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충격’ 이후 한 달, AI 생태계 변화 얼마나 이뤄냈나

2025.02.21 23:08:45

서재창 기자 eled@hellot.net


지난 1월, 인공지능(AI) 업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킨 기업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바로 딥시크(DeepSeek). 이제는 중국 AI 기술력을 상징하는 얼굴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딥시크가 공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R1’은 저렴한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4’를 상회하는 성능을 보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몰고 왔다. 다만, R1이 활용되기에 앞서 다양한 국가에서는 개발 비용과 성능, 보안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며, 현재 사용 제한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미 증시 뒤흔든 딥시크 파급력

 

지난 한 달, 중국의 AI 스타트업인 딥시크의 등장은 AI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무엇보다 주목받았던 것은 R1의 압도적인 가성비였다. 딥시크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R1의 전신인 딥시크-V3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비디아의 ‘H800 GPU’를 시간당 2달러에 2개월 동안 빌린 비용에 해당한다. 이는 오픈AI의 투자비용 대비 약 5.6%에 불과한 금액이다. 또한,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 3’에 ‘H100’으로 훈련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H800은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가 H100의 사양을 낮춰 출시한 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딥시크-V3를 발전시킨 딥시크-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전했다. 딥시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수학경시대회인 ‘AIME 2024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R1은 79.8%를 얻어 o1의 79.2%를 앞섰다.

 

코딩 부문 라이브벤치 평가 결과에서 R1은 65.9%의 정확도를 기록해 o1(63.4%)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가성비와 함께 놀라움을 안긴 것은 딥시크의 모델이 오픈소스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 빅테크가 공개한 대다수의 AI 모델이 폐쇄형인데 반해, 딥시크의 AI 모델은 매사추세츠공대(MIT) 라이선스 기반 오픈소스로 공개돼 접근과 사용이 자유롭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엔비디아였다. 지난 1월, 딥시크가 등장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엔비디아 주가는 연이은 낙폭을 맛봤다. 1월 24일 기준 시가총액 3위로 내려 앉으며, 3조4927억 달러에서 6127억 달러(880조3273억 원)가 증발하는 악몽을 경험했다. 엔비디아의 주가 추락은 AI 모델 개발에 필수로 여겨진 GPU가 더 이상 해답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H100의 경우 칩 하나의 가격이 3만~4만 달러에 이르며, 주요 빅테크는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 H100 수십만 개를 주문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막대한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률 60%를 넘기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모델이 엔비디아에 장기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방 날린 中, AI 개발 박차 가한다

 

중국 지방정부는 딥시크 도입에 적극 힘을 싣고 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톈진시 직할구인 허베이구가 딥시크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허베이구와 화웨이가 2023년 설립한 ‘톈진 AI 컴퓨팅센터’는 이 시스템을 호스팅함으로써 베이징시와 주변 지역을 통틀어 딥시크 모델을 전면 도입한 최초의 시설이 됐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가 딥시크 기술을 활용할 뿐 아니라 지방 현지 기업까지 비용 절감을 누리게 됐다. 센터 측은 딥시크의 오픈소스 방식을 통해 누구나 저렴하게 기술을 활용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선전시의 룽강구도 딥시크 모델을 도입했다. 룽강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에 중국어 1천자를 교정할 때 약 5분이 걸렸으나 딥시크를 이용하면서 단 몇 초로 단축됐다고 알려졌다.

 

중국 내 주요 기업도 딥시크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은 딥시크를 탑재하고 대화 내용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챗은 자체 검색 기능에 딥시크-R1 모델을 넣기 위한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위챗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처럼 문자나 전화뿐 아니라 결제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어 딥시크의 데이터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두는 오는 6월 30일부터 자사 AI 모델 ‘어니(Ernie)’를 오픈소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이두 리옌훙 CEO는 AI 챗봇 어니봇을 4월 1일부터 무료화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에 경제·기술 문제를 안보화·정치화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중국 기업에 현지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는 기초 위에서 해외 운영을 하라고 요구해 왔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궈자쿤 대변인은 “우리는 또한 관련 국가가 경제·무역·과학·기술 문제를 안보화·정치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딥시크의 개인정보 유출 건과 관련해 서비스 활용을 유보한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였다.

