사람이 하는 일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죠.
또 하나의 문제는 ‘불쾌한 골짜기’라고, 로봇이 사람을 점점 닮아갈수록 기분이 나빠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로봇을 안 보이게 숨기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연구하는 부분 또한 로봇 피부와 촉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암에 인공피부를 붙여 내부를 보호하고 부드러움과 탄력을 주어 부딪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죠. 그 외에 촉각 재생과 상처 회복 기술 등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능 기술과 함께 햅틱스라든지 생체 신호 인식 및 해석 기술과 같은 감각과 인식기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우리가 원하는 로봇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로봇을 안 보이게 숨기는 은닉형 기술, 음성 명령이나 외부의 다양한 촉각을 로봇이 인식하는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기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발제-②] 학계의 교육·창업 생태계
□ 조규진 교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 저는 로봇 융합 기술과 연구, 교육, 그리고 창업 생태계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4년 전, 저희는 변신하는 타이어를 연구한 바 있습니다. 처음엔 종이를 접어서 연구를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재료를 계속 바꿔가면서 나중에는 천을 사용해서 실제 1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타이어를 만들었습니다.
그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지식과 노하우만으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거를 타이어 회사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예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은 기술적인 것들도 많이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능력과 실력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모여서 힘을 합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것인가, 즉 생태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는 대학 중심의 로봇 교육과 많은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엔지니어들이 학생들과 힘을 합쳐 창업을 하기도 합니다. 가령, 하버드대에서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엔지니어로 들어와서 학생들과 함께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다가 그것을 토대로 창업을 해서 나가기도 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죠. 우리나라도 그러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로봇 기술 관련된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발제-③] 로봇보다 사람의 일상화를 고민하라
□ 김병수 대표 (로보티즈) : 엔지니어들은 늘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만들어 왔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로봇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주인공에서 엑스트라로 바뀐다는 얘기죠. 제조 분야에서는 로봇이 공장 안에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는 모든 환경이 로봇에 맞춰졌습니다. 사람조차도 가까이 갈 수 없도록 안전 조치가 되어 있었죠. 그런데 로봇이 공장 밖으로 나오면서 이제는 사람이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활동, 패턴 등에 맞춰 로봇이 따라야 하는데 이 기술이 너무 어렵고 새로운 도전이 된 거죠.
저 또한 로봇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부가가치를 내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을 해왔습니다. 저는 이와 관련해서 실제 있었던 일화 하나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한 쪽은 연필이 있고 다른 한 쪽은 볼펜이 있습니다. 볼펜은 중력이 있어야만 나오기 때문에 우주에 가면 안 나옵니다. 그래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특수 볼펜을 수백만 달러를 들여서 만들었다고 해요. 그걸 들고서 우주 정거장에 가서 러시아 우주인에게 소개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고 만들기도 어려웠다고 하니 러시아 우주인이 우리는 연필을 사용한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엔지니어로서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삶을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엔지니어들과 일상생활에 대한 것들을 계속 탐구하면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배달로봇을 호텔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때도 저희가 어려웠던 것은 기술 개발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원하는 요구사항들과 그들의 생활 패턴 등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죠. 저는 로봇의 일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로봇보다 사람의 일상화를 고민해보라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발제-④] 실패하지 않기 위한 고려사항
□ 이상민 대표 (뉴빌리티) : 저희는 창업한 지 6년 반이 지나가고 있는데, 이제야 로봇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하면 로봇 기술 융합과 일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로봇은 첫 번째로 플랫폼에 대한 커넥티비티가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봇은 완제품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확장 가능한 매우 유연한 RaaS 플랫폼 제공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시장은 열리지 않았는데 제품이 먼저 나오는 경향성이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최소 기능이 먼저 잘 정의되고 이렇게 정의된 것을 기반으로 빠른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게 잘 안 되면 빨리 접고 다음 것을 도전해야 하는데, 로봇이라는 분야는 제조 역량이나 하드웨어 역량과 너무나 큰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빠른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실행 가능 제품)가 만들어질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러다 보니 제품이 나와서야 우리는 실패한 로봇을 마주하게 되고 5년, 10년 하다가 사업을 접게 됩니다.
