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통한 혁신 ‘ON’, 생생한 변화를 목격하다 [TECH온앤오프]
기술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현장 안에서 일어납니다. [TECH온앤오프]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이전’과 ‘이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즈 케이스 기반 스토리텔링 시리즈입니다. 기술 도입 전의 고민과 한계, 도입 과정 그리고 변화 이후의 놀라운 성과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기술이 어떻게 경험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러한 가치를 TECH온앤오프에 담아봤습니다.
[세 줄 요약]
1. 급증하는 주차 이슈 – 수동 주차의 한계로 시간 낭비, 사고 위험 증가, 공간 활용 비효율 발생
2. 주차 로봇 기술 도입 – 무인운반차(AGV), 자율주행로봇(AMR), 리프트&셔틀(Lift&Shuttle) 로봇, 바닥 이송 로봇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차 효율·편의 극대화
3. 주차 혁신 가속화 – 공간 효율 증대, 사용자 편의 향상, 안전 확보...미래 스마트 주차 시스템 기대 증폭
좁은 공간의 마법사 필요한 때, 주차 편의·효율 극대화하는 ‘미래형 스마트 주차’
차량 운전자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번거로움 중 하나, 바로 ‘주차(Parking)’다. 주차를 위해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꽉 막힌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도는 경험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시간 낭비, 접촉 사고 위험 증가, 비효율적 공간 활용 등을 야기하는 도심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이 배경에서 ‘주차 로봇 시스템(Robotic Parking System)’이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 주차 시스템은 만성적인 주차난 해결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기존 수동 주차를 비롯해, 타워형·평면왕복형·다층순환형·승강기형 등 기계식 주차를 대체하는 혁신 주차 기술이다. 언뜻 기존 기계식 주차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하기 힘들 수 있다. 자세히 면면을 살펴보면 세부적인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주차 로봇은 극대화된 공간 효율성이 가장 큰 강점이다. 로봇은 차량을 빈틈없이 정밀하게 배치해 기존 기계식 주차 시스템 대비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여기에 설비 유연성·확장성 또한 확보 가능하다. 주차 공간의 형태·크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 필요에 따라 주차 면수를 용이하게 조절 가능하다.
이러한 주차 로봇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주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위험을 줄이며, 각종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통해 차량 손상 없이 안전한 주차를 지원한다. 나아가 IT 및 융복합 기술을 통해 미래 지향적인 스마트 주차 솔루션을 제공하는 점도 또 다른 잠재력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연동, 실시간 주차 정보 제공 등 지능형 기능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데이터 기반 효율적인 운영 관리를 구현하기도 한다. 특히 여러 대의 로봇을 한데 운용하는 ‘군집 제어’를 통해 주차·출차 시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OFF : 주차, 끝나지 않는 번거로움...도심의 낡은 숙제 풀어야
주차는 ‘운전 초보’와 ‘베테랑 운전자’ 모두에게 저마다의 딜레마를 선사하는 드라이빙 과정이다. 전자에게 주차란, 극도의 긴장과 불안 속에서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요구하는 '미션'과 같다. 노심초사의 심정으로 주변의 시선에 위축되며, 평행 주차나 좁은 공간 주차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주차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반면 후자에게 일상적인 운전의 마무리이자, 여유와 자신감을 느끼가 하는 행위가 바로 주차다. 반대로 베테랑 운전자에게도 주차는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인에 의한 혼란을 야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거나, 비좁고 불편한 주차 구획은 능숙함과는 별개로 번거로움을 안기는 요소다. 여기에 주차선을 무시하는 비매너 운전자들은 주차 공간 부족을 더욱 심화시켜 이들을 난감하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 대부분 권역은 주말이면 주차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상업 시설을 찾은 차량들은 좁은 주차 공간을 찾아 몇 블록씩 헤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오래된 주택가에서는 평소에도 좁은 주차 간격 탓에 이른바 '문콕'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는 차주 간 불필요한 감정싸움과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주차 스트레스를 더욱 심화시킨다.
