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전경 [사진=연합뉴스]
LG 휴대폰 철수에서 배터리 분할까지… 투자자 불신의 시작
상속 소송에 파양 소송까지… 구광모 체제의 불안한 좌표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지금 두 개의 법정에 피고로 서 있다. 하나는 양어머니 김영식 여사와의 서울서부지법 상속회복청구소송, 다른 하나는 김여사와의 양자 관계를 끊기 위한 서울가정법원 파양재판이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해 LG의 총수가 된 구광모 회장이 파양을 당할 위기에 놓인 것은 한국 재벌사에서 유례가 드물다. 그러나 이 파국은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니다. LG그룹 지배 구조의 가장 어두운 단면이 법정 위로 끌려 올라온 결과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 대한 재계의 경영평가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LG전자가 그룹의 상징과도 같았던 휴대폰 제조사업에서 철수한 2021년은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삼성과 경쟁에서 밀려 적자에 시달리다 한 성장축을 포기했지만 이를 대체할 신성장 동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하는 배터리 논란까지 겹치며 구광모 회장 취임이후 LG가 과감한 도약보다는 방어적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구회장이 선택한 사업철수와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편은 모두 경영자의 권한이지만, 그 결과가 성장 부재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면 내달 판결이후에도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약점이 있다. 채무자는 저다”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에게 충격적인 말을 한다.
“그 사람들이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가 되는 순간 저는 징역 30년 받습니다”
녹취에 따르면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는 하범종 사장 등 재무라인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으며, 상속 관련 설명이 계속 바뀌고 자료가 회수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구회장은 “대놓고 견제 장치를 만들면 아무도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견제를 거부했다.
이는 총수가 재무팀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 조직이 쥐고 있는 ‘비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구조를 보여준다. 하범종 사장 등 재무라인은 차명재산의 실체, 세금 회피 구조, 상속자료의 진실을 알고 있는 집단이고, 구광모는 그 집단이 등을 돌리는 순간 형사처벌로 직행할 수 있는 ‘채무자’라는 것이다.

LG그룹 구광모 회장
구광모가 두려워한 재무라인 책임자는?
LG그룹 상속소송의 법정에는 두 명의 당사자만 있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양자 구광모 회장이다. 그러나 이 재판의 실질적 초점은 그들 뒤에 있다. LG 오너 일가의 재산이 어떤 방식으로 관리돼 왔는지, 그리고 그 구조를 누가 설계하고 유지해 왔는지를 둘러싼 질문이 법정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의 한가운데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이 있다.
구광모 회장은 “내부고발이 나오면 나는 징역 30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발언은 단순한 감정적 토로가 아니라, 자신과 그룹이 어떤 법적 위험 위에 서 있는지를 인식한 총수의 진술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 위험의 핵심에는 ‘차명주식’이 있다. 차명주식은 명의와 실질 소유가 다른 주식이다. 대법원은 이미 차명주식도 실질 소유자의 재산이며 상속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차명주식을 제외한 채 진행된 상속 협의는, 재산 은폐와 상속사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한 실무 조직이 바로 재무관리 라인이다. 그리고 그 라인의 책임자가 하범종 사장이다. 하사장은 과거에도 총수 일가의 양도소득세 탈루 사건으로 법정에 선 전력이 있다. 그가 단순한 행정 실무자가 아니라, 오너 재산의 이동과 구조를 설계해 온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재판에서도 하사장은 상속 협의의 실무 책임자로 등장한다. 오너 재산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어떤 자산이 협의 테이블에 올랐고 어떤 자산이 빠졌는지를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구광모 회장이 말한 ‘내부고발’이란 결국 그 시스템을 알고 있는 사람, 즉 재무라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재무라인의 정점에 하범종 사장이 있다.
김여사와 단절, 제사 강제 이전… ‘패륜 논란’의 불씨
법정 다툼의 또 다른 축은 가족 관계의 파탄이다. 김영식 여사는 “구광모는 회장이 된 뒤 일체 만남을 거부하고 문자나 전화도 받지 않는 패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故) 구본무 회장의 제사를 한남동 자택이 아닌 인화원으로 일방적으로 옮긴 결정은 가족 간 갈등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여사는 “광모가 한마디 상의 없이 남편의 제사를 인화원으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구회장을 상대로 한 파양 소송이 제기됐고, 그는 현재 상속재판과 파양재판 모두에서 피고인 신분이다.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시작된 리더십의 균열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사건이 재판의 승패라는 법적 결론을 떠나,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도 수습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간의 감정적 골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김여사는 구 회장을 향해 "LG를 장악하기 위해 들어온 트로이목마"라며 '패륜 행위'를 주장하고 있고, 선대회장의 제사를 일방적으로 옮긴 결정 등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 간의 파탄은 구회장의 도덕적 정통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나아가 총수 개인이 재무 라인의 '내부고발'을 두려워하며 법적 책임을 홀로 짊어진 '채무자'임을 인정한 사실은 LG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설령 민사 재판에서 구회장이 승소하더라도, 이번에 노출된 차명 지분 의혹과 조세 리스크는 향후 별도의 세무 조사나 형사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휘발성을 지니고 있다.
결국 구광모 회장의 "징역 30년" 고백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4대에 걸쳐 형성된 LG 지배구조의 모순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정에 놓인 '징역 30년'이라는 증거는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향후 LG그룹 리더십을 뒤흔들 거대한 폭풍의 전조가 될 전망이다.
헬로티 윤희승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