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첫 전용 전기차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 ‘친(親) 전기차’ 정책을 활용해 해외 전기차 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조지아주의 경우 최근 전기차 인프라 투자가 잇따르고 있어 공장 부지로는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이 가시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오는 20일 방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을 찾아 정의선 회장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AP통신과 지역 매체들은 12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그룹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70억 달러(약 9조153억 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주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공장을 새로 짓기 위해 주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해 13일 현재까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의 첫 전용 전기차 공장이 미국 내 설립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이에 미국 측 준비단은 오는 20일부터 진행되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현대차그룹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은 전기차 현지 생산과 설비 확장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현지에 74억 달러(9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중기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생산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며 관련 인프라에 수조 원을 투입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지난해 5월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현지 생산 차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도 이런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미주를 포함해 글로벌 생산을 총괄하는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지난 1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74억 달러 투자에는 전기차 생산계획이 포함된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바이든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 유치 전략에 힘입어 미국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비롯해 체코, 인도, 인도네시아 공장에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동화 라인은 갖췄으나 전기차 전용공장은 아직 전무하다.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조지아주는 이러한 면에서 최적의 부지로 여겨진다. 조지아주 정부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기업 리비안 공장을 유치하며 토지 무상제공과 세금감면, 직업교육 제공 등 총 15억 달러(1조93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에도 비슷한 수준의 주 정부 혜택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조지아주에는 전기차 생산에 핵심적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 산하 SK온 공장이 있는데 만약 현대차그룹이 SK온과 공급 계약을 맺을 경우 시너지도 예상된다. 아울러 조지아주는 2009년부터 기아 공장이 가동 중이어서도 그룹과 깊은 인연도 갖고 있다. 인근 앨라배마주에는 현대차 공장이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이 이미 3월 전기차 생산부지와 투자 규모 등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