심지어 지방 소도시도 좁은 골목길에서 주차 이슈를 겪는다. 주차 공간 부족으로 불법 주차가 만연해 보행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처럼 주차는 특정 지역이나 운전 실력에 상관없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불편·불만을 야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통계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시가 지난 2023년 진행한 주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운전자의 약 65%가 주차 공간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했다. 또 주차 공간을 찾는 데 평균 11.8분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교통연구원은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약 3조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보험개발원도 주차 중 발생하는 접촉 사고가 전체 자동차 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ON : 주차 로봇 시장 격전의 ‘긍정적’ 아이러니...‘주차 전쟁’ 종말 선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차 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차 로봇이 꼭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관점은 오로지 사용자 입장만을 고려한 시각으로 해석된다. 주차 로봇은 주차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주차 공간 효율과 밀도를 극대화하고 보안·안전을 확보하는 데도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되거나 개발 중인 주차 로봇은 크게 무인운반차(AGV), 자율주행로봇(AMR), 바닥 이송(Pallet System), 리프트&셔틀(Lift&Shuttle) 등 형태로 나뉜다. 현재 시장에는 해당 기술을 내재화한 각 업체가 각자의 기술을 내세워 주차 로봇 시장에서의 패권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업체는 현대위아·HL만도·마로로봇테크·셈페르엠 등 네 곳이 떠오르는 주자다.
‘현대위아’는 자동차 부품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AGV·AMR 방식을 채택한 주차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군집 제어 기술은 여러 대의 로봇이 협력해 주차·출차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위아 주차 로봇은 최대 가반하중 3톤으로, 두께 약 110mm의 얇은 두께의 기체 설계를 활용해 차량 하부로 진입해 주차 과정을 진행한다. 이때 라이다(LiDAR) 센서로 자동차 위치·크기를 식별한다. 이후 주차장 바닥의 QR코드를 인식한 후 차량 하부에서 바퀴를 들어 올려 주차를 완료한다.
지난 2023년 싱가포르 소재 현대차그룹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성공적인 구축·운영을 마쳤다. 이어 지난해에는 서울 '팩토리얼 성수'에서 상용화에 성공했다.
‘HL만도’는 지난해 미국 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자율주행 주차 로봇 ‘파키(Parkie)’를 대표 모델로 내세운다. 라이다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이 AMR은 자율주행 레벨 4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판 주차 로봇 중 가장 얇은 90mm의 초저상형 기체 두께로 설계됐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장기주차장 실증 운영을 통해 복잡한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능력을 입증했다.
▲ (왼쪽부터) 현대위아 주차 로봇 시스템(3배속)과 HL만도 '파키'. (출처 : 현대위아·HL만도)
이어 ‘셈페르엠’은 리프트&셔틀 기반 ‘엠피시스템(MPSystem)’을 통해 주차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최대 무게 3톤의 차량을 이송하는 AGV가 다방향 이동을 통해 차량을 주차한다. 여기에 탑재되는 AGV는 높이 190mm로, 차량 하부로 진입해 들어 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도 병렬 주차가 가능해 주차 밀도를 극대화한다. 해당 시스템은 지난 2019년 태국에 첫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15개가 현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이어 아랍에미리트연맹(UAE)·멕시코·스페인·헝가리 등 12개국에 진출해 글로벌 로봇 주차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셈페르엠은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삼표그룹과 출자 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해 국내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소재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에 102대 규모로 국내 첫 도입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국내 업체는 ‘마로로봇테크’를 꼽을 수 있다. 해당 업체는 국내 최초로 주차 로봇 시스템 상용화를 추진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0년 경기 부천형 주차 로봇 ‘나르카(Narca)’를 통해 주목받았다. 계남고가교 하부 공간에서 실증을 성공적으로 거쳐 기술력을 입증했다. QR 코드, 비전, 모션 인식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하이브리드형 주차 로봇을 보유했다. 해당 로봇은 다양한 주차 환경에 유연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강점을 갖췄다.
나르카는 2023년에는 경기 부평 소재 굴포먹거리타운 내 35면 규모 지하주차장에서도 활약했다. 지난해 부평구는 해당 주차장을 55면으로 확대 시행해 해당 권역의 주차난 해소를 본격화했다.

