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유진테크가 선보인 AI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다. 유진테크는 최근 머신러닝을 활용한 온도 예측 모델을 반도체 장비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HBM과 같은 고대역폭 메모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D램 기반 공정 안정성 확보와 예측 정확도가 전례 없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유진테크는 단순한 장비 제조를 넘어 공정 예측과 데이터 기반 품질 향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유진태크 선효진 과장을 만나 온도 예측 모델 개발 과정부터 머신러닝 도입 배경, 기술에 따른 파급력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도전이었던 머신러닝 도입, 결과로 증명하다
유진테크는 반도체 공정 장비, 특히 박막증착 장비 분야에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축적해 온 기업이다. 대표 장비인 ‘블루제이(Blue Jay)’와 ‘알바트로스(Albatross)’는 다수의 반도체 제조업체로부터 스테디셀러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강점 위에 유진테크는 최근 새로운 전략을 더했다. 바로 머신러닝 기술을 기존 장비 시스템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특히 이 기술은 D램, 낸드플래시 공정 안정성과 설비 가동률 개선이라는 핵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됐다. 단순히 장비 납품을 넘어 예측과 최적화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실현을 겨냥한 것이다.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반도체 공정에서 온도와 시간, 레시피 조건은 물리 모델 기반으로 설정됐지만, 유진테크는 이 방식을 재정의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유진테크는 반도체 장비 개발 기업에서 AI 기반 스마트 공정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머신러닝 도입은 새로운 시도였다. 선효진 과장은 “기존에는 정통 물리 모델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반복되는 공정 편차와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선 과장은 “내부적으로는 실무 경험 부족과 학습용 데이터 확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안고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 공정은 수많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이기에 단순한 데이터 수집 이상의 정밀한 실험 설계가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유진테크는 머신러닝 모델 개발을 위해 실험 조건을 정교하게 설정하고, 사용자가 실제로 활용하는 주요 온도 대역을 기준으로 세밀하게 구간을 나눠 데이터를 확보했다. 가장 중요한 온도 구간은 0.05도 단위로 나눠 예민한 반응을 파악하도록 설계했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영역은 0.1~0.2도 단위로 구분해 데이터 수집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과정을 통해 단일 공정에서도 수백 개에 달하는 다양한 레시피를 구성해 실험했고, 이 데이터가 이후 모델 학습의 핵심 기반이 됐다.
개발된 온도 예측 모델은 실제 장비에 탑재돼 24시간 연속 작동하며, 0.1도 이하의 예측 오차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유진테크가 지금까지 구현한 예측 모델 중 가장 정밀하고, 가장 넓은 온도 대역을 커버하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정량적인 측면에서도 모델 운영 이후 공정의 안정성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장비 가동률 및 생산 수율 또한 개선됐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편차까지 사전에 감지하고 제어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기존 물리 모델 대비 머신러닝 모델의 가장 큰 강점은 센서 노화나 환경 변화에 따른 오차를 장기적 데이터 학습으로 보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효진 과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물리적 센서 데이터를 보완하고, 수식으로 표현하기 힘든 시스템의 복잡한 동역학을 학습 기반으로 극복한다는 발상은 혁신적이었다. 내부 엔지니어 사이에서도 머신러닝 기반 모델의 유연성과 반복 적용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었다”고 말했다.
매스웍스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고효율
유진테크가 선택한 머신러닝 도구는 매스웍스의 매트랩(MATLAB)과 시뮬링크(Simulink)였다. 이 선택에는 몇 가지 중요한 배경이 존재한다. 첫째, MATLAB 기반의 개발 환경은 모델링과 실시간 시뮬레이션이 통합돼 있어 설계-실험-적용의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특히 시뮬링크는 자동으로 ISO 26262, IEC 61508 등 산업 안전 표준에 부합하는 코드를 생성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반도체와 같은 고신뢰성 산업에서 중요한 요건을 만족시켰다. 유진테크는 파이썬 기반의 오픈소스 도구도 초기 검토했지만, 모델 배포 시 안정성과 품질보증 측면에서 매스웍스의 솔루션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시뮬링크에서 생성된 코드가 제어기 구동용 소프트웨어와 통합된 상태로 컴파일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기능은 반복적인 수정이 요구되는 머신러닝 프로젝트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치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자동화 PLC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이점 덕분에 개발 속도와 유지 보수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유진테크는 이 통합 방식을 통해 개발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신속하게 장비에 기술을 반영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머신러닝 모델의 배포 및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기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정 자체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유진테크는 이 기술을 기존의 온도 예측뿐 아니라, 진공, 압력, 플라즈마 조건 등 다른 변수로도 확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변량 분석 기반의 예측 모델을 준비하며, 궁극적으로는 각 장비별 상태 진단, 즉 헬스케어 디바이스와 통합된 AI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머신러닝의 정밀한 예측력을 기반으로, 장비 자체의 이상징후까지 감지하고 사전 대응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장비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진테크는 이번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 개발을 계기로, 단순한 장비 제작 기업을 넘어 스마트 공정 혁신의 리더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선효진 과장은 “올해 비즈니스 로드맵에서는 고도화한 예측 모델을 다양한 장비군에 적용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기술 역량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며, “유진테크는 궁극적으로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 업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CIP를 넘어선 진정한 혁신, 즉 AI 기반의 정밀 공정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유진테크의 머신러닝 기반 온도 예측 시스템이 타사 대비 월등한 정확도와 적용 유연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고객사로부터 장기적인 협력 제안을 받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머신러닝 기술을 장비 진단, 유지보수, 부품 수명 예측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하며, 자체 알고리즘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엔지니어링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머신러닝이 결합된 반도체 장비가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유진테크는 그 중심에서 독자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기준을 다시 쓰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