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하나로 원전 설비 지진 피해 예측하는 AI 기술 개발

2025.09.30 13:48:47

이창현 기자 atided@hellot.net

 

단일 센서로 원전 139개 지점 지진 응답 추정...점검 효율 혁신

 

원자력 발전소의 보조 건물에 몰려 있는 배전반, 비상발전기 같은 전기 설비는 진동에 취약하다. 실제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콘크리트 건물은 큰 피해가 없었지만 전기 설비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를 일일이 점검하지 않고도 보수가 필요한 설비를 신속히 가려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이영주 교수팀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측정본부 비파괴측정그룹 이재범 박사팀은 원자력발전소 보조건물 내 139개 세부 지점의 진동 현황을 추정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개발된 인공지능 모델은 단일 센서가 실측한 지진 데이터를 입력받아 건물 내 139개 지점의 지진 가속도 응답을 0.07초 안에 산출한다. 가속도 응답은 지진파가 지나갈 때 설비가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흔들렸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를 분석하면 우선 점검이 필요한 설비 구역을 파악할 수 있다. 139개 지점의 가속도 응답을 실제로 측정하려면 수백 대의 센서가 필요하지만, 인공지능이 가상 센서 역할을 해 설치 비용과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모델을 여섯 개 단계 블록으로 설계해 지진파 속 느린 흔들림부터 빠른 떨림까지 다양한 진동 패턴을 학습하도록 했다. 이로써 보조건물 전체의 큰 움직임뿐 아니라 특정 설비 주변에서 증폭되는 진동까지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성능 검증 결과, 잡음이 없는 조건에서는 예측 오차가 0.44~0.59%에 불과했고, 잡음을 인위적으로 섞은 10dB 환경에서도 약 4% 수준의 낮은 오차를 유지했다. 또한 실제 지진 기록(NGA-West 2)을 활용해 시험한 결과, 한국과 미국 원자력발전소 설계 안전 기준인 강진 조건에서도 신뢰할 만한 추정치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원전 점검으로 인한 가동 중단 시간과 센서 유지·보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특히 방사선 통제구역에서는 센서 설치와 유지보수가 제한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제1저자인 이진구 연구원은 이번 성과로 제28회 원자로 구조역학 국제학회(SMiRT)의 젊은 연구자상(Shitaba Award) 부문에서 입선했다. SMiRT는 원자로 구조 및 내진 분야의 권위 있는 학회로, 올해 학회는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다.

 

연구 결과는 토목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컴퓨터 에이디드 시빌 앤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Computer-Aided Civil and Infrastructure Engineering)’ 11월 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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