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는 IT 기업이 되어야 한다.”
디버의 장승래 대표는 이렇게 단언했다. 지난 6년간 빠르게 성장해온 디버는 단순한 배송 플랫폼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물류 산업 전반을 재편하고자 하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브릿지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장 대표를 직접 만나, 물류와 기술의 교차점에서 디버가 꿈꾸는 미래를 들어보았다.
디포스트에서 디버로 가는 자연스러운 흐름
디버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디포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120개 이상의 상업용 건물에 도입된 디포스트는 단순한 메일룸 관리 솔루션을 넘어, 디버의 주요 영업채널로 자리잡았다.
장 대표는 “디포스트가 들어간 대형 건물에서는 물류 관리 주도권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해당 건물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의 대부분이 디버를 통해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의도 IFC의 사례는 디버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별도의 영업 없이 고객사의 요청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단 2~3개월 만에 완료되었다. 아날로그 전화 기반의 퀵 시스템을 디포스트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배송 과정을 일원화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업계는 이 사례를 통해 디포스트 솔루션의 확장 가능성과 디버의 파급력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비효율적인 아날로그 방식을 짧은 시간 내에 자동화할 수 있다는 점이 실증되었고, 디포스트 중심의 서비스 확대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콜센터로 퀵서비스의 고충 해소
디포스트에 이어 디버가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 프로젝트는 ‘AI 콜센터’다. 퀵서비스 업계는 인건비 상승과 야간·주말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 대표는 “야간 근무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많은 퀵사들이 심각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디버는 AI 기반의 고객 응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전화번호만으로 고객 정보를 식별하고, 자동으로 배송지까지 안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테스트 결과, 기존의 인간 상담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응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장 대표는 “우선 야간과 주말 접수를 AI로 대체하고, 점차 전면적인 자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용 구조에서도 획기적 절감이 가능하다. 기존 상담원이 1콜당 약 1,000원의 비용이 들었다면, AI는 100원이하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장 대표는 이 AI 콜센터를 발판 삼아, 기존 퀵사들을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흡수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업계의 불편함을 함께 해소하며, 장기적으로 디버 생태계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AI와 SaaS로 수익성의 한계를 넘다
전통적인 물류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5% 수준. 하지만 디버는 이 수치를 훨씬 상회하는,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의 확장이다. 과거에는 메일룸 운영에 직접 인력을 투입했지만, 현재는 플랫폼 중심의 SaaS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아직은 120개 중 10개 미만의 건물에서만 적용되고 있지만, 이를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소규모 건물에 적합한 무인 우체국 형태의 솔루션도 준비 중이다.
또한, 장 대표는 중국의 대표적인 화물 정보망 기업 사례를 언급하며, “해당 기업은 분기 매출 5,300억 원에 순이익 2,400억 원을 기록한다. 연간으로는 매출 2조, 순이익 1조에 육박한다”며 “보험, 금융, 광고 등 정보망 위에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얹어 만든 수익 구조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디버 역시 궁극적으로 이와 유사한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냉각된 시장 속 투자 유치, 그리고 제2장의 서막
올해 초 디버는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시점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상반기 투자 시장은 전례 없이 냉각돼 있었고, 특히 물류 섹터는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한 발 더 멀어져 있었다. 장 대표는 “물류라는 말만 나와도 검토를 거절한 투자사가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50곳 이상의 VC와 접촉해 20차례 이상 미팅을 진행했고, 결국 브릿지 펀딩에 성공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디버와 디포스트가 향후 물류 산업 내에서 갖출 경쟁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 디버는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한 상태다. 장 대표는 “내년에는 매출 200억 원을 달성하고 BEP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지금까지 그랬듯이 간절히, 하지만 올바른 과정을 통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버의 제2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들의 여정은 한국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도전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 기존 산업의 관성, 아날로그 시스템을 기술로 혁신해야 하는 과제. 디버는 이 모든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기술 기반 솔루션으로 해답을 찾고 있다.
장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류 산업은 느리지만, 디지털과 AI 전환의 잠재력이 엄청난 정말 재미있는 분야입니다.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올라갑니다.” 디버의 다음 장, 그리고 대한민국 물류 시장의 혁신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