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권 시대, 산업 전략의 핵심이 된 소버린 AI [키워드PICK]

2025.07.24 20:03:08

서재창 기자 eled@hellot.net

 

글로벌 강대국이 주도하는 ‘AI 주권’ 경쟁


“데이터와 모델, 인프라를 갖지 못한 국가는 AI 시대의 ‘디지털 식민지’가 될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디지털 전략 담당 고위 인사의 이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AI 기술이 경제와 안보, 사회 시스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국가의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gk고 있다. 이른바 ‘소버린 AI(Sovereign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미래 산업과 국가 경쟁력의 향방을 좌우할 키워드가 되었다.

 

소버린 AI란 외부 국가나 기업의 기술, 인프라, 알고리즘,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AI 기술을 자립적으로 개발·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뜻한다. 이 개념은 특히 유럽에서 먼저 제기됐다. EU는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데이터 주권을 강조해 왔으며, 2023년에는 ‘AI Act’를 통해 AI 기술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법적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각각의 LLM(대규모 언어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해 미국 빅테크에 대한 기술적 독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오히려 기술 패권국의 입장에서 소버린 AI 개념을 안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AI 모델·클라우드 인프라를 무기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며, 자국 내 AI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AI Executive Order’와 같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데이터 해외 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자국 AI 우선 기조 아래 텐센트, 바이두 등 빅테크 중심의 AI 주권 생태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데이터·연산자원·알고리즘을 둘러싼 디지털 주권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기술 독립’ 외치는 한국, 그러나 아직은

 

우리나라 역시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2023년부터 정부는 ‘AI 반도체·클라우드 독립 전략’을 발표하며 국산 기술 중심의 디지털 주권 확보를 선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부터 국가 AI 인프라 확대사업을 통해 국산 LLM, GPU 기반 고성능 연산 자원,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의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민간 의존도가 높은 현실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카카오는 코GPT를 통해 한국형 LLM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대다수가 엔비디아의 GPU 및 외산 클라우드 스택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형 AI 인프라 기업인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 가비아 등이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 사업에 참여했지만, 기술 경쟁력이나 생태계 면에서 아직은 글로벌 선도국과 격차가 크다.

 

공공 데이터의 개방 속도, 산업별 데이터 주권 정책, AI 기술 표준화와 같은 거버넌스 체계도 미흡하다. AI를 위한 국가적 데이터 주권 설계가 전방위적으로 추진되지 않는 한, 모델이나 인프라를 국산화해도 진정한 의미의 소버린 AI에는 도달하기 어렵다. 

 

소버린 AI의 기술적 조건 : 데이터, 모델, 인프라의 삼위일체

 

소버린 AI의 실현을 위해선 기술적 조건이 명확하다. 첫째는 데이터 주권이다. 의료, 제조, 금융, 교육 등 산업별 고품질 데이터를 민간·공공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데이터의 저장·활용 주체가 자국 내에 존재해야 한다. 둘째는 모델 자립성이다. LLM을 포함한 핵심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훈련하고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연산 인프라의 국산화다. AI 모델은 막대한 GPU 연산력을 필요로 하며, 이를 위한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국내 기술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유럽은 이를 위해 ‘EuroHPC JU(유럽고성능컴퓨팅 공동사업단)’를 통해 슈퍼컴퓨터와 AI 개발 생태계를 통합했으며, 프랑스 Mistral AI는 LLM 학습 전용 슈퍼컴 ‘Jean Zay’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새 정부와 부처를 중심으로 소버린 AI를 향한 수행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두 가지 핵심 축, 성능 평가 체계 고도화와 연산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며 AI 자립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어 기반의 독자 데이터셋 개발을 통해 AI 모델의 평가 기준부터 국내 현실에 맞게 재정립하는 한편, 국내 AI 생태계가 해외 클라우드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국산 데이터센터 및 GPU 인프라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디지털 패권 시대, 기술 주권 넘어 산업 전략으로 확장돼야
 

소버린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기술의 주도권이 산업 패권을 결정하는 시대, AI 기술의 자립은 단순한 기술 국산화 수준을 넘어 산업 정책과 맞닿아 있다. 특히 제조업, 금융, 의료, 국방 등 주요 산업이 AI에 기반해 재편되면서, AI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면 전체 산업 주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버린 AI 구현의 초입에 있다. 민관 협력, 인프라 투자, 인재 육성, 정책 연계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술 블록화 속에서 고립되거나 종속될 수 있다. 이제는 기술을 도입하는 국가가 아니라, 기술을 설계하고 지배하는 국가가 돼야할 필요가 있다. 소버린 AI는 그 첫 단추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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