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가능한 피지컬 AI의 진화…로봇이 ‘결정하고 행동하는’ 시대

2025.08.23 09:21:09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인공지능 기술이 언어와 이미지 이해를 넘어서 현실 공간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는 인간의 판단과 반응을 물리적 로봇에 통합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 중이다. 김종환 디스펙터 대표는 ‘실행 가능한 피지컬 AI’를 통해 로봇이 실시간 상황을 인지하고 자율 판단해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제시했다. 기존 로봇 기술의 파편화, 느린 통합 속도, 환경 적응력 부족 등 한계를 극복하는 이 시스템은 AI GCS와 엣지 디바이스 기반의 원격 브레인, 자율주행, 인지-판단-행동의 AI 통합을 목표로 한다. 이 글은 해당 기술의 구현 배경, 주요 개념, 실제 적용 사례, 학습 아키텍처 및 향후 전망까지 단계별로 짚어본다.


 

피지컬 AI, 왜 지금 주목받는가

 

전통적인 인공지능은 주로 패시브 AI(Passive AI), 즉 데이터를 입력받아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수동적 형태였다. 그러나 산업 현장과 사회 전반의 요구는 점점 더 능동적이고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는 AI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인지하는 것을 넘어,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물리적 실행 능력을 포함한다. 이는 인간의 지각-판단-행동 프로세스를 AI와 로봇에 이식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도 AI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로봇 기술과 피지컬 AI가 있다. 특히 고령화, 출산율 저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산업계는 인간의 작업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에 주목하고 있다. 국방·건설·플랜트·물류 등 위험하거나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로봇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AI가 단순 판단을 넘어 행동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내에는 피지컬 AI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이 거의 없고, 로봇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대학교와 연구소가 이 분야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행 가능한 피지컬 AI를 완성해 내는 데까지는 아직 많은 기술적 간극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스펙터는 AI와 로봇을 하나의 ‘실행 가능한 시스템’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기술적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AI가 현실 공간에서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실시간으로 실행 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AI 시스템이다.

 

피지컬 AI 실현의 4대 장벽과 디스펙터의 해법

 

피지컬 AI의 구현은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인 장벽이 매우 높다. 김종환 디스펙터 대표는 네 가지 주요 장애 요소를 명확히 지적한다.

 

첫째, 하드웨어 파편화다. 로봇, 센서, 엣지 디바이스 등 구성 요소가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와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하나의 일관된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어렵다. 각각의 조합을 위해 별도의 개발과 검증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초기 비용은 급격히 증가한다.

 

둘째, 환경 적응력 부족이다. 현재의 로봇 시스템은 실내에서는 작동 가능하지만 실외 환경, 날씨 변화, 지형 복잡성 등에 대응하지 못한다. IP67 수준의 방진·방수 성능, 엘리베이터 탑승이나 계단 이동 같은 현실적인 요소도 고려 대상이다.

 

셋째, 범용 AI의 한계다. GPT나 VLA 등 거대 언어·비전 모델이 존재하지만, 이를 로봇에 직접 탑재해 실시간으로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규모 모델은 처리 속도가 느리거나 연산량이 많아 실시간 반응에 적합하지 않다.

 

넷째는 인간 의존적 제어 시스템이다.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상태라면, 그것은 완전한 AI가 아니다.

 

이러한 현실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디스펙터는 ‘AI GCS(AI Ground Control System)’와 ‘AI 엣지 디바이스(Edge Device)’라는 양대 축을 제시했다. GCS는 원격에서 로봇을 제어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엣지 디바이스는 각 로봇에 부착되어 현장에서 판단 및 실행 기능을 담당한다. 이 둘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실시간 통신과 제어를 통해 자율적이고 신속한 AI 실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구조는 하드웨어 파편화 문제를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해소하고, 환경 적응성과 실행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인지-판단-행동의 통합 구조: 브레인X 시스템

 

피지컬 AI가 작동하려면, 단순한 명령 입력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넘어 인지, 판단, 행동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구조가 필요하다. 디스펙터가 개발한 ‘브레인X 시스템’은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실행형 AI 아키텍처다. 해당 시스템은 다양한 AI 모델을 플러그인 방식으로 연결해, 각각의 로봇에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여기에는 객체 인식, 결함 감지(Defect Detection), 환경 변화 감지, 신체인지 포션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능이 포함된다.