 

제기되는 의문점 그리고 진실은?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GPT-4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개발해 주목을 받았으나, 개발 비용에 대한 의구심과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문제로 인해 한 차례 기세가 꺾였다. 앞서 딥시크는 2023년 중국의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의 투자로 독립적인 AI 연구소로 출범했다. 이후 6710억 개의 매개변수를 학습한 R1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딥시크는 MoE(Mixture-of-Experts) 아키텍처를 활용해 특정 작업에 맞는 모델만 활성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고 처리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딥시크는 개인정보 과도 수집 및 보안 우려로 인해 각국 정부와 기관에서 접속 차단 조치를 받고 있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사용자의 프로필, 입력 내용, 연락 정보뿐 아니라 자동으로 수집된 IP 주소, 장치 정보, 쿠키 등의 정보를 저장하며, 키 입력 패턴 또는 리듬 등도 자동 수집한다. 무엇보다 수집된 데이터는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딥시크가 바이트댄스에 이용자 데이터를 넘긴 정황을 파악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딥시크 서비스에 대한 자체 분석에 착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 유출 정황을 포착했다. 위원회는 추가 우려가 확산하지 않도록 딥시크 국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할 것을 권고했고, 딥시크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대부분 부처가 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위원회는 딥시크 서비스 중단 기간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면밀하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과 데이터 보관 위치에 대한 우려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사용 제한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개인정보보호기관은 딥시크의 개인정보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앱 마켓에서 딥시크의 신규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대만 정부는 중앙·지방정부 부처와 기관, 공립학교, 국유기업 등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다.

 

호주 정부는 모든 정부 사용 시스템과 기기에서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으며, 미국에서는 연방의회 차원에서 딥시크 앱을 차단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딥시크의 데이터 처리 방식과 중국 내 서버 저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따르면, 수집된 정보는 중국에 보관되며, 이는 데이터 유출 및 보안 위협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R1을 개발하는 데 소요된 비용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딥시크의 개발 비용이 공개된 이후, 업계에서는 실제 실제 개발 비용이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반도체 및 AI 분석 기관인 세미애널리시스는 딥시크가 밝힌 비용이 단순히 모델의 사전 학습에 사용된 GPU 임대 비용만을 포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H800 GPU 2048개를 시간당 2달러에 임대하여 2개월간 사용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계산하면 약 295만 달러가 된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이 비용이 전체 개발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가되는 예상 비용으로는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비용, 인프라 구축 및 유지 비용, 인건비 등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이러한 요소를 모두 합산할 경우, 딥시크의 실제 개발 비용이 발표된 금액의 50배 이상, 즉 최소 5억 달러(한화 약 7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하면, 딥시크의 초기 발표는 일부 비용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 개발에는 훨씬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AI 모델 개발은 단순한 하드웨어 비용뿐 아니라, 데이터 처리, 인프라 구축, 인력 고용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영향력은 얼마나 지속될까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공개는 미국 AI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주요 빅테크의 투자 확대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타 마크 저커버그 CEO는 기자 회견에서 “AI 인프라 구축에 자본을 투자하는 전략은 결국 이득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딥시크의 등장이 인프라 투자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AI 오픈소스 표준을 주도해야 함을 다시금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CEO는 “AI에 대한 지출은 용량 제약을 완화할 것”이라며 “AI의 효율성과 접근성이 향상되면,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투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MS와 메타는 각각 800억 달러, 6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투자 업계의 반응도 다양하다. 블룸버그 마켓 라이브 펄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딥시크의 AI 모델이 향후 몇 주 동안 미국 빅테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AI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요 기술 기업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공개된 딥시크 기술을 활용해 AI 모델 훈련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처럼 딥시크의 등장은 미국 빅테크 기업에 도전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빅테크는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함과 동시에 새로운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는 미국 기업의 막대한 비용 지출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AI의 잠재력이 높게 평가됨에 따라 관련 지출이 급증하는데, 실적에서는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결과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출 증가와 동반되지 않는 지출 급증은 배당, 자사주 매입 등으로 쓰일 자본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MS나 알파벳은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의 예상보다 약한 실적, 자본 지출 급증을 발표하고 나서 주가 급락을 겪었다. 지난 1월, MS는 애저 클라우드 사업 부문 3분기 성장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후 주가가 6% 하락했다.

 

이처럼, 딥시크의 기술적 혁신은 주목할 만하지만,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과 규제 강화로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AI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데이터 접근성, 연구개발 역량, 인프라 구축 등 다방면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 딥시크의 사례는 저비용 AI 모델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이러한 기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보안 강화, 개인정보 보호, 규제 준수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한편,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 데이터 센터 및 반도체 인프라 구축, 보안 강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윤리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AI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규제를 준수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딥시크와 같은 혁신적인 AI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사회적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AI 기술이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의 협력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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