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산업을 다시 움직인다…‘로봇+AI’ 융합이 가져올 혁신

2025.08.23 10:12:30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AI가 말하고, 이해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가 도래했다. 단순한 대화형 인공지능을 넘어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로봇 기반 AI는 제조, 건설, 방역, 경비 등 산업 전반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마음에이아이 손병희 연구소장은 “산업을 되살릴 진짜 해법은 피지컬 AI”라며, 언어 모델, 대화형 AI, 자율제어 로봇을 아우르는 ‘3개의 심장’을 강조했다. 특히 저전력 온디바이스 LLM 탑재, 공기청정기·농기계·건설로봇 적용 사례 등을 소개하며 산업 현장의 AI 내재화 흐름을 짚었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피지컬 AI, 정적인 AI를 넘어 움직이는 산업의 주체로

 

생성형 AI의 급부상 이후, 인공지능은 또 한 번의 진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에 머무르던 AI가 이제는 실제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피지컬 AI 시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단지 사고하는 존재를 넘어, 물리적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산업용 로봇, 가정용 스마트 디바이스, 자율주행 시스템 등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며 그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기존의 로봇 기술은 SLAM 방식처럼 좌표 기반의 정형화된 경로를 따르는 데 그쳤다. 예컨대 서빙 로봇은 처음 스캔한 공간의 좌표를 기준으로 절도 있게 움직이지만, 예기치 못한 장애물엔 속수무책이다. 그러나 피지컬 AI는 VLA(비전-언어-액션) 기술을 기반으로 시각 정보와 언어 모델을 통해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인간처럼 유연하게 행동한다. 집에 놓인 택배 상자를 피해 가듯이, AI는 이제 공간을 해석하고 판단하며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인지-행동 사이클을 갖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진화를 넘어서 산업 전반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신호탄이다. 단순 좌표가 아닌 ‘이해와 판단’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로봇의 등장으로, 산업은 정적인 데이터 기반 AI에서 동적인 ‘움직이는 지능’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피지컬 AI는 단지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진화 방향이다.

 

언어-대화-행동, 세 개의 심장으로 뛰는 피지컬 AI

 

피지컬 AI는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세 가지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이다. 이를 손병희 연구소장은 ‘3개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심장은 언어 모델이다. 이는 우리가 익숙한 챗봇처럼 질문에 답하거나 명령을 수행하는 언어 중심 AI다. 그러나 피지컬 AI는 단순한 질의응답에 머무르지 않는다.

 

두 번째 심장은 대화형 모델로, STT(Speech to Text), LLM(Large Language Model), TTS(Text to Speech) 기술을 결합해 실시간 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반응 속도, 즉 실시간성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내렸을 때 AI가 몇 초의 지연을 보인다면, 사용자는 답답함을 느끼고 시스템을 외면하게 된다. 따라서 AI가 실시간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반보다는 온디바이스 형태가 유리하다. 클라우드는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며, 공항 등에서 로봇이 멈춰 서 있는 장면은 그 한계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작은 모델(예: 1~8 billion 파라미터)을 양자화하고 최적화하여 디바이스 내부에 탑재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 번째 심장은 행동 모델, 즉 워브(WoRV)다. 이는 로봇이 인간의 말과 환경을 해석하고, 실제 동작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단순히 ‘TV를 켜줘’라는 명령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좀 어두운 것 같아”라는 간접 화법도 이해하고 반응한다. 이는 LLM이 탑재된 디바이스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피지컬 AI는 언어적 이해, 대화 능력, 물리적 행동을 통합하여 진정한 ‘움직이는 인공지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시간성 확보 위한 온디바이스 AI와 경량화 전략

 

피지컬 AI의 핵심 경쟁력은 ‘실시간성’이다. 이를 위해 AI 연산이 로컬에서 즉시 이루어지는 ‘온디바이스 AI’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과거에는 클라우드에 기반한 AI 연산이 일반적이었으나, 이 방식은 빠른 반응이 필요한 물리적 행동에선 치명적인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공공시설이나 산업 현장처럼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는 로봇이 멈춰서거나 오류를 일으키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온디바이스 AI다.

