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기업 DHL이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변화한 미국 무역정책 속에서 국제 무역과 해외 투자 흐름을 분석한 ‘DHL 글로벌 연결성 지표(Global Connectedness Tracker) 2025’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과 공동으로 수행되었으며, 관세 인상과 지정학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역이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25개 이상의 출처에서 수집한 2,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계화와 무역의 변화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DHL은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2025년 상반기는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무역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글로벌 교역은 예상보다 강한 회복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2029년 글로벌 무역량은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10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미국의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무역이 꾸준히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DHL은 “미국이 전 세계 상품 수입의 13%, 수출의 9%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 내 정책 변화가 글로벌 무역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미 지역은 관세 인상 여파로 성장률 전망이 2.7%에서 1.5%로 하향 조정됐지만, 남미·중앙아메리카 및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은 오히려 성장률이 상향됐다. 이는 중동의 석유 수출 확대와 남미의 제조업 회복세가 교역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DHL은 “정책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세계화의 근본적인 추세를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한 2025년 상반기 해외 직접투자(FDI) 흐름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국경 간 인수합병(M&A) 비중도 큰 변화가 없으며, 기업들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 내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었다. DHL은 이를 “글로벌 비즈니스의 회복력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DHL 익스프레스 CEO 존 피어슨(John Pearson)은 “이번 지표는 각종 불확실성 속에서도 세계 무역이 여전히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무역 장벽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서로 연결된 세계 속에서 창의적인 무역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세계 경제의 ‘블록화(Bloc)’ 현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간 교역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무역 거리의 평균은 약 5,000km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주요 지역 내 교역 비중은 51%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세계화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DHL 세계화 이니셔티브 책임자 스티븐 알트만(Steven A. Altman)은 “현재의 무역 및 투자 흐름은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과 다르다”며 “기업들은 지정학적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여전히 연결된 세계 속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