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50억 파운드(약 190억 달러) 규모의 ‘웜 홈스 플랜(Warm Homes Plan)’을 통해 2030년까지 최대 500만 가구의 주택을 단열·청정에너지 설비로 개보수해 에너지비 절감과 연료 빈곤 완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 ESG 전문 매체인 ESG 뉴스(ESG News)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단열, 태양광 패널, 배터리, 열펌프를 포함한 주택 개보수를 골자로 하는 '웜 홈스 플랜'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를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거 부문 공공 투자라고 규정하며, 저소득층 직접 지원, 모든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지원, 임차인 보호 강화 등을 결합한 정책 패키지라고 밝혔다.
이 계획은 2026년 예산에서 도입된 긴급 생계비 대책을 잇는 후속 조치다. 당시 정부는 4월(현지 시간)부터 가구당 평균 150파운드를 전기·가스 요금에서 공제하고, 약 600만 가구에는 150파운드 규모의 추가 ‘웜 홈 디스카운트(Warm Home Discount)’를 제공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장관들은 이번 웜 홈스 플랜을 단기적 구제에서 장기적 에너지비 부담 경감과 사회적 형평성으로 초점을 전환하는 계기로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2010년 이후 주택 단열 공사 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백만 가구가 더 높은 에너지 요금을 부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 단위의 주거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 성격을 띠고 있다.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는 “따뜻한 집은 특권이 아니라 영국의 모든 가정에 보장돼야 할 기본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계획이 전환점을 의미하며, 에너지 비용을 큰 폭으로 낮추고 최대 100만 명을 연료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며 “이는 생활비 위기를 정면으로 압박하는 정부로서, 에너지 요금을 영구적으로 낮추고 수백만 가구의 집을 개보수함으로써 사람들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안정성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영국 에너지장관은 현재 영국에서 수백만 명이 따뜻하고, 감당 가능하며, 안전한 집에서 살지 못하는 현실을 “스캔들”이라고 규정했다. 밀리밴드 장관은 “이번 투자를 통해 우리는 흐름을 뒤집는 국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며, 연료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영국 전역 가정의 생활비 위기에 한 걸음 더 대응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웜 홈스 플랜은 ‘가계 부담 완화’, ‘선택권 확대’, ‘임차인 권리 강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축은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액 공공 자금 지원 패키지다. 여기에는 단열 공사와, 적절한 경우 지붕형 태양광과 배터리 설치가 포함된다.
이 저소득층 지원에는 50억파운드의 공공 재원이 배정된다. 정부는 현재 9,000~1만2,000파운드로 추산되는 태양광·저장 시스템 설치비를 이 재원으로 전액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주택 단지에는 거리 단위로 따뜻함과 주거 쾌적성을 높이는 지역 단위 개보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축은 모든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지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한 주택 수를 세 배로 늘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 보증이 붙은 무이자 또는 저리 대출을 제공해 태양광뿐 아니라 배터리, 열펌프 설치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열펌프 설치를 위해서는 가구당 7,500파운드의 보편적 보조금이 제공된다. 특히 난방과 냉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기-공기 열펌프(에어 투 에어 시스템)가 처음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더불어 2026년 초 도입 예정인 ‘미래 주택 기준(Future Homes Standard)’에는 신규 주택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으로, 향후 주택 구매자의 운영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세 번째 축은 임차인 보호 강화다. 정부는 현재 약 160만 명의 아동이 추위, 습기, 곰팡이 문제를 겪는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개정 규정을 통해 집주인에게 주택을 안전하고 따뜻하며 감당 가능한 수준의 에너지비를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규제를 통해 2030년 말까지 약 50만 가구가 연료 빈곤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장관들은 집주인이 합리적인 일정에 따라 주택을 개보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SG 뉴스는 ‘웜 홈스 플랜’과 관련해 100억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개발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영국 정부의 다른 조치도 연관 기사로 소개했다. 이번 계획은 주거용 태양광, 열펌프, 단열재 시장에 대한 강한 정책 수요 신호로 해석되며, 설치 및 금융 역량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 노동조합, 반빈곤 단체 등은 이번 정책을 환영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내셔널 에너지 액션(National Energy Action)의 애덤 스코러(Adam Scorer) 최고경영자는 “연료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웜 홈스 플랜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스코러 최고경영자는 “더 저렴한 에너지 비용, 효율적인 난방 시스템, 열을 잘 유지하는 집이 이 계획의 성공에 필수적”이라며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오늘 발표와 100만 가구를 연료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약속은 환영할 만한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로이드즈 뱅킹 그룹(Lloyds Banking Group)의 찰리 넌(Charlie Nunn) 최고경영자는 “영국 전역의 주택이 따뜻하고, 감당 가능하며, 에너지 효율을 갖추도록 돕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넌 최고경영자는 이를 위해 정부, 산업계, 시민사회 간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보다 회복력 있고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혁신, 파트너십을 동원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국노총(TUC) 사무차장 겸 ‘웜 홈스 태스크포스(Warm Homes Taskforce)’ 공동의장인 케이트 벨(Kate Bell)도 이번 정책을 지지했다. 벨 사무차장은 “어떤 가정도 춥고, 습하며, 곰팡이가 피는 환경에서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모두 기후 변화로 겨울이 더 추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마침내 정부가 영국 국민에게 필요한 수백만 건의 주택 개보수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벨 사무차장은 또, 이번 투자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영국 전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 에너지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트웨스트 그룹(NatWest Group) 지속가능성 총괄인 커스티 브리츠(Kirsty Britz)는 “영국의 전환에 있어 중대한 시점에 정부의 웜 홈스 플랜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브리츠 총괄은 높은 에너지 요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집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번 투자가 더 많은 금융을 유도하고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SG 뉴스는 투자자와 제조업체 입장에서 이번 프로그램이 주거용 태양광, 열펌프, 단열재에 대한 강력한 정책 수요를 의미하며, 설치와 금융 역량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보조금, 대출, 규제 기준을 결합한 방식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기술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은행과 녹색 금융기관이 주거 에너지 개보수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보다 명확히 해줄 수 있다. 유럽 및 기타 지역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주거비 부담 완화, 기후 변화 대응, 사회 정책을 하나의 국가적 과제로 묶는 사례로 참고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SG 뉴스는 순배출 제로를 추진하는 여러 국가가 주택 재고, 에너지 빈곤, 기술 비용 등 유사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이 이번 계획을 얼마나 빠르고 대규모로 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국제 에너지 기구, 사회정책 연구자, 금융기관 등이 가계 탈탄소화와 회복력 강화를 위한 ‘복제 가능한 청사진’으로서 주시하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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