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 미래 여는 교두보 마련하다...산업 현장 패러다임 변화 시작한 日
‘스마트 제조, 미래 혁신의 꿈’을 가치로 내건 ‘매뉴팩처링 월드 도쿄 2025(Manufacturing World Tokyo 2025)’가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37회차를 맞은 이 행사에는 앞선 전시회의 주요 기술이었던 산업·공장 자동화(FA)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머신러닝(Maching Learning), 비전 시스템(Vision System) 등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첨단 기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 분야 거대·혁신·유망 참가업체는 어떤 기술·솔루션으로 참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을지 자세히 조망했다.
[K-Manufacturing Solutions] 韓 첨단 제조 기술의 향연, 글로벌 산업 대도약 ‘싹’ 틔웠다
현시점 제조 현장은 복합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제조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세계적인 기술의 경연장인 매뉴팩처링 월드 도쿄는 미래를 향한 혁신 그 자체였다. 특히 한국관에 집결한 70여 개 우리 업체들은 각자의 독창적인 솔루션으로 미래 제조의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국내 제조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세 개 업체의 기술을 경험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시장 공략 전략을 면밀히 살펴본다.
< 건일공업 > 초정밀 냉간 단조 자동차 부품

대구광역시 소재 건일공업는 이 회사는 냉간 단조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약 10여 개 현대자동차그룹 국내 협력사 중 한 곳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의 핵심 기술인 냉간 단조는 금속을 상온 상태에서 6~7단계의 정밀 공정을 거쳐 성형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초정밀 미세 부품부터 대형 제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단조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구체적으로 현가 장치, 조향 장치, 엔진 밸브 핀, 에어백 특수 형상 부품 등 다양한 용도의 정밀 단조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별 모양 특수 너트’는 전기자동차(EV) 배터리 고정용으로 사용되는 초소형·초정밀 부품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품은 국내에서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기술 난이도를 요구한다.
또 다른 주력품인 ‘캐리어(Carrier)’는 단조 후 핀 조립까지 완료해, 고객사에 납품하는 복합 솔루션이다. 사측은 여기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EPB)’용 핵심 부품을 신제품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해당 부품의 조립 공정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안창윤 건일공업 기획실장은 “고객사의 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신속한 공급을 가능케 하는 것이 자사 최대 강점”이라며 “최근 EV 배터리에 탑재되는 특수 부품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전환해, 미래자동차 시대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엠알인프라오토 > 모빌리티 부품

충청북도 진천군에 본사를 둔 엠알인프라오토는 앞선 건일공업과 같이 현대자동차그룹 국내 협력사의 일원이다. 지난 40년 동안 자동차 부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트랜시스·마그나(Magna)·다이낙스(DYNAX) 등 국내외 주요 완성차 및 부품사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회사 주력 제품군은 자동차의 기능 및 안전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시트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리클라이너(Recliner) 부품은 연간 매출 250억 원을 기록하는 당사 핵심 제품이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제동 장치 주요 부품인 백플레이트(Backplate) 부품은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 마세라티(Maserati)와 더불어, 미국 EV 제조사에도 적용될 만큼 첨단 기술력을 보증했다.
또한 변속 기능을 담당하는 트랜스미션(Transmission) 파트 역시 꾸준히 판매되는 주요 아이템이다. 차량 문이나 트렁크를 안전하게 고정하는 내부 걸쇠 부품인 도어 래치(Door Latch) 등 다양한 종류의 엔진 및 도어 파트를 개발 및 양산하고 있다.
지성구 엠알인프라오토 선임 연구 엔지니어는 “이번 매뉴팩처링 월드 도쿄 전시회는 자동차 전문 박람회가 아니었음에도, 엠알인프라오토에 방문하는 잠재 고객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자동차 주요 파트에 탑재되는 부품을 지속 고도화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 나라드라이브 > 감속기·커플링 솔루션

나라드라이브는 약 40년에 달하는 업력을 가진 드라이브 솔루션 업체다. 특히 정밀 유성 감속기와 스마트 커플링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일본 소재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일본 기업에 제품을 성공적으로 납품하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매뉴팩처링 월드 도쿄 2025에서는 정밀 유성 감속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NP 시리즈(NP Series)는 고도의 정밀도와 강성을 보유한 솔루션이다. 로봇 팔(Robot Arm), 정밀 이송 장치 등 정확한 위치 제어 및 안정적인 구동이 필수적인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됐다.
이 시리즈의 주목할 점은 정밀한 기어 설계와 견고한 구조로 백래시(Backlash)를 최소화하고 높은 강성을 확보했다. 이때 백래시는 기어가 맞물리거나 나사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유격을 뜻한다. NP 시리즈는 또한 모터의 회전력을 효율적으로 감속해, 필요한 토크를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과 효율을 향상하는 데 기여한다.
회사는 이 밖에 고객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감속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NPR·NF·NFR·NX·NZ 등으로 시리즈를 세분화했다.
박찬종 나라드라이브 세일즈 매니저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만산 제품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NP 시리즈는 이들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이는 고품질 감속기 도입을 고려하는 사용자에게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회 참가는 나라드라이브가 NP 시리즈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내외 정밀 감속기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브랜뉴머시너리 > 롤투롤 코팅 머신

