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디지털 전환(DX)의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한 HMI
HMI(Human Machine Interface)는 작업자와 기계가 소통하는 핵심적인 접점 기술이다. 산업 현장에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인버터(Inverter)·센서(Sensor) 등 다양한 장비를 연결하고, 그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기술의 주요 역할이다.
작업자가 설비를 실시간으로 손쉽게 모니터링·제어하도록 지원하는 기능 또한 HMI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HMI는 현장의 모든 정보를 집약하고 직관적인 조작을 돕는 터치스크린 기반 통합 관제 시스템이다.
과거 HMI는 기본적인 제어 기능과 정보 표시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인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데이터센터(Data Center) 등 차세대 인프라의 중요성이 급증하면서 HMI의 역할은 급속도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와 산업 트렌드는 HMI의 전략적 중요성을 크게 증대시키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들은 향후 5년간 HMI 시장이 연간 5%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HMI가 스마트 산업 인프라 환경의 필수적인 기반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HMI, 산업 지능 깨우는 핵심 인터페이스로...초연결 시대 견인의 ‘핵심 축’
이처럼 미래형 HMI는 터치 디스플레이 형태의 직관적인 활용성 기반 운영 기능에 더해,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을 혁신 기술로 변화시키고 있다.
먼저, 데이터 통합·분석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PLC 중심의 데이터 수집 방식에서, CCTV 연동이나 생산 로그 분석 등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HMI 자체적으로 통합 관리·처리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실시간 운영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예측 유지보수 등 고급 기능을 활용하게 된다.
나아가 OT·IT 융합의 핵심 인터페이스 역할이 기대된다. 스마트 팩토리 환경에서 현장 설비와 전사 시스템 간 유기적인 통신은 필수적이다. 미래형 HMI는 통신 프로토콜과 보안 기능이 고도화돼, OT·IT 시스템을 직접 연동한다. 이로써 데이터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연결점으로서 활약할 예정이다.
강화된 보안 및 규제 준수는 미래 HMI의 필수 요소로 부각된다. 이는 산업 제어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 위협이 증가하면서 HMI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단 조작 방지 설계인 템퍼-프루프(Tamper-proof) 적용 ▲강화된 부팅 보안 ▲암호화된 통신 등 다층적인 보안 기능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와 더불어 해양 산업용 선급 인증 ‘한국선급(KR)’, 노르웨이·독일 선급 인증 ‘DNV’, 유럽연합 산업용 인증 ‘CE’, 미국 안전 규격 ‘UL’ 등 각 지역 및 산업별 특화된 글로벌 인증에 대한 요구도 만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듈성·유연성 강화도 고도화의 관건이다. HMI는 급변하는 제조 환경에 맞춰 더욱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모듈형 디자인은 디스플레이, 프로세싱 유닛, 입출력(I/O) 확장 등을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교체하거나 추가할 수 있게 설계된다. 설비 변경이나 업그레이드 시 시스템 전체 교체 없이 특정 부분만 수정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HMI 역사 잇는 DNA 심다...슈나이더일렉트릭, 새 시대 위한 기준 제시
글로벌 에너지 관리 및 산업·공장 자동화(FA) 솔루션 업체 슈나이더일렉트릭(이하 슈나이더)이 지난달 약 14년 만에 HMI 신제품을 공개했다. 프로페이스(Pro-face) 브랜드의 새 모델 ‘GP6000’은 스탠다드(Standard Box) 모델로, 지난 2011년 출시된 GP4000 시리즈를 계승한 제품이다. HMI 시장의 변화와 요구사항에 부합하도록 설계됐다.
핵심은 시스템 자체적인 투명성·유연성·안정성·보안성 확보다. 여기에 메모리는 eMMC 플래시 메모리(eMMC Flash Memory) 4GB을 적용했고, 백업 메모리로는 NVRAM 512KB 저장 장치를 기본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향상된 해상도와 색감으로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직관성을 높였고, 기존 제품과 동일한 컷팅 사이즈를 유지해 기존 시스템으로의 이전 및 전환(Migration)이 용이하다.