세 번째는 지금까지 로봇은 대부분 B2C 관점에서 고민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로봇이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런 연관 선상에 있었던 게 가사도우미 로봇이나 노인 돌봄로봇들이었죠. 저는 역설적으로 로봇산업은 B2C로 직접 가기보다는 B2B를 거쳐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일상용품으로써 동반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관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로봇을 원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로봇 회사들이 SF영화에 나오는 로봇을 따라 만들었다가 기능이 필요 없거나 너무 과해 폐업한 사례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예로 소프트뱅크사의 페퍼 로봇, 로봇 강아지, 반려 로봇 등이 있지요. 따라서 로봇 사업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바라보는 로봇과 실제 로봇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소 기능이 잘 정의된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의 고려사항으로는 MVP(최소 실행 가능 제품)를 통한 빠른 피봇팅(Pivoting, 사업 모델 전환) 그리고 GTM(Go To Market) 전략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차를 만들고 싶다면 람보르기니가 아니라 마티즈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즉,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얘기죠. 최소 기능이 정의된 MVP부터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야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피봇팅에도 주저함이 없어집니다. 이처럼 마티즈를 만들 수 있는 최소 기능을 잘 정의해서 GTM하지 않으면 앞으로 또 다시 로봇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시대가 너무 급변하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의 기술적 성숙도가 매년 무어의 법칙보다도 100배 이상 빠르게 성장 중이며, AI 학습 비용도 연 10분의 1로 감소하면서 더 다양한 ‘로보틱스+AI’ 애플리케이션이 가속화될 것은 분명합니다. 또한 컴퓨팅 리소스들도 매우 빠르게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로보틱스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장기적으로 로봇사업은 더 다양한 고객 요구에 훨씬 저렴한 가격대로 대응이 가능하며, 기능 또한 더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작은 회사지만 에코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로봇만 만드는 회사가 아닌 플랫폼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로봇과 로봇을 핸들링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허브를 구성해야만 로봇에서 서비스 에코시스템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제-⑤] 로봇 일상화를 위해 갖춰야 될 조작 기술
□ 배지훈 부문장 (생산기술연구원 로봇연구) : 로봇은 정보 콘텐츠와 더불어 물리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가령, “오늘 날씨가 어때?” 물으면, “비가 내릴 것 같으니 우산을 가져가세요.”라며 로봇은 우산을 들고 오죠. 지금까지 정보 콘텐츠만 누려왔다면 앞으로는 로봇을 통해 물리적인 콘텐츠까지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로봇이 제공 가능한 물리 콘텐츠에는 크게 이동과 조작이 있습니다. 이동은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라고 해서 모바일 기능과 로봇 암 조작 기능이 합쳐져 있는 로봇인데, 여기에는 이족 보행 로봇, 사족 보행 로봇, 배달 서비스 로봇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점의 서빙 로봇을 보면 테이블 앞에까지는 잘 갑니다. 하지만 로봇이 직접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는 못해요. 이처럼 이동 기술은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서 충분히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그에 반해서 조작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한다는 것은 손과 팔을 이용해 물건을 이동시키거나 조립하는 것으로, 조작 기술은 로봇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종 관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작에는 가볍고 안전할 것, 환경에 반응할 것, 그리고 스마트할 것 등의 전재가 붙습니다. 가볍고 안전하기 위해서는 소프트로봇이 되어야 하며, 환경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센서가 탑재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동에 필요한 센서들은 카메라나 비전에 의한 센서였다면 조작에 필요한 센서들은 힘을 느끼고 측정하고 힘의 방향과 크기를 알 수 있는 접촉과 관련된 힘 센서 기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한은 판단력을 의미합니다. 이런 기술들이 있어야 조작이 가능한데,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일상화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적인 안정성도 확보돼야
■ 좌장 : 지금까지 발표해주신 다섯 분의 발제 내용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토의를 하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로, 로봇 기술 융합시대를 대처하기 위한 국내 로봇업계 생존 전략과 발전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의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업계에 계신 김병수 대표님, 말씀해주시죠.