브랜뉴머시너리는 롤투롤(Roll-to-Roll) 방식의 코팅 머신 기술 업체다. 롤투롤은 연속적인 필름 또는 박막 형태의 기판을 활용해, 다양한 공정을 수행하는 생산 방식이다. 회사는 미국·중국·동남아시아 등으로 롤투롤 기반 장비를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브랜뉴머시너리의 주력 제품은 이차전지·전기전자 등에 활용되는 기능성 코팅 머신이다. 이 중 윈도우 필름 및 PPF(Paint Protective Film) 필름 코팅 설비가 주목받고 있다. 윈도우 필름 코팅 설비는 자외성(UV)·적외선(IR)·가시광선 등 차단과 겨울철 열 흡수, 여름철 열 유입 차단 등 고도화된 기능을 갖춘 필름이다.
또 자동차 도장면 보호용으로 사용되는 PPF 필름 코팅 설비는 운행 중 발생하는 흠집이나 돌튐 현상으로부터 차량을 보호한다. 특히 ‘셀프 힐링(Self-healing)’ 코팅 기술을 채택해, 손상 후 필름이 스스로 이전 상태로 복원하는 기능을 구현한다.
도성진 대표이사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계기 또한 일본 시장에 자사 기계를 본격적으로 납품하고 출시하기 위함이다. 이에 앞서, 일본 주요 업체에는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기술을 공급하며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전시회 현장에서는 일본의 한 회사와 차세대 플렉서블 필름(Flexipol film) 솔루션 공급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는 해당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시제품 양산을 위한 협력으로, 도 대표는 당사 기술력이 글로벌 첨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피력했다. 사측은 이 외에도 OEM 방식으로 스웨덴에 제품을 수출한 이력이 있다.
도성진 대표는 “현재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일시적인 둔화 현상인 캐즘(Chasm)을 겪고 있지만, 올해 말 또는 내년에는 경기가 활성화돼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차전지 시장의 전 세계 트렌드가 삼원계(NMC)에서 인산철(LFP)로 소재 변화를 꾀하는 흐름에 발맞춰, 관련 코팅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아이에스비코리아 > 중량물 이송 솔루션

아이에스비코리아는 ‘볼 트랜스퍼(Ball Transfer)’ 기술을 원천기술로 한 베어링 솔루션 업체다. 지난 2005년 일본 이구지기콩 제작소(IGUCHI KIKO)가 한국에 투자한 자회사로 출발했다. 이어 지난해 일본 본사의 주식 61%를 한국으로 이전하며 국내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후 일본 본사의 60여 년 기술력을 전수받아, 현재 모든 생산을 한국에서 100%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중국·태국 등 해외 각지로 자사 제품을 수출하는 중이다.
아이에스비코리아 핵심인 볼 트랜스퍼 기술은 볼이 돌출된 형태를 띤다. 이를 통해 중량물을 공기 힘으로 이송시킨다. 단순한 공기 조작만으로 프레스 금형 등 무거운 중량물을 원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이송(Centering)·고정(Clamping)한다. 이 기술은 현재 국내외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활약 중이다.
주력 제품은 상향용 ‘ISRK-38형’과 싱글 피스톤 타입 ‘ISRK-50S형’을 강조한다. 이 중 ISRK-50S형은 1미터 기준 최대 1.5~3톤(t) 금형을 들어올리는 볼 트랜스퍼 제품이다.
다른 한편, 사측은 특히 각 고객사 현장에 최적화된 맞춤형(Customized) 제품을 지속 고도화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남용우 대표는 지난 20여 년간 약 1300여 종 이상의 맞춤형 제품을 공급했고, 고객이 원하는 부품이라면 단 한 개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자사 철학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맞춤형 솔루션으로 ‘IKK-H’가 있다. 이 특수 볼 트랜스퍼는 상하 경용으로 설계된 제품으로, 개당 2톤(정지 시 8톤)의 하중을 지지해, 초중량물 이송에 최적화됐다. 지난해 이탈리아 철강회사 공장에 개당 50kg에 달하는 볼 트랜스퍼 600개를 납품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남용우 대표는 “올해 전시회 참가 목적은 볼 트랜스퍼의 종주국인 일본 시장에서 자사 기술의 현주소를 평가받기 위함”이라며 “현재 고강도·고경도·저마모 특성을 내재화한 특수 고성능 제품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