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고부스트 김장우 대표 인터뷰
거대한 도시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도로망과 신호체계가 막힘없이 작동해야 한다. AI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GPU, 스토리지, 네트워크가 제 역할을 하려면 서로 간의 데이터 흐름이 매끄럽게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구조에서는 모든 교통 신호를 CPU 한 대가 관리하다 보니, 차량이 몰리는 순간 도로가 정체되고 처리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망고부스트는 독보적인 DPU(Data Processing Unit)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돌파하고 있다.
AI 서버 효율 극대화, 그 중심에 선 DPU
프레세덴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2023년 약 450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 15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 고속·대용량 처리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DPU는 필수 인프라로 부상 중이다.
DPU는 본래 있던 네트워크 카드가 속도와 기능 면에서 진화한 형태로, 데이터 경로를 지능적으로 제어해 GPU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도록 돕는다. 이 흐름 속에서 망고부스트는 FPGA와 자체 반도체 설계를 결합해 고객 맞춤형 DPU를 제작함으로써 시장을 넓히고 있다. 비유하자면, AI 인프라의 교통 관제사을 톡톡히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효율과 확장성을 끌어올리며,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
망고부스트는 지난 2012년 대학 연구실에서 시작된 시스템 최적화 연구를 토대로 2022년에 설립됐다. 이후 망고부스트는 GPU·스토리지·네트워크를 초고속으로 연결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부스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대표 제품인 400Gbps급 스마트 네트워크 카드는 기존 인프라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며, CPU 의존도를 낮춰 GPU·스토리지 자원을 100% 활용 가능하게 한다.
특히 AMD와의 협력으로 MI300 시리즈 GPU 성능을 최대화한 사례는 업계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김장우 대표는 올해 망고부스트 핵심 과제에 대해 “우리는 대규모 레퍼런스 매출 확보와 함께, 고객 요청 이전에 성능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선제적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망고부스트가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DPU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기술 구현 방식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기존 서버 환경에서 GPU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간 연결은 CPU에 의존했다. 그러나 AI 연산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면서, CPU가 네트워크·스토리지 운영체제까지 처리하는 구조는 효율의 한계에 부딪혔다. 망고부스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CPU가 담당하던 I/O 관리 기능을 독립된 고속·다기능 네트워크 카드, 즉 DPU로 분리했다.
이로써 CPU는 본연의 연산에만 집중할 수 있고, DPU가 GPU·스토리지·네트워크 자원을 자유롭게 연결·제어한다. 회사는 이를 ‘GPU 부스트’, ‘스토리지 부스트’, ‘네트워크 부스트’ 등 세부 시리즈로 나눠 제공한다. 모든 제품은 고객 환경에 최적화한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튜닝을 거쳐 제작되며, 필요 시 수개월 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김장우 대표는 “다기능, 속도, 유연성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DPU 제조사는 전 세계에서 망고부스트와 엔비디아뿐”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자신했다.
망고부스트의 기술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최적화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망고 LLM부스트’다. 이는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GPU 자원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최적화 툴로, 복잡한 세팅과 경우의 수를 엔지니어 개입과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빠르게 해결한다.
일반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최적화 작업을 수 주 혹은 수일로 단축시키며, 이는 고객사의 서비스 출시 속도를 크게 앞당긴다.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는 학습 성능 향상을, 중소 규모 클라우드 사업자는 추론 효율을 높이는 데 주로 활용한다. 망고부스트는 두 영역 모두에서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 속도가 국내보다 빨랐다. 이는 초기부터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협력 전략 덕분이었다.

“글로벌 경쟁 자신 있어”...근간은 인재와 기술
망고부스트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서 언급했듯이 망고부스트는 다기능·유연성·속도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드문 업체다. 엔비디아가 범용 CPU 기반 설계를 채택한 반면, 망고부스트는 FPGA와 자체 반도체 설계를 병행해 고객 맞춤형 하드웨어를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차별성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고객이 새로운 기능을 요청하면 수개월 내 구현이 가능하다. 김장우 대표는 “우리는 대규모 GPU 서버 확장성 검증과 같은 까다로운 테스트 환경에서도 우위를 보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망고부스트는 실제로 GPU 서버 4개를 연결했을 때 성능을 100%까지 선형적으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AMD조차 보여주지 못한 결과였다. 이 성과는 AMD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됐고, 델 테크놀로지스 역시 망고부스트의 소프트웨어 적용 후 성능 향상 효과를 인정했다. 망고부스트의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고객 맞춤형 솔루션 공동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AMD와의 협력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망고부스트는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는 플랫폼 중립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다양한 생태계와 연계한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김장우 대표는 “우리는 모든 GPU·스토리지·네트워크를 연결한다”며, 이 범용성과 유연성이 향후 시장 점유율 확대의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망고부스트의 최우선 과제는 대규모 레퍼런스 매출 확보다. GPU 서버 100대 이상 규모의 네트워크 성능 검증은 스타트업 단독으로는 쉽지 않기에, 글로벌 데이터센터 및 국내 주요 클라우드 기업과 협력해 실제 운영 환경에서 성능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장우 대표는 “이런 대규모 테스트를 통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가’를 증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클라우드 프로젝트와 민간 대형 고객사 모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제조·양산 파트너로 대만의 전문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망고부스트는 향후 2~3년 내에 ‘세계 최고의 시스템 솔루션 회사’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한 반도체 제조사가 아닌, 전체 시스템을 설계·구현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력 제품인 스마트 네트워크 카드를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에 탑재시키고, 고객이 필요로 하기 전 새로운 기능과 성능 향상 방안을 제안하는 전략을 선보일 계획이다. FPGA 기반의 유연성과 SoC 기반의 고성능을 조합해 차세대 DPU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김장우 대표는 “망고부스트는 국내 최고의 전력이 한곳에 모여 있는 회사”라며, 이러한 인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대형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독보적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 자신감은 단순한 포부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입증된 기술 성과에 근거하는 확신이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