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디지털 인프라 재편 속 토종 메인넷의 전략적 가치 부상

규제 중심 정책 한계 넘어 공공·산업 인프라 구축 전략이 필요할 때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토종 블록체인(메인넷) 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방안’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금융 인프라 재편 흐름 속에서 한국형 블록체인 기술 주권 확보의 필요성을 짚었다.

 

 

현장에는 산업계·학계·문화계 리더들이 대거 참석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 디지털 아키텍처의 핵심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문영배 한국블록체인협회 수석부회장은 주제 발표에서 “한국은 CDMA·안드로이드 등 플랫폼 경쟁에서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며 “블록체인만큼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이미 금융을 넘어 AI, 공공 데이터, 공공 인프라 기술까지 기반 역할을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정책은 여전히 규제 중심에 머물러 R&D와 실증 생태계 부족이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EBSI), 중국(CBDC), 싱가포르 등 주요국이 공공 블록체인 기반망을 구축하며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한국 역시 토종 Grand Layer 및 고성능 메인넷 확보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블룸테크놀로지 이상윤 대표는 자체 개발한 메인넷 ‘로커스체인’을 사례로 들며 고성능 퍼블릭 블록체인의 실현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다이나믹 샤딩, 검증 가능한 프루닝, DAG 기반 원장 구조 등 자체 특허 기술을 통해 기존 블록체인의 한계로 지적됐던 확장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로커스체인은 휴대전화·모바일 기기에서도 노드 참여가 가능한 인구 규모(population-scale) 확장성을 갖춘 하이퍼스케일 블록체인으로 소개됐다. 수십만 TPS 수준의 처리 성능을 기반으로 게임·미디어·물류·공공·금융 등 대규모 트랜잭션 산업에 즉시 적용 가능한 인프라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서버 없이 작동하는 게임 및 스트리밍 플랫폼 시연을 통해 고성능 메인넷 기술이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 모델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네이버 해피빈 권혁일 명예이사장은 참여형 디지털 경제 모델 ‘GiveFy’를 소개하며 블록체인 기반 기부·참여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사용자의 모든 행동이 토큰 가치로 전환되는 ‘가치 적립형 컨테이너(Value Container)’ 개념을 설명하며, 기부·참여·기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경제 구조를 제안했다. 또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K-Bean’을 K-컬처, 게임, 팬덤 경제와 연계해 글로벌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원화 경제권에 참여하도록 설계한 디지털 기축통화 전략을 공유했다. 복지·청년정책·교육·환경 등 다양한 공공 영역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고성능 블록체인이 가져올 산업적·국가적 경쟁력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자들은 블록체인이 AI 시대의 데이터 신뢰성, 거래 투명성, 글로벌 전자 인프라 구축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영배 수석부회장은 “블록체인은 선택이 아닌 국가 전략”이라며 “지금 토종 메인넷을 육성하지 못하면 또 한 번 플랫폼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