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이 도입 초기부터 기업의 환경·사회 정보 공개 방식과 구조를 크게 바꾸고 있다.
글로벌 ESG 전문 매체 ESG 뉴스(ESG News)는 3월 16일(현지 시간), 1100건이 넘는 초기 CSRD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속가능성 공시 분량이 약 30% 늘어나고 형식이 크게 표준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의무적인 검증 요구로 인해 기업들은 외부 검증을 위해 이른바 ‘빅4’ 회계법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표준화는 투자자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대신 공식 공시에서 기업이 내러티브 중심의 지속가능성 스토리를 구성할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
ESG 뉴스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CSRD)은 규정이 완전히 시행되기 전부터 이미 기업의 환경·사회 성과 공시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유럽 각국 학자들이 수집해 공개형 플랫폼인 ‘지속가능성 보고 내비게이터(Sustainability Reporting Navigator)’를 통해 제공한 데이터셋을 활용한 분석에서는, 자발적 보고에서 공식 규제 준수 체계로의 전환이 공시의 구조와 톤을 모두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쾰른대학교 재무회계 전문가이자 내비게이터 연구팀 일원인 막시밀리안 뮐러(Maximilian Müller) 교수는 이 보고서들이 과거 기업이 발간하던 지속가능성 간행물과는 거의 닮지 않았다고 말했다. 뮐러 교수는 “이런 유형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홍보(PR)가 덜하고, 미국 증권보고서인 10-K에 더 가까운 형태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CSRD를 둘러싼 규제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이전의 자발적 지속가능성 프레임워크와 달리 이 지침은 비준수에 대한 법적 결과를 수반하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아직 집행 메커니즘을 최종 확정하지 않았지만, 잠재적 제재 수준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에서는 규제 당국이 위반 시 최대 1천만 유로의 벌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런 규제적 압력 속에서 기업 보고서는 분량이 늘어나고 표준화되며 재무제표와 더욱 밀접하게 정렬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장 즉각적인 변화 중 하나는 보고서의 규모와 형식이다. 뮐러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CSRD 공시는 동일 기업이 이전에 발간했던 지속가능성 보고서보다 분량이 약 30% 길어졌다. 표준화된 공시 구조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가 기업의 ESG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전에 자발적 프레임워크 아래에서는 기업들이 자사 전략이나 브랜드 내러티브에 부합하는 지표를 선별해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CSRD는 기업이 특정 환경·사회 지표를 일정한 형식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을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부문 간 비교 가능성이 높아졌다.
뮐러 교수는 “과거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자사 고유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성과를 추적했지만, 이제는 운영상의 에너지 집약도가 비교적 유사한 방식으로 측정되고 있어 실제로 벤치마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에게 이러한 비교 가능성은 중요하며, 표준화된 지표를 통해 애널리스트들은 기업과 산업 전반의 기후 리스크 노출, 운영 효율성, 전환 성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됐다.
CSRD는 또한 ‘제한적 확신(limited assurance)’으로 불리는 절차를 통해 공시된 지속가능성 데이터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한적 확신은 재무제표에 요구되는 ‘합리적 확신(reasonable assurance)’보다는 범위가 좁지만, 오류나 불일치를 점검하는 독립적인 감사 과정을 수반한다.
초기 공시에서는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 딜로이트(Deloitte) 등 빅4 회계법인에 대한 의존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이들 회계법인을 통해 제한적 확신에 필요한 제3자 검증을 받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화가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뮐러 교수는 “이는 내러티브를 제시하고 지속가능성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CSRD 공시의 엄격한 형식 속에서 브랜딩 차원의 스토리텔링 공간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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