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만의 미국 조선소 발주… 북미 시장 선점과 LNG 운송 의무화 대응 ‘투트랙 전략’
한화오션이 미국 내 계열사인 한화필리십야드를 통해 약 3,480억 원 규모의 LNG운반선 건조 계약을 따내며, 한미 간 조선 기술 협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번 계약은 미국산 LNG 수출 운송 의무화 정책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적 프로젝트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큰 틀 안에서 추진됐다.
한화오션은 계열사인 한화필리십야드(Hanwha Philly Shipyard)로부터 약 3,480억 원 규모의 LNG운반선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와 함께 추가 1척에 대한 옵션 계약도 확보하며 미국 내 조선 건조 역량 확보에 힘을 보탰다.
이번 계약 구조는 다층적이다. 발주는 한화오션의 또 다른 계열사인 한화해운(Hanwha Shipping)이 맡았으며, 미국 내 조선소인 한화필리십야드가 수주를 거쳐 다시 한화오션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사실상 그룹 차원의 협업을 통해 미국 내 선박 건조 및 기술 이전, 시장 진출을 동시에 꾀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1970년대 후반 이후 미국 조선소에 발주된 첫 수출형 LNG운반선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오는 2029년부터 시행 예정인 ‘미국산 LNG 수출 운송 시 미국선박 활용 의무화’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로 기획됐다. 이는 미국 조선·해운 산업 재건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미국의 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로 북미 LNG운반선 시장에서 기술력과 공급 역량 모두를 인정받았다. 특히 한국과 미국 양국에 생산 거점을 가진 유일한 조선소로서, 본사의 거제조선소 중심으로 핵심 건조를 수행하는 한편, 한화필리십야드는 미국 해양경비대(USCG)의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인증 작업과 법적 조건을 지원한다.
공동 건조체계가 작동하면서, 한화오션은 한국 조선산업의 고도화된 기술을 한화필리십야드에 점진적으로 이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화필리십야드는 기존 상선 중심의 역량에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의 사업 확대를 추진하게 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필리십야드는 미국 내 존스법(Jones Act) 대상 대형 상업용 선박의 절반 이상을 건조해온 조선소”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LNG운반선이라는 고난도 선박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기술력 상승은 물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한화해운의 전략적 판단 아래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한 결과로, 한화오션은 일감 확보, 한화필리십야드는 기술이전이라는 '윈윈' 구조를 실현하며 북미 LNG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헬로티 김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