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언로켓 정승환 대표 인터뷰
웹툰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인공지능(AI)이 떠올랐다. 기존에는 소수 작가와 스튜디오만 접근 가능했던 고품질 콘텐츠 제작이 이제는 AI 기반 서비스의 등장으로 대중화의 길이 열렸다. 라이언로켓 정승환 대표는 “스토리 자체의 다양성이 부족해진 시장에서, AI는 표현의 허들을 낮춰줄 도구며, 더 많은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용기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언로켓이 이끄는 AI 기반 창작 서비스는 기술 진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콘텐츠 산업 새 성장 동력으로 부상 중이다.
웹툰 산업 혁신의 중심에 선 라이언로켓
웹툰 산업은 수년 간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정체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플랫폼은 다양해졌지만, 소비되는 웹툰의 유형은 유사하고 예측 가능한 스토리로 가득하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장기 연재를 위한 체력 소모와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아 신인 작가나 1인 창작자가 진입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AI 기술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주목받는다.
라이언로켓이 개발한 이미지 생성형 AI ‘젠버스(Genvas)’는 적은 양의 학습 이미지로도 고퀄리티 캐릭터를 생성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라이언로켓은 창작자의 작업 속도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젠버스를 앞세워 콘텐츠 제작 환경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승환 대표는 “젠버스는 10장 미만의 이미지로도 캐릭터의 외형을 학습해 고품질 일러스트를 생성하며, 특정 캐릭터의 고정 표현과 포즈 제어 기능을 통해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한 컷 생성이 가능하다. 이로써 작화 일관성 확보가 중요한 웹툰 제작에서 생산성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말했다.
실제 젠버스를 도입한 창작자들은 웹툰 제작 속도가 기존 대비 10배 이상 빨라졌고, 제작 비용도 50%가량 절감됐다고 평가한다. 또한, 복잡한 반복 작업이 자동화하면서 스토리텔링과 연출 등 핵심 창작 활동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이어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젠버스로 제작된 웹툰이 국내 주요 플랫폼에서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AI 웹툰은 품질상 상위권 진입이 어렵다’는 업계의 인식을 처음으로 뒤집은 사례로, 향후 AI 기반 콘텐츠 제작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 라이언로켓은 캐릭터 시각화 서비스인 ‘젠버스 라이트(Genvas Light)’를 출시하면서 창작의 문턱을 보다 낮췄다. 젠버스 라이트는 단순한 이미지 생성을 넘어 사용자가 입력한 캐릭터 그림 한 장만으로도 고도화한 모델 학습을 수행한다. 이 서비스는 창작자가 직접 등록한 캐릭터와 화풍을 학습해 원하는 포즈를 정확하게 시각화해주는 방식으로, 기존의 무작위 이미지 생성형 AI와 차별화를 꾀한다.
특히 캐릭터 정보 보호 및 직관적인 UI/UX 설계를 통해 창작자와 일반 사용자가 모두 쉽게 창작을 시작하도록 설계됐다. 정승환 대표는 “기존에는 엔지니어가 수동으로 처리하던 모델 학습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일반 사용자도 손쉽게 자신만의 캐릭터를 생성하고 다양한 동작과 표정으로 활용하게 됐다. 이로써 웹툰 제작의 진입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졌으며, 정형화한 콘텐츠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창작이 가능해진 셈이다”고 말했다.

AI,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다
실제 사용자 반응도 뜨겁다. 정승환 대표는 유저의 1차 유입보다 학습 기능을 경험한 이후의 리텐션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캐릭터 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과 개성을 지닌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마네킹 기반 인터페이스는 작가가 의도하는 연출 방향성을 직접 입력해 AI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석 어시스턴트를 두는 것처럼 정교한 협업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단순히 초안을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가 전달하려는 감정과 분위기를 유지한 상태로 장면을 완성한다. 정승환 대표는 “AI가 작가의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고, 창작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창작자 중심의 서비스 철학을 강조했다.
한편, 라이언로켓의 등장과 성장은 웹툰 산업뿐 아니라, 전체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그들의 기술은 웹툰 작가 지망생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영상 콘텐츠 기획자 등 다양한 창작자 층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승환 대표는 “웹툰은 단지 전달 방식일 뿐, 핵심은 이야기며 그 이야기가 다양해야 시장도 커진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유통되던 콘텐츠는 포맷이 정형화했기에 유저의 경험도 예측 가능했고, 이는 결국 시장의 성장 한계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도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일본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적 진보와 시장 반응 속에서도, 라이언로켓은 냉정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한다. 정승환 대표는 “젠버스 라이트는 코딩 툴 ‘커서’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비유했다. 커서가 개발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렸듯, 젠버스 라이트는 웹툰 창작자의 시간을 줄이고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는 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능 개선은 지금도 매주 이뤄지며, 유저 요청을 반영한 포즈·표정 추가와 더불어 이미지 오류율 감소, 모델 정확도 향상 등 다방면에서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다.
하반기를 맞은 라이언로켓은 글로벌 진출이라는 더 큰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정승환 대표는 “한국에서 만든 AI 서비스가 글로벌 무대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올해를 검증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일본 웹툰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며, 웹툰 기반 콘텐츠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젠버스 라이트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다수의 해외 기업과의 논의가 오가며, 이 과정에서 서비스 로컬라이징, 법률 대응 방안도 함께 준비 중이다.
생성 AI가 단지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기술로 남는다면 시장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젠버스 라이트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도구로 자리 잡으며, 창의성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마치 과거 워드프로세서가 글쓰기의 판도를 바꿨듯, 젠버스 라이트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다시 쓰고 있다.
정승환 대표는 “매년이 우리에게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기술, 시장, 유저 반응까지 삼박자가 맞는 해다. 가장 상황 좋은 원년이 된 셈”이라며, 앞으로의 로드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AI 기반 창작 툴의 대중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며, 콘텐츠 산업의 다음 변곡점을 라이언로켓이 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