□ 김병수 대표 : 밸류체인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산업용 로봇은 흔히 말하는 파트 세트의 통합입니다. 부품업체가 부품을 만들면, 세트업체가 그 부품을 가지고 로봇 팔을 만듭니다. 그 다음에 SI업체가 공장에 세팅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서비스 로봇과는 밸류체인이 다른 것 같아요. 서비스 업체들은 그런 복잡한 사정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냥 로봇을 가져와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로봇 업체가 SI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로봇을 전달해주고 서비스에 붙이는 일까지 합니다. 로봇 업체들이 서비스 분야로 진출하면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훨씬 더 중요해진 거죠. 또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사용자와 인터페이스 하는 소프트웨어들이 훨씬 부가가치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무엇보다 로봇을 서비스와 어떻게 붙일 거냐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 같습니다.
■ 좌장 : 이 의견에 대해서 업계에 같이 계시는 이상민 대표님께서 본인의 경험을 비추어 말씀해주시죠.
□ 이상민 대표 : 김병수 대표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저희도 한 달에 몇 십대씩 출하가 되고 있는데요. 소프트웨어도 매우 중요한 것 같고 서비스 인터페이스 연동성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궁극에는 또 다시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어도 디플로이(Deploy)가 되기 시작하면 하드웨어적인 시스템 안정성이 더 중요해진다는 거죠. 아무리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잘 되어 있어도 아랫단의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면 디플로이 했을 때 많은 이슈사항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소프트웨어보다 로봇을 샀으면 주 7회 24시간 고장 없이 잘 가동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최근 거시 금리가 올라가면서 생존 전략이 너무너무 중요해졌는데요. 저희가 생각하는 생존 전략은 어떻게든 돈을 버는 것이지 어떤 기술들을 추가로 내재화 할 거냐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딜레마가 있습니다. 돈을 벌려면 로봇을 만들어야 하고 로봇을 만들려면 시스템적인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나갈 순 없거든요.
역할의 주체가 되어 창업까지 이어진 교육 생태계 필요
■ 좌장 : 산업계에 계신 두 분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번에는 학계 입장서 기술 융합시대의 발전 전략을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조규진 교수님 말씀해주십시오.
□ 조규진 교수 : 과거 학계에서 로봇 연구의 주된 목적은 논문을 쓰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랑 너무 달라진 것 같고요. 결국 학계에서 해야 되는 거는 달라진 세상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서 내보내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신기술 하나를 개발했다면 그것에 대한 MVP를 만들어 내고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줄도 알아야 하며 대량생산으로 가기 위한 생산 관련된 프로세스도 알아야 하죠. 학교에서 그런 걸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창업으로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앞서 미국의 사례처럼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들이 필요하겠죠. 새로운 인력들이 들어와야 하고 많은 교류가 이루어져야 하며 브랜딩이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브랜딩을 통해서 융합도 하게 되는 거죠.
■ 좌장 : 기술과 융합의 기본은 교육이고 비전일 텐데, 그렇다고 한다면 학교에서 기계공학, 전자공학처럼 학과가 나눠져 있는 것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는지, 김정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 김정 교수 : 저는 학교에서 학과장을 맡고 있는데, 사실 그런 걸 많이 생각해봐요. 공학은 물리 기반의 응용과학인데 우리나라는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 여러 분야로 나눠져 있거든요. 사실 학생들도 얘기를 해요. 공학이면 됐지 무얼 그렇게 세부적으로 나누느냐고. 저도 생각하기에는 엔지니어링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다 모이는 게 맞는 것 같고요. 미국 MIT를 보더라도 엔지니어링 하나로 다 묶어서 다룹니다.
AI 엔진 탑재 시도는 하고 있지만 실용화까진 아직 멀어
■ 좌장 : 학계 입장과 산업계 입장 들어봤습니다. 두 번째 주제로, 로봇 기술이 점차 인공지능과 융합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데 로봇 연구계의 대처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배지훈 부문장님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배지훈 부문장 : 사실 제가 몸담고 있는 부서가 로봇연구부문이었는데 최근 AI로봇연구부문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AI를 빼놓고는 로봇을 연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예를 들어 조작을 하는 로봇이라고 하면 로봇 안에는 인식하는 파트가 있고 인식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상황을 판단하고 동작을 하는 이러한 3가지 구성 요소가 사이클을 돌게 됩니다.
