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스타트업] 아이벡스 "AI의 눈으로 제조업 무인화 이끄는 역할할 것"

2026.01.27 12:33:16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성민수 아이벡스 대표


제조 현장의 검사 과정에서 단 몇 초의 오류가 전체 생산라인을 멈추게 한다. 백만 번 중 백만 번 모두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제조업의 세계. 이 절대적 정밀함을 요구하는 산업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제조 AI 비전 솔루션 전문 기업 아이벡스다. 최근 시리즈 C 투자 210억 원을 유치하며 누적 370억 원의 투자를 확보한 아이벡스는 단순한 물류 자동화를 넘어 0.1~2mm 수준의 정밀 조립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술력으로 제조업의 변환(AX, Autonomous Transformation)을 주도하고 있다. 아이벡스의 성민수 대표를 직접 만나 제조 AI의 현주소와 회사의 전략을 들어봤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 제조…아이벡스가 완성한다

 

아이벡스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다. 제조 현장에서 요구되는 절대적 정밀성을 AI로 구현하는 것이다. 성 대표는 "빨래를 100번 개는데 5번 실패해도 다시 개면 되지만, 제조업은 백만 번 중 백만 번 모두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아이벡스가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의 핵심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아이벡스가 자동차 전장 제품 조립을 위해 개발 중인 솔루션은 0.1mm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이는 텍타일 센서처럼 미세한 부품을 조립할 때 정밀도가 떨어지면 부품이 파손되기 때문이다. 반면 박스 팔레트 같은 작업은 10~20mm 움직임은 허용된다. 동일한 자동화 솔루션이라도 작업의 종류에 따라 정밀도가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는 의미다.

 

아이벡스는 이 문제를 'AI 외관 검사', 'AI 로보틱스 비전 모듈', '3차원 측정 가이던스' 세 가지 솔루션으로 해결한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제공을 넘어 광학 설계까지 직접 수행한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잘 안 보이는데 자꾸 판단하라고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광학계 자체를 설계하고 테스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아이벡스가 광학 설계까지 나선 이유는 현장의 극한 환경 때문이다. 자동차 도장 라인 같은 방폭이 필요한 작업 환경에서는 10mm에서 20mm 두께의 방폭 유리를 렌즈에 덮어야 한다. 이는 카메라 성능을 크게 저하시키지만 필수적이다. 아이벡스는 이 두꺼운 유리를 통해서도 이미지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광학을 설계하고 그에 맞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메타(Meta)가 데이터 정제의 중요성을 이유로 스케일 AI를 인수한 것처럼, 아이벡스도 좋은 AI를 만들려면 광학이 필수라고 본 것이다.

 


 

모델 업데이트에 3주? 우리는 하루면 된다

 

제조업 현장에서 아이벡스의 기술이 빛나는 순간은 모델 재학습이 필요할 때다. 한 고객사는 여러 생산라인에서 사용 중인 검사 모델 업데이트에 무려 3주가 걸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데이터 수집, 정제, 레이블링, 학습, 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벡스의 접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성 대표는 "현장에서 데이터를 취득하고 모델을 학습하고 배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3일이고, 빠르면 하루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그날 취득한 데이터를 같은 날 학습하고 배포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이 아이벡스의 플랫폼 'AiVOps'다. 고객은 웹 브라우저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새로운 모델을 생성하고 배포할 수 있다. 복잡한 과정은 모두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벡스가 개발한 비지도 학습 모델이 큰 역할을 한다. 불량 데이터가 극히 드문 제조 환경에서 정상 데이터만 학습시켜 비정상을 판단하는 방식인데, 이는 국제 벤치마크에서 글로벌 1위 성능을 입증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정이 보안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사의 민감한 생산 데이터는 온프레미스에 보관되지만 AI 모델은 클라우드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성 대표는 "한국타이어의 불량 데이터나 LG 이노텍의 조립 데이터 같은 것은 절대 외부로 유출될 수 없다"며 "구글 클라우드나 애저의 보안을 믿지만, 우리 데이터가 어디에 쓰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온프레미스에 보관하고 모델만 클라우드에서 업데이트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광학도 하고, 로봇도 하고, 플랫폼도 한다

