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인텔 앞지르며 1위 기록
2024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례 없는 변화를 맞이했다.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최종 조사에서 2024년 반도체 전체 매출이 총 6559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5421억 달러에서 21% 증가한 수치로, 지난 2월 예비 조사 당시 전망치보다 약 300억 달러, 3% 늘어난 것이다. AI 인프라 수요와 메모리 반등이 이 같은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공급업체 매출 순위의 대격변이다. 엔비디아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인텔을 앞지르며 1위에 올랐다. 가트너의 가우라브 굽타 애널리스트는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되는 디스크리트 GPU(dGPU)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곧 엔비디아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 붐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판도까지 뒤바꾸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급격한 가격 회복세를 보인 DRAM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실적을 끌어올리며 2위 자리를 유지했다. 공급 부족 해소 이후 수요 회복과 함께 가격이 반등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비디아의 급격한 성장세를 넘지는 못했다.
인텔의 경우, 전통적인 CPU 중심 제품군에서의 경쟁 심화와 함께 AI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하지 못하면서 매출 성장률이 0.8%에 그치는 데 그쳤다. AI 프로세싱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이에 대한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다.
국내 반도체 기업 중 SK하이닉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441억 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순위는 두 계단 상승한 4위에 올랐다. 특히 AI 애플리케이션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경쟁 우위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HBM은 엔비디아 GPU에 채택되는 핵심 메모리로, 시장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이번 가트너 발표는 반도체 시장이 AI 시대에 맞춰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품 기술력뿐 아니라, AI 수요에 맞춘 전략적 포지셔닝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