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규가 간다] 로봇, '양적 우위' 대신 '질적 완성도'로 정의되다...스무 살 ‘로보월드’, 인간·기계 공생 선언

2025.11.05 23:23:44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글로벌 로보틱스의 현재, 다음은 ‘실질적 적용’과 ‘함께 일하는 방식’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 공장에서 실제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지난 2023년 기준 428만1585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새로 설치된 로봇은 54만2076대로 최종 발표됐다. 연간 로봇 신규 설치는 4년 연속 50만 대를 웃도는 수준에 올랐고, 특히 지난해 신규 도입의 74%가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로봇 기술은 이미 현장에 들어왔고, 공장 외에도 로봇 도입을 기다리는 다양한 시장은 적용 타이밍을 묻고 있다. 현재 로봇 업계는 무엇을 더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로봇을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인간·로봇이 함께 공생하게 될까다. 이에 대한 답은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인공지능(AI)·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디지털 트윈(Twin) 등 기대주 기술의 교차점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로봇 성능’에서 ‘동작 설계’로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피지컬 AI(Physical AI)가 감지·추론·행동을 통합하면서, 로봇은 고정된 공정 장치에서 상황에 반응해 배우고 적응하는 작업 파트너로 재규정되고 있다. 이때 피지컬 AI는 AI가 물리적인 환경에서 직접 학습·적응함으로써 실제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과 협력하도록 하는 핵심 기술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로 제시된다. 본질은 사람과 설비가 섞여 있는 라인에서 안전과 신뢰도를 유지한 채 사이클타임을 지키는 일이다. 이는 산업현장에서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 영역에서의 확장도 예고하고 있다.

 

업계가 시뮬레이션에서 실제 환경으로 기술 적용을 확장하고, 로봇 자체적으로 지능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추론’과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다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산업 현장을 넘어 일상생활 영역으로의 확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시장의 투자 흐름도 로봇 기술의 대전환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ABI Research)는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이 올해 약 500억 달러(약 72조 원)에서 오는 2030년 1110억 달러(약 160조 원) 내외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폭발적 성장의 동력은 앞서 로봇 대수 증가에 주목했던 것에 멈추지 않는다. 대신 로봇이 현장에서 '돈 들인 값'을 하고도 남을 만큼 효율적이고 편리한 수준에 도달하는 데 투자가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이때 휴머노이드,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코봇), 자율주행로봇(AMR) 등 폼팩터를 막론하고 로봇의 경쟁력은 AI·소프트웨어·플랫폼에서 나온다고 제언한다. 이에 따라 로봇 하드웨어는 모듈화돼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가용성을 높이는 실용적 역할로 경쟁 구도가 굳어지는 추세다.

 

현시점에서 보면 기술 발전의 최종 결론은 명확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의 안전한 협업을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AI는 공정과 의사결정의 자율화·자동화를 책임지는 그림이다. 이처럼 글로벌 로봇 시장은 이미 숫자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고, 현장과 일상 영역은 속도를 내라고 재촉한다.

 

이 배경에서 우리나라가 로봇 운용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론과 전략은 뭘까?

 

스무 살 ‘로보월드’, 인간과 로봇의 공생 예고...“스마트가 된 삶과 산업”

 

“서울은 혁신의 중심지로서 로봇공학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다카유키 이토(Takayuki Ito) IFR 회장이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제20회 국제로봇산업대전(2025 로보월드)’ 현장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는 개막식에서 “로봇공학이 첨단 AI, 센서, 네트워크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경제와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이러한 로봇 기반 기술들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년 수십만 대 이상의 산업용 로봇이 신규 배치되고 있으며, 전 세계 제조 현장에서 작동하는 로봇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현황을 짚었고 “기술의 목표와 본질은 항상 사람을 돕는 것이다. 목표는 로봇 기술과 인간이 함께 발전하는 더 나은 사회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김진오 한국AI·로봇산업협회장도 “로봇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우리에게 와닿고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처럼 현재 로봇 산업은 골든타임에 직면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난 2006년 로보월드 개막 이후 지난 20년간 놀라운 성장을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로보월드는 단순한 전시 콘텐츠를 넘어서 전 세계 로봇인들이 교류하는 대한민국 로봇 산업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실제로 수출 및 투자 상담회, 해외 로봇 기관 대상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로봇 기술이 세계 시장에 확장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로보월드는 이달 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전시장 킨텍스(KINTEX)에서 개막해 나흘간 진행된다. 국내외 350여 개사가 약 1000 부스 규모로 전시장을 메웠다. 주최 측은 약 5만 명의 참관객이 다양한 로봇 기술을 관전하기 위해 집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똑똑한 일상! 똑똑한 산업!(Smart Life! Smart Industry!)’을 슬로건으로 배치했다. 이를 관통하기 위해 로봇의 실제 적용을 앞당기는 데 초점을 맞춰 다양한 데모가 전시장을 장식했다. 전시 현장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용 로봇, 코봇, AMR, 서비스 로봇, 물류 로봇 등 각종 기체가 등판했다. 여기에 AI 연계 기술, 로봇 부품, 소프트웨어 등도 출품됐다. 이들을 이용한 각종 공정·물류·서비스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참관객을 맞이했다.

 

 

개막 첫 날 열린 ‘로봇산업 발전 유공자’ 포상과 ‘로보월드 어워드(Roboworld Award)’는 국내 다양한 로봇 생태계의 성과를 강조했다. 비즈니스 프로그램은 국내외 바이어가 참여하는 수출·구매상담회가 상시 운영되고, ‘스타트업 이노베이션 데이(Startup Innovation Day)’를 통해 초기 업체의 투자유치와 시장 안착을 돕는다.

 

이 가운데 전시 마지막 날인 8일에는 참가 업체 신제품을 소개하는 라이브커머스가 메인 무대에서 진행된다.

 

다양한 학술·네트워킹 무대도 기획됐다. ‘제58회 국제 로봇 심포지엄(International Symposium on Robotics, ISR 2025)’이 기존 행사인 ‘국제로봇비즈니스컨퍼런스’와 접목돼 진행된다. ISR은 지난 1970년 독일에서 시작돼 올해로 58회차를 맞는 글로벌 학술 토론회다. 한국AI·로봇산업협회가 주관하고, 국제로봇연맹(IFR)·경기관광공사 등이 후원한다. 이 행사는 전시 첫째 날부터 3일 동안 휴머노이드·AI·자동화·사이버보안 4개 주제로 약 40개 세션이 진행된다.

 

주최 측 관계자는 “발표장에서 습득한 기술과 로드맵을 각 부스에 배치된 데모로 적용·이해하고, 상담 테이블에서 다음 단계로 잇는 콘셉트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20주년을 맞은 올해 로보월드는 기술 발표만 하는 곳이 아닌, 비즈니스 결과물을 창출하는 로봇 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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