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확산 속 무역구제 요청 급증...철강·화학 업계 부담 가중

2026.01.18 12:45:16

이창현 기자 atided@hellot.net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정부에 반덤핑 조사 등 무역구제를 신청한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저가 제품 유입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무역구제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의 ‘무역구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국내 기업이 무역위에 신청한 반덤핑 조사는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국가별로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조사 신청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연합 기업 3건, 일본 기업 1건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무역위가 실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사건은 10건으로, 제품별로는 철강·비철금속 기타 제품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학 제품이 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산업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구조적 사업 재편이 필요한 철강과 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무역위가 조사에 착수한 10건 가운데 5건에는 예비판정이 내려졌으며, 나머지 5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철강 분야에서는 현대제철이 일본과 중국산 탄소강 및 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해 제기한 반덤핑 조사에서 무역위가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에는 28.16~33.57% 수준의 덤핑방지관세 부과 예비판정이 내려졌다. 국내 철강 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대량 유입되며 시장 질서가 교란되고 공정 경쟁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화학 제품의 경우 건축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페이스트 수지 수입재에 대해 최대 42.81%의 덤핑방지관세 부과 예비판정이 내려졌다. 이는 한화솔루션이 신청한 사안으로, 무역위는 독일 비놀릿과 관계사 제품에 42.81%, 프랑스 켐원과 관계사에 37.68%, 노르웨이 이노빈 유럽과 관계사에 25.79%, 스웨덴 이노빈 트레이드와 관계사에 28.15%의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각각 결의했다.

 

기존 주력 산업을 넘어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무역구제 활용이 이어졌다. 무역위는 HD현대로보틱스의 신청에 따라 일본 업체 2곳과 중국 업체 3곳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했고, 덤핑 수입과 국내 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해 21.17~43.60%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대상 품목은 자동차 차체 조립과 용접, 물류 자동화 등에 사용되는 4축 이상 수직 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이다.

 

이 밖에도 태국산 섬유판에 대해 11.92~19.43%의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는 등 무역위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덤핑 등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무역위 조직을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한 바 있다.

 

한편 한국은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자리 잡은 만큼 해외에서는 반덤핑 조사 대상이 되는 사례도 많다. 세계무역기구 통계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은 509건의 반덤핑 관세 피소를 당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보조금 상계관세 피소 건수도 34건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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