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컬처] 오픈소스 영화, 디즈니·픽사에 도전하다… DX가 허무는 미디어 산업의 경계

2025.05.02 16:14:14

구서경 기자 etech@hellot.net

 

DX로 넘어선 거대 자본과 대규모 인력의 한계…콘텐츠 산업 개인화는 어디까지 꿈꿀 수 있나

 

오픈소스로 제작된 《플로우》, 《인사이드 아웃2》《와일드 로봇》《모아나2》 등 픽사·드림웍스·디즈니 대형 스튜디오 제치고 제82회 골든글로브 및 제97회 아카데미 수상 외 글로벌 영화제 다수 수상
 

소수 제작자가 아카데미에 오른 이유

 

지난 3월에 열렸던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 애니메이션이 있다. 제작비 350만 달러, 주요 제작진 7명을 포함해 스태프까지 몇십 명 남짓한 총 제작 인원, 영화 속 가장 유명한 대사는 “야옹”.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디즈니나 픽사가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1~2억 달러가 넘어가는 비용과 수백 명의 제작 인원을 투입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수치다. 라트비아라는 낯선 나라에서 온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이 제작한 영화 《플로우》가 소규모 제작의 한계를 뛰어넘고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거머쥐었다. 경쟁 후보군으로는 픽사, 드림웍스, 디즈니 같은 대형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인사이드 아웃2》, 《와일드 로봇》, 《모아나2》 등이 있었다.

 

 

영화는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세상에서 홀로 집을 지키던 ‘고양이’가 갑작스러운 대홍수 탓에 터전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때마침 다가온 낡은 배에 올라탄 고양이가 차례로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를 만나면서 함께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가는 모험기를 다뤘다. 동물 울음소리로만 채워지는 대사는 모두 실제 해당 동물 소리를 녹음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평화로움의 대명사로 불리는 카피바라만이 도저히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낙타 소리로 대체하게 됐다는 귀여운 비하인드가 SNS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DX 기반 제작 환경의 전환

 

《플로우》는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을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등 다국적 소규모 팀이 협업해 오픈소스 3D 툴인 블렌더(Blender)로 제작됐다. 장편 애니메이션 경쟁 부문에서 픽사와 디즈니, 드림웍스를 제치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를 연이어 수상하면서 《플로우》 제작 방식 자체가 세계 애니메이션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사례는 기술 기반 디지털 전환(DX)과 오픈소스 확산이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소수 제작자도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구조를 가능케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AI 툴을 활용해 만든 AI 영화를 대상으로 ‘대한민국 AI 국제 영화제’가 개최되는 등 영화 제작에 거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편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플로우》는 전통적인 상업 스튜디오가 아닌, 클라우드 기반 협업과 GPU 인프라에 의존한 디지털 파이프라인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클라우드 렌더링 서비스와 웹 기반 협업 플랫폼의 확산은 지역과 규모에 상관없이 고품질 제작을 가능하게 했고, 분산형 파이프라인을 통한 다국적 협업이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영상 제작의 문턱을 낮추는 AI 툴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한 실험이 아닌, 콘텐츠 제작 생태계 자체가 재편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제 영상 창작은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AI 기반 영상 툴은 텍스트 기반 애니메이션 생성, 프레임 자동 보간, 음성-움직임 싱크 보조 등 다방면으로 진화하며, 창작자의 개입을 줄이면서도 창의력은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시로 Runway, Pika Labs, Kaiber 등은 프롬프트만으로 짧은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툴이다. 린킨파크는 Kaiber를 활용해 AI 기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유튜브 채널 코리도 디지털(Corridor Digital)은 Stable Diffusion 기반의 AI 툴로 실사 영상을 애니메이션화한 단편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현시점에서 AI 툴은 단편 영화나 뮤직비디오 제작 등 다양한 미디어 제작 현장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의 개인화와 산업의 유연화

 

이러한 기술 확산은 크리에이터 중심 플랫폼 환경과 맞물리며 미디어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 기반의 숏폼 영상 시장에서는 이미 AI 기반 편집 툴과 자동 자막 생성, 얼굴 인식 기반 클로즈업 보정, 배경 제거, 모션 추출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이 상용화되었고, 자동 더빙, 디지털 아바타 생성 기술은 교육 영상이나 광고 분야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 영상 제작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일상적인 작업이 되고 있다.


제작 주체와 구조가 바뀌는 시대

 

오픈소스 툴과 AI 기반 기술의 확산은 DX 기반 제작환경과 시너지를 더하면서 단순 도구 활용을 넘어 새로운 제작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플로우》는 이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 민주화의 흐름 속에서 이제 ‘어떻게 만들었는가’는 ‘무엇을 만들었는가’만큼 중요한 질문이다.

 

이 변화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하는 산업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정된 인력 구조와 독점적 툴 체계에 익숙했던 기업들도 점차 개방형 기술 환경을 수용하고 있으며, 사용자 역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창작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제작사는 오픈소스 기반 툴과 AI 자동화 모듈을 자사 파이프라인에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앞으로의 미디어 산업은 플랫폼, 기술, 창작자 간 경계가 흐려지는 속에서 얼마나 유연하고 개방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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