또한 듀얼 기가비트 이더넷(Ethernet) 포트, USB 2.0 및 3.0 포트, RS-232C 및 RS-422/485 시리얼 포트 등 연결 옵션을 제공해, 다양한 산업 기기와의 유연한 연동을 가능하게 한다.
송연옥 슈나이더 자동화 사업부 매니저는 GP6000의 핵심 차별점 중 하나로, 슈나이더의 에코디자인(EcoDesign) 핵심 가치가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이식된 점을 강조했다. 에코디자인은 기획·생산·사용·폐기 등 제품 전주기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하는 글로벌 친환경 디자인 원칙이다.
송 매니저는 “이를 위해 재생 알루미늄 자재와 친환경 소재를 제품에 이식했고, 포장 박스도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구성하는 등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략은 슈나이더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 경영 목표와 시너지를 내며, 자사 모든 이해관계의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경영 실천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다”라고 언급했다.

GP6000 시리즈는 디지털 전환(DX) 시대에 필수적인 사이버 보안 기능 역시 강화됐다. 물리적으로 제품을 무단 분해할 수 없도록 제품 외부에 씰(Seal)을 적용하고, 부팅 시 보안을 강화하는 기능이 작동한다. 또 암호화된 통신 시 다층적인 보안 기능을 탑재해, 외부 위협으로부터 사용자의 지적재산(IP)과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다른 한편, 슈나이더는 GP6000 시리즈의 어드밴스드(Advanced Box) 모델을 올해 말 출시해 시리즈를 보강한다. 이 모델은 모듈형 디자인을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사이즈 변경, I/O 확장, 애플리케이션 추가 등 다양한 현장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 가능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현장 목소리에 답하다...현장 맞춤형 솔루션으로 구현되는 최적의 고객 경험
GP6000의 핵심 플랫폼은 프로페이스 브랜드의 대표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GP-Pro EX’다. 이 소프트웨어는 지난 20여 년간 HMI 설계·운영을 지원하며 높은 호환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송연옥 매니저는 “GP-Pro EX는 최신 버전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편집 도구를 비롯해, 산업용 데이터 통신을 위한 개방형 상호 운용성 표준 ‘OPC UA’ 기반의 보안 통신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OPC UA 통신 지원을 통해 클라우드 등 상위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손쉽게 올릴 수 있는 기능도 점차 확장될 예정이다. 여기에 PDF 뷰어, 미디어 뷰어 등 직관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처럼 GP-Pro EX는 사용자 친화적 기능 강화와 함께, 기존의 폐쇄적인 OS에서 기업용 리눅스(Linux)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사용자의 다양한 기능을 내재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변화는 슈나이더가 집중하는 고객 경험(User Experience) 정책의 일환이며, 엔지니어링에서 운영까지 전 단계에서 효율적인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슈나이더는 현장 맞춤형(Customized) 요구에도 대응 가능하도록 제품 설계 및 솔루션 개발 과정에서 특화된 확장성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특수 환경에 맞춰 특수 제작한 HMI를 제공한다. 예컨대, 반도체 가스 설비의 질소 가스 투입 장비처럼 질소와 접촉하는 현장에서는 LCD 디스플레이가 변질되지 않도록 밀폐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제공한 바 있다.

또한 특정 고객사의 로고(CI)를 제외하거나 베젤 색상을 변경하는 등 외관 맞춤화는 물론, 고객이 원하는 특정 기능을 추가 개발하는 주문제작형 솔루션도 제공한다. 아울러 해외 현지 작업자를 위한 HMI 교육 매뉴얼을 현지 언어로 제공하고, 여러 버전의 장비를 쓰는 고객사를 위해 통합 HMI 솔루션을 개발·배포하는 등 현장·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슈나이더의 기조는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드러난다. 슈나이더는 국내 산업을 핵심 거점으로 지정하고, 전략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국내 다양한 환경에 특화된 요구사항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에서 요청한 질소 가스 유입 방지 솔루션이나, QR(Quick Response) 코드를 활용해 현장 데이터를 자동 기록하고 기존 데이터와 연동하는 기능 등은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 예시다.
슈나이더는 앞으로 주기적인 ‘요구사항 수집 캠페인’을 추진해, 국내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로 기대받는 혁신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슈나이더의 고객 중심 접근법은 GP6000 시리즈의 활용 범위를 대폭 넓힐 것으로 기대받는다. GP6000은 스마트 팩토리, 데이터센터,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군부터 패키징, 식음료(F&B), 제약·바이오 등 일반 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될 예정이다.
송연옥 매니저는 “GP6000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기존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려, 초연결 산업 생태계 구축의 핵심 주역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미래 자동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HMI 기술을 지속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