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규의 헬로BOT] “현장 중심 인재로 재편” 한국형 로봇 교육, ‘휴먼 에러’ 잡는 실습으로 체질 개선 예고

2025.11.13 19:40:30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인공지능 전환(AX)이 기존의 전공·자격 중심의 산업 교육 질서를 흔들고 있다. 기업은 로봇을 ‘만드는 방법’보다 ‘쓰는 법’, 즉 현장 과업을 세분화한 기술 단위의 학습을 원하고, 교육 주체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를 한데 통합한 실습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로봇 사용자,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개발자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향후 협동 로봇(코봇), 자율주행로봇(AMR), 비전(Vision), 엔드이펙터(End-effector) 등을 통합하는 역량과 인공지능(AI) 활용 및 이해 능력(Literacy)이 로봇계 인재의 기본 소양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교육 과정에서 과목보다 필요한 요소를 바로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현장 문제를 하나씩 떼 세분화된 과제로 만들고, 로봇을 직접 가동하며 데이터 모으고, 간단한 AI 모델을 얹어 결과를 확인하는 식의 주장이다. 이때 과제 결과와 실습 기록이 이력서보다 힘을 가져야 하고, 특정 장비에 한정되지 않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한다.

 

 

이 과정에서 표준 인터페이스와 개방형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다루는 능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예비 인재는 사용자 입장에서 애플리케이션과 통합을 배우고, 그다음 개발 단계를 습득하는 방식의 ‘계단식 성장’이 현실적인 루트라는 의견이다. 또한 재직자 교육은 공정 전환, 설비 가동률, 인적 오류(Human Error) 등 당장 체감되는 지표와 바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이 ‘빅데이터 활용 마이스터 로봇화 기반 구축 사업(이하 마이스터 로봇화 교육)’을 기반으로 국내 로봇 산업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 내 숙련 인력의 현장 노하우를 데이터화·표준화해 이를 로봇에 내재화해 실질적인 로봇 활용 중심의 실습형 인재 배출을 목적으로 한다.

 

온·오프라인 연계 커리큘럼을 토대로, 교육생은 온라인에서 데이터 기본 소양을 쌓은 후 오프라인 실습을 통해 코봇·비전 등 실제 장비를 경험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취득·분석, 로봇화 기초·활용을 큰 틀로 경험하는 것이 첫 단계다. 이후 로봇운영체제(ROS) 기반 시각화, 비전 처리, 코봇 운용 등 과제를 실습으로 진행한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실증 테스트베드와 교육을 동시에 진행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수서동 소재 ‘마이스터 로봇화 지원센터’에 다양한 로봇 인프라를 배치해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 집중했다. 이 시설은 로봇·장비 80여 대를 갖춰 중소·스타트업 대상 대여·실증을 수행했다. 여기에 온·오프라인 상시 교육을 전개했다. 최근에는 업종 특화 과정을 개설해 현장적용 폭을 넓혔고, 정책·교육·현장 연계를 점검·보완하는 가교 역할로 주목받았다.

 

유지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조로봇본부장은 “현장과 교육, 산업과 인재를 긴밀히 연결하는 전주기 로봇 인재 육성 체제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봇 교육 ‘현장 불일치’ 진단...이론 중심에서 실습·과업 기반으로 무게 이동

 

이 같은 흐름을 한자리에서 펼친 장이 지난 12일 열렸다.

 

 

KIRIA가 주관한 ‘한국의 실용적 미래 로봇교육 전환과 과제’ 콘퍼런스에서는 로봇을 쓰는 법부터 시스템통합(SI) 역량을 공통 바탕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행사는 로봇 분야 인재 양성 방안과 비전을 담았다. AX 시대에 맞춰 로봇 인재 교육을 현장 중심으로 바꾸자는 공감대를 만들고, 마이스터 로봇화 교육 성과와 수요 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김소영 멀티캠퍼스 상무는 키노트 세션에서 “AI는 이제 보조 도구에서 디지털화된 지능형 협업 동료(Cybernetic Teammate)”라며 “팀 단위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커리큘럼을 직무가 아니라 과업·역량 단위로 재설계할 것을 주문한 강조점이다.

 

이어 교육 공급과 현장 수요의 간극이 수치로 발표됐다. 윤정민 KIRIA 팀장은 ‘최근 1년 내 로봇 교육 경험이 없다’는 기업 응답이 77.4%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위탁 가능한 전문기관과 실습 장비 부족, 수도권 편중 등이 구조적 원인으로 파악됐다”며 꼬집었다.

 

그러먼서 코봇 훈련(Teaching),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군집 관제, 심지어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활용 등에 대한 요구사항도 언급했다. 그러나 교육 주체는 AI 피킹, 영상 처리 등 요소기술 선호에 머물렀다는 점도 짚었다.

 

이에 윤 팀장은 앞선 간극 해소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공개 이론 중심에서 기업 맞춤형 및 프로젝트 실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수서·안산·구미 등 교육장의 접근성과 장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이어 AI 조작, 파지 교육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활용까지 단계를 확장하며, 시뮬레이션·원격 모듈을 병행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비전을 내세웠다.

 

산업계의 시각도 나왔다. 안기탁 씨디알시스템 대표는 해외 로봇 교육의 핵심을 짚었다. 현장에서 바로 쓰게 만드는 과업형 실습으로 요약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다양한 로봇 융합 기술을 표준 인터페이스와 개방형 SDK로 통합하는 방법론이다. 여기에 대해 그는 외국형 교육은 티칭, 변경 및 재조정, 에러 확인 등 구조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온프레미스(On-premise)·에지(Edge)를 기본으로 해 지연·보안을 동시에 잡는 흐름이 늘고 있다고 정리했다.

 

 

안 대표는 교육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요소 기능과 공정을 겨냥한 소규모 개념증명(PoC) 교육을 제안했다. 이 방식은 운용자가 먼저 로봇 운용·설정 변경 역량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후 고도화된 기술 작업은 파트너가 맡는 투 트랙 전략이 현장에서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계속해서 대학·연구 분야 발표는 입문 단계 인력이 곧바로 현장 기술을 주도하기에는 아직 제약이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 양정현 목원대학교 교수는 “좋은 인력을 육성해도 현장에서는 첨단 과제가 외부 협력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고, 초급 인력은 유지관리나 협력사 커뮤니케이션에 먼저 배치되는 흐름이 많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한 지역 대학의 인재 유출, 학습 연속성 단절, 소프트웨어 중심 역량 공백 등도 병목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를 메우기 위한 해결책으로, 실습형 프로젝트 구축, 멘토링 강화, 현장 기반 커리큘럼 개편 등 필요성을 함께 제기했다.

 

다른 한편, 앞선 과제와 버틀넥(Bottleneck)을 해결하기 위한 마이스터 로봇화 교육의 성과와 향후 로드맵이 공유됐다. KIRIA 측은 현장의 ‘보이지 않는 장인 기술’을 수치화·체계화해 로봇으로 전이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또한 코봇 실습과 데이터 활용을 결합한 모듈형 커리큘럼으로 초·중급 실무 인력을 빠르게 배치하는 모델도 해결책으로 언급했다. 이 같은 디지털 전환(DX) 기반 접근 방식으로 로봇 산업 인력 양성에 매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온·오프라인·현장 등을 잇는 교육 구조와 자체 제작 실습 장비 운용을 강조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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