인식 파트에서는 예전에는 제어하는 분들이 판단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했다면 요즘엔 AI가 들어오면서 무수한 경우의 수를 미리 학습해서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잘 뽑아냅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프로그래밍 했던 거를 지금은 AI가 판단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연구를 제어 파트와 인식 파트를 나눠서 하고 판단 파트는 인공지능 위주로 진행하고 있죠. 어떻게 보면 ‘쉐어 오토노미(Share Autonomy)’라고 해서 사람과 인공지능이 같이 일정 부문 나눠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좌장 : 앞서 로봇 콘텐츠는 움직이는 것들이 기반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매우 공감합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거기에 AI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물건을 집더라도 AI 알고리즘들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 배지훈 부문장 : 사실 우리 연구원도 동작 부분에 AI 기반으로 많은 시도를 해봤는데, 하다 보니 조작 쪽에 제어를 담당하고 있던 파트가 대처가 안돼요. 왜냐 하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물리적 접촉을 정확하게 표현을 못해줍니다. 대부분 AI 학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시뮬레이션은 엔비디아(NVIDIA)에서 나오는 보드를 이용해서 하거든요. 그런데 물리 엔진의 성능이 못 따라 가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실제로 접촉이 일어나는 것들은 로봇 센싱을 이용해서 받고, 판단은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언젠가는 상당 수준의 물리 엔진이 개발되겠지만, 현재 기술로는 물리 접촉 관련된 인공지능 학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연의 기술에 충실하면서 외부 기술도 수용하는 자세 필요
■ 좌장 : 소위 온 디바이스 AI, 즉 하드웨어에 AI 엔진을 탑재하는 것은 엔비디아 같은 회사에서 시도는 하고 있지만 실용화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이해하겠습니다. 세 번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로봇 일상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핵심 융합기술은 무엇인가? 이건 기술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먼저 김정 교수님이 말씀해주시죠.
□ 김정 교수 : 우리가 로봇에게 일을 시키려면 명령어를 잘 전달해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쳇GPT는 콘텍스트 레벨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가 애매하게 내린 명령도 로봇이 알아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통해서 로봇이 알아들을 수 있는 명령 기술들이 개발될 거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앞서 비슷한 얘기들을 했었는데, 아마 로봇은 엣지 컴퓨팅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일 수 있는 곳이어야 될 것 같아요. 로봇은 로컬에서 컴퓨팅을 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지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흐름이 전부 클라우드에 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대로 가는 게 로봇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아까 융합을 얘기했지만 인식과 센싱 기술이 지능보다 더 어렵거든요. 그래서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게 융합에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 좌장 : 지금까지 너무 클라우드만 강조되어 왔는데, 사실 온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AI가 중요하고 센싱 분야에서도 할 일이 많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규진 교수님, 어떻게 보십니까?
□ 조규진 교수 : 저도 하드웨어가 대게 중요하다는 말씀은 전적으로 동감하고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고 지금 나와 있는 기술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문제는 새롭지 않으니까 학생들이 연구하고 싶지 않은 것 같고, 정부에서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진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좌장: 연구계 입장에서 배지훈 부문장님도 한 말씀 주시죠.