해외에서도 주차 로봇 기술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미 다양한 방식의 주차 로봇 시스템이 상용화돼 주차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먼저 독일 물류 시스템 및 리프팅 솔루션 업체 ‘뢰디게 인더스트리스(Lödige Industries)’는 리프트&셔틀 방식의 주차 로봇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이 기술은 높은 공간 효율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주차 시설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이다.
지난 2015년 덴마크 오르후스에 1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다루는 완전 자동화 주차장 시스템을 공급했다. 2021년에는 호주 시드니 소재 고급 단지 레녹스에 327대 규모의 자동 주차 시스템 설치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공항·쇼핑몰·병원 등 전 세계 다중이용시설에 대형 자동 주차 시스템을 배치하고 있다.
같은 독일 소재 ‘세르바 트랜스포트 시스템즈(Serva Transport Systems)’는 바닥 이송식 AGV를 통해 기존 주차 공간을 최소한의 변경으로 활용 가능한 방법론을 구축했다. 이 기술은 빠른 설치와 유연한 확장을 강점으로 한다. 현재 유럽 곳곳에 주차 로봇 시스템을 설치하는 중이다.
끝으로 스페인 소재 ‘파르콜라이(Parkolay)’는 AGV 방식을 토대로 정교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주차 로봇 솔루션을 개발한다. 특히 모든 모퉁이를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는 로봇 움직임과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특징이다. 이를 통해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파르콜라이 주차 로봇 시스템은 스페인 소재 마드리드-바라하스 공항과 발렌시아 공항에 배치돼 있다. 이외에 유럽 소재 다양한 공간에서 활약상을 이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스마트 주차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돼, 새로운 주차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주차 전쟁’은 종식될 전망이다.
주차 로봇 개발·도입 관건, 기준 및 경제성 정립부터 사용자 수용까지
앞선 주차 로봇 시스템 도입은 분명 매력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과도 마주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주차 면수 증가 효과와 장기적인 운영비 절감 효과를 따져 경제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차장의 구조 및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를 로봇 시스템과 통합하고, 향후 수요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 시스템 특성상 로봇의 움직임은 곧 안전과 직결된다. 관련 국제 기준 준수, 다중 안전 장치 마련, 책임 소재 명확화 등 안전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주차 로봇만의 특성을 반영한 법규·규제 정비도 시급한 문제로 인식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2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발표한 ‘기계식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는 주차 로봇의 정의, 주차 로봇 운영에 필요한 안전·검사기준 등이 명시됐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기계식 주차장 법안을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주차 로봇 업계에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핵심 요지는 기계식 주차장 기준의 법적 기준과 묶이기 때문에 구축·운영상 제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차량 입고를 시작한 후 만차 상태부터 이를 모두 출고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두 시간 이내여야 한다’는 내용은 현행 기계식 주차장 기준을 주차 로봇 시스템에 적용해야 하는 맹점이 있다. 업계는 이를 개정해야 하는 근거로, 주차 로봇에 입출고 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이 규정은 주차량을 늘리는 데 한계를 부여해 주차 로봇에 치명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주차 로봇이 속한 현행 기계식 주차장 관련 규정 중 주택법에 저촉되는 부분도 문제로 언급된다. 주택법상 기계식 주차장은 실질적 주거 형태인 주택에 설치되면 안 된다. 이는 결국 주차 로봇이 활동할 수 있는 구역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사용자가 새로운 시스템을 쉽게 이해하고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적인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주차 로봇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우리 삶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차 로봇 시스템 기반 ‘미래형 주차장’은 어떤 모습?
주차 로봇 기술이 보편화된 미래의 주차장은 현재의 번거로움과 비효율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스마트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주차 로봇은 단순한 주차 편의를 넘어, 안전 증진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사람 개입을 최소화해 주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접촉 사고 위험을 줄이고, 첨단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통해 차량 손상 없이 안전한 주차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 주차장의 모습이다.
이러한 주차 로봇 기술은 스마트 도시 구축과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율주행 기술과 연동돼 차량 스스로 주차·충전하는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뜻한다. 이와 같이 미래형 주차장은 단순한 차량 보관 공간을 넘어, 스마트 서비스 허브로 진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차 로봇은 이동 경험을 혁신하고,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미래 도시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