 

온디바이스 AI는 칩셋 내에 LLM, STT, TTS 기능을 경량화하여 직접 탑재함으로써, 인터넷 없이도 명령을 인식하고 즉시 반응하는 시스템을 구현한다. 예컨대 마음에이아이는 퀄컴의 IoT용 AI칩(QCS 6490)에 LLM을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일반 스마트폰 리소스의 1/10 수준에서 작동하면서도 간접화법까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술은 홈 IoT뿐 아니라 의료, 방역, 건설,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열어준다. 특히 팬 소음이 동반되는 공기청정기처럼 소음 환경에서도 음성 인식이 가능한 파필드 테스트를 통과한 기술력은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인다. 실시간성과 저전력, 경량화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온디바이스 AI는 피지컬 AI의 대중화를 가속화할 핵심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피지컬 AI의 산업 확장성…공장에서 전장까지

 

피지컬 AI는 더 이상 실험실 기술이 아니다. 이미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실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예컨대 SK매직의 이동형 공기청정기에는 AI 대화 모델이 탑재돼, 사용자의 음성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공기 순환을 수행한다. 정적인 벽걸이형 제품과 달리,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하며, “연구동 좀 다녀와” 같은 명령도 원거리에서 인식해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자율적 판단과 행동이 가능한 스마트 로봇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농업 분야에선 자율주행 농약 살포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다. 사람 대신 농약을 뿌리는 이 기술은 유해 물질 노출을 줄이고 노동력을 대체한다. 건설 분야에선 자재 운반 로봇이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을 줄이고, 야간작업을 통해 전체 공정의 효율을 높인다. 군수 분야에선 지뢰 탐지 및 위험 지역 탐사 로봇이 전쟁 후 재건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피지컬 AI가 특정 기술군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체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특히 인력 부족, 고령화, 고위험 작업 환경 등 산업계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아가 산업 생태계 내에서 전·후방 부품 공급망까지 확장되며,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적 파급 효과도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과 피지컬 AI의 전략적 가치

 

글로벌 기술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피지컬 AI는 새로운 패권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NVIDIA는 자체 플랫폼 ‘코스모스’를 통해 가상의 AI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실제 환경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반면 퀄컴은 소형 칩셋부터 인퍼런스 서버까지 아우르는 저전력 고효율 전략으로 추론(AI Inference)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FSD 모델에 VLA 기술을 접목하고, 동일한 모델을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에 탑재하며 생산 현장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과 비교해 후발주자지만, 빠른 제품화와 소형화, 현장 적용 역량에서 강점을 보인다. K-휴머노이드연합회의 출범과 함께 산업부-중소기업 협업 모델, 국산 반도체 개발, 자율주행 플랫폼 등 다각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음에이아이는 대기업이 감당하지 못하는 빠른 R&D 사이클을 통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실제로 130명의 인력이 연속적으로 개발 단계를 수행하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빠른 대응력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거대한 생태계와 자본을 무기로 삼는다면, 국내 중소기업은 빠른 엔지니어링, 국산화 전략, 개방형 기술 활용을 통해 실용성과 유연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기술의 트렌드가 아닌, 산업과 안보, 경제를 아우르는 전략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대응과 민간의 기술 집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피지컬 AI의 확산과 미래 전망

 

피지컬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AI는 산업의 공백을 채우고,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휴머노이드형 AI, 4족 보행 로봇, 온디바이스 등의 상용화는 더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및 소버린 AI 기반 인프라 확대를 준비 중이며, 기업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 전략을 마련 중이다.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기술 혁신, 개방형 생태계, AI 활용 정책 등은 피지컬 AI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업의 미래는 움직이는 AI, 즉 피지컬 AI에 달려 있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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