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쥔 CEO, 반도체 사업에 향후 10년간 최소 500억 위안 투자 계획 밝혀
샤오미가 자율 반도체 개발에 다시 한번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자사 반도체 사업에 향후 10년간 최소 500억 위안(한화 약 9조6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단은 단기 수익보다는 기술 주권 확보에 방점을 둔 전략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현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다.
레이쥔 CEO는 이날 중국 SNS 위챗을 통해 오는 22일 첫 자체 설계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쉬안제O1(XringO1)’ 발표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는 “칩은 샤오미의 미래 기술력을 결정짓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모든 역량을 투입해 긴 여정을 감내하겠다”고 강조했다.
샤오미는 이미 2017년 모바일 AP ‘펑파이 S1’을 자체 개발해 스마트폰 ‘5C’에 탑재한 바 있다. 하지만 기술적 제약과 수익성 문제로 인해 2019년 프로젝트를 중단한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레이쥔 CEO는 “실패가 아닌 우리가 직접 걸어온 여정”이라며 “샤오미는 늘 반도체의 꿈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샤오미는 2021년부터 다시 독자 칩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약 135억위안(약 2조6000억 원)을 투자했다. 개발팀 인원만 2500명을 넘어서며, 장기적 기술 내재화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될 쉬안제O1은 샤오미의 반도체 독립 전략이 단기적 시도가 아닌, 장기간 누적된 기술력과 조직 운영의 결과임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레이쥔 CEO는 앞서 지난 15일 열린 사내 연설에서도 “이번 칩 출시는 지난 10년간 이어온 독자 반도체 개발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샤오미가 하드코어 기술 영역에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출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발표는 중국 내 기술자립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제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기술의 내재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샤오미의 행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대표 사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샤오미의 반도체 재도전은 단순한 칩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폰, IoT, 자율주행 전기차 등 자사 제품군 전반에 독자 칩을 적용함으로써, 향후 글로벌 하드웨어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