□ 배지훈 부문장 : 저희는 기술들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킨 다음 기업에 지원하는 사업들을 하다 보니 기업에서 요구하는 연구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서빙로봇을 예로 들면 서빙하는 건 좋은데 정작 원하는 것은 접시를 테이블에 올려놓거나 식사 후 식기를 수거까지 하는 거죠. 하지만 기술 수준이 거기까지 안 되어서 저희가 제공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되지도 않는 기술을 너무 빨리 발표하거나 사업화하는 면이 있었다고 보는데, 저희는 이러한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안정화시켜 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 김병수 대표 : 저도 융합기술 관련해서 한 말씀드리면, 비슷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저희는 로봇으로 실외 서비스를 할 때 오래된 고민거리가 있었어요. 터틀봇(TURTLEBOT)이라는 로봇 개발용 오픈 플랫폼을 먼저 내놓았거든요. 그게 작년 초에 누적 2만 대 정도 판매했어요. 이 플랫폼은 연구용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다는 데 의미를 뒀지만, 실외로 적용하려다 보니 걸림돌이 2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통신비였습니다. 로봇이 길거리에 다니려면 당시엔 LTE를 쓸 수밖에 없었는데 데이터를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된 거죠. 지금은 완전하진 않지만 5G가 나와 주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신비는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인식문제에 있어서는 딥러닝으로 많은 부분이 해결됐는데, 아쉬운 점은 로봇 밖에서 해결이 되었다는 거죠. 로봇 안에서 해결해 준 것은 부끄럽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융합 기술이기 때문에 외부 기술도 잘 활용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안정되게 잘 붙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부가가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로봇 본연의 기술에 충실하면서 외부의 기술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좌장 : 기술적인 것 중에서 ROS(Robot Operating System, 로봇 운영 체제)를 가장 잘하는 업체가 로보티즈라고 생각되는데, 국내에서 ROS의 보급률과 활용 전망은 어떤지 덧붙여 말씀해주시죠. 이것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중요한 융합 기술이기 때문에 여쭤봅니다.
□ 김병수 대표 : ROS는 미들웨어 겸 인터페이스 프로토콜이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의미가 뭐냐 하면 그럼 누가 무엇과 인터페이스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인데, 외부에서 끊임없이 ROS를 개발해서 내용들을 발표해 주거든요. 그걸 가져다 쓰기 위해서 ROS를 사용하는 거지, ROS 자체가 리얼타임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라는 거죠.
지금은 처음부터 개발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주어진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그것보다 조금 더 나아가는 게 ROS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접근하고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거죠. 그러나 그 안에서 완성된 건 사실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야 될 로봇 본질에 대해서 고민할 때라고 봅니다.
생태계는 마인드 문제, 함께 만들어가야
■ 좌장 : 마지막 주제로, 국내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이상민 대표님이 말씀해주실까요?
□ 이상민 대표 : 지금 국내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는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로봇 비즈니스 생태계라고 하면 에코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시스템은 있어도 에코가 없는 것 같거든요.
저는 2017년도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당시 로봇 생태계에 거는 기대와 6년이 지난 현재 거는 기대들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생태계는 스타트업이 만들 수 없고 작은 회사들이 만들기 너무 어렵습니다. 이제는 삼성, 엘지, 현대자동차와 같은 큰 회사들이 로봇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말뿐인 투자, 벤처캐피털들이 비전을 보고 투자한다는 허울 좋은 얘기들뿐이라는 겁니다.
최근 애플이 쳇GPT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비공식적이지만 이 회사는 2주에 한 번씩 인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고 합니다. 애플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거든요. 인수된 회사 그들의 경험과 실행력을 사는 것이고 더 빠르게 제품 로드맵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결국 생태계는 기술이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마인드의 문제라고 봅니다.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얼마만큼 손잡고 로봇 생태계에 들어오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좌장 :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로봇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의 역할이라고 보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김병수 대표님 말씀해주시죠.
□ 김병수 대표 : 생태계가 잘 활성화되려면 똘끼가 있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과거 한국미래기술에서 개발한 탑승형 휴머노이드가 굉장히 큰 이슈가 되었어요. 당시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이족로봇으로 영화 ‘아바타’에 나온 것과 비슷한 로봇이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죠. 앞으로 그런 시도가 많아야 대기업 등에서 관심을 갖게 되고 사회적 이슈가 된다는 거예요.
지금 돌풍을 일고 있고 쳇GPT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생성AI를 하시는 분들은 웬만한 앱에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우리도 할 수 있는데 왜 그들은 만들고 우리는 못했나를 봤을 때,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 즉 똘끼가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사회가 주목하는 이슈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게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 좌장 : 지금까지 네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다섯 분을 모시고 좋은 의견들을 많이 들었는데요. 논의된 내용들이 로봇 관련해서 기술 개발이나 사업하시는데 많은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