 

제조 AI 비전 시장에는 여러 경쟁사가 있다. 코그넥스(Cognex)는 바코드 리더와 검사 솔루션으로 오래전부터 시장을 지배했고, 중국의 메크마인드(Mech-Mind)나 하이크비전(Hikvision)은 저가의 구조광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벡스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성 대표는 "우리는 광학 모듈 설계부터 AI 신경망까지 모두 직접 개발하고, 어떤 카메라, 어떤 로봇과도 연동된다"고 강조했다. 경쟁사들이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된 반면 아이벡스는 범용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아이벡스의 대표적인 경쟁력이다. 구체적으로 아이벡스는 고가의 구조광 카메라 대신 스테레오 카메라나 ToF(Time of Flight) 카메라를 사용한다. 비용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성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시장에서 구조광이 이미 포화되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성 대표는 "구조광은 이미 내연기관과 같다고 보면 된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이 100년간 쌓은 내연기관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중국 회사들이 전기차로 간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테레오 카메라로 가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벡스의 차별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순한 솔루션 판매가 아니라, 고객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시행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정밀 조립이나 고난이도 물류 자동화가 필요한 고객사가 있으면 아이벡스는 컨셉을 잡고 필요한 광학, AI 모델, 로봇까지 전체 시스템을 설계한다. 그리고 실제 설치와 통합은 협력사가 맡는다. 이는 애플이 제품을 설계하고 대만의 TSMC에 위탁제조를 맡기는 방식과 같다.

 

이 전략의 효과는 놀랍다. 첫 프로젝트에서 많은 개발 비용이 들지만, 두 번째 프로젝트부터는 개발 비용을 줄이고 50% 정도의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성 대표는 "첫 번째 솔루션에서 AI 모델 개발에 투자하고, 그 다음부터는 만들어진 것을 재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LM도 좋지만 산업형 소버린 AI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

 

성민수 대표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는 시각은 비판적이면서도 낙관적이다. 그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이 아쉽다고 본다. 성 대표는 "구글, 메타, 오픈AI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연간 GPU 인프라에만 수십조 원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LLM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제조 AI는 다르다. 한국은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이고 좁은 땅에 자동차, 반도체, 조선, 2차 전지 등 다양한 산업이 집약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데이터, 현대자동차의 도장 라인 데이터, 한국타이어의 불량 데이터 같은 것은 절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 성 대표는 "이런 데이터 없이는 아무리 하이퍼스케일러도 제조 자동화를 못 한다"며 "결국 우리 같은 현장 기업들의 모델을 돈 주고 사다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진정한 소버린 AI라고 그는 생각한다.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한국만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성 대표는 "20년 후 구글이나 메타가 공장 운영을 완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해도, 각 산업별 세부 AI 모델을 우리에게 사야 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재 아이벡스가 서 있는 위치는 그 목표를 향한 초석이다. 아이벡스는 현재 한국의 주요 제조사인 현대중공업, 한국타이어, LG화학, 풍산 등과 협력하며 각 산업별 최고 수준의 데이터와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제조 AI 비전 분야의 글로벌 표준될 것

 

아이벡스의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제조 AI 비전 분야의 글로벌 표준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 타이어, 2차 전지, 조선 같은 각 산업별로 세계 최고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전 세계 장비 회사들이 아이벡스의 기술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벡스는 현재 스테레오 카메라와 ToF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비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베트남 등 해외 공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성 대표는 "어느 공장에서든 자동화가 필요하면 아이벡스의 솔루션이 그 눈과 두뇌가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강조하는 것은 속도보다 깊이다. 제조 현장의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각 고객사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아이벡스가 화려한 마케팅보다 신뢰와 안정성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이다. 성 대표는 "전체 고객의 절반 가까이가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들어온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조업이라는 가장 현실적이고 어려운 영역에서 AI의 눈과 두뇌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아이벡스. 그들의 도전이 한국을 제조 AI의 글로벌 리더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Copyright ⓒ 첨단 & Hellot.net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