 

특히 환경 변화 감지 기술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로봇이 전날 촬영한 이미지와 오늘의 이미지를 비교해 변화된 부분을 감지하고, 그것이 위험한 변화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단순히 픽셀 단위의 비교가 아닌, 세만틱 정보까지 고려한 ‘의미 기반 변화 감지’를 통해 소화기의 위치가 바뀌었는지, 새로운 장애물이 생겼는지 등을 해석한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위험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로봇의 자율 이동을 위한 전역 경로(Global Path Planning)와 로컬 경로(Local Path Planning)도 브레인X의 핵심 요소다. 복잡한 환경을 빠르게 분석해 최적 경로를 생성하고, 실시간 상황 변화에 따라 즉시 대응 경로를 변경할 수 있도록 강화학습 기반의 기술이 적용됐다. 이처럼 인지부터 행동까지 하나의 통합 체계 안에서 움직이는 브레인X 시스템은 피지컬 AI의 핵심이자, 기존 로봇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실행형 메모리와 인바디드 AI 구현 사례

 

AI가 인간처럼 상황을 이해하고 반응하려면, 과거 경험을 기억하고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디스펙터는 이를 위해 ‘실행형 메모리 구조’를 개발했다. 이는 퍼셉션(지각), 판단, 액션(행동)을 연결하는 인바디드 AI 시스템의 핵심으로, 장기기억(Long-term Memory),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감정기억(Emotional Memory) 등을 통합하는 구조다. 실제로 김 대표는 2013년부터 인텔리전트 오퍼레이팅 아키텍처(IOA)를 기반으로 이 시스템을 연구해왔으며, 메모리를 기반으로 로봇의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기억은 단순한 데이터 저장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방 안에서 소화기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사라졌다면, 로봇은 이를 기억하고 변화된 위치를 인식하며 ‘이 변화가 위험한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메모리 기반 시스템은 디스펙터가 참여했던 다양한 챌린지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비주얼 룸 리매니지먼트 챌린지’에서는 적은 학습량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 성적을 기록했으며, 상황 인식-작업 계획-행동 결정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바디드 AI의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홈서비스 로봇, 돌봄 로봇, 국방 로봇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사람이 말하지 않아도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로봇, 즉 ‘기억하는 로봇’은 피지컬 AI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다.

 

글로벌 흐름 속 피지컬 AI 기술의 경쟁력

 

피지컬 AI는 이제 단지 기술적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산업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미국, 유럽 각국은 자국 내 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피지컬 AI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으며, AI의 인바디먼트(Intelligent Embodiment), 즉 지능의 물리적 구현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을 기반으로 로봇의 지각-언어-행동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며, 다양한 강화학습 기반 모델을 활용해 자율 이동, 사물 조작, 상황 판단 등의 정교한 행동 생성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로보틱스와 감정 AI, 자연어 처리 기술을 융합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감성형 로봇도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디스펙터의 브레인X 시스템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다. 복잡한 하드웨어 구성에도 불구하고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AI 모델과 연동이 가능하며, 하드웨어 종속성이 낮고, 다양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특히 원격 제어 중심의 AI GCS와 현장 실행 중심의 엣지 디바이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중앙집중형-분산형 AI의 균형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히 연구 단계의 기술이 아닌,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구조로 설계된 점에서 실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결론과 향후 전망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변곡점에 있다. 디스펙터가 제시한 실행 가능한 피지컬 AI는 기술적 복잡성을 통합하고, 실행 가능성과 현장 적용성을 높인 통합 솔루션이다. 이는 앞으로의 로봇 개발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필수 요건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정부의 AI 정책과 맞물려 이러한 기술은 국방, 물류, 제조, 건설 등의 핵심 산업에서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뿐만 아니라 드론, 자율차, 감정 인터랙션형 로봇 등 다양한 형태의 피지컬 AI가 일상에 스며들 것이다. 디스펙터의 기술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해법으로, 국내 로봇 산업의 전략적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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