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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컬처] 패션 특화 AI 플랫폼 ‘빔스튜디오’ 브랜드 운영 전 과정 AI 전환을 그리다

바이스벌사 김근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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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유독 더디게 문을 연 영역이 있다. 패션이다. 감도와 무드처럼 수치로 재기 어려운 가치가 핵심이라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들의 저항이 특히 컸던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콘텐츠 제작 속도가 브랜드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스몰 브랜드부터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패션 특화 인공지능 콘텐츠 제작 플랫폼 '빔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바이스벌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근재 바이스벌사 대표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편집 도구로 보는 시각을 경계한다. 그가 그리는 것은 디자인과 화보 촬영에서 시작해 자사몰 운영과 판매까지 이어지는, 브랜드 운영 전 과정의 인공지능 전환이다.

 

철학에서 금융으로, 그리고 패션으로 — 규제를 피해 도착한 자리


김 대표의 이력은 한 줄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학문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회계사로 방향을 틀어 금융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정보기술 업계로 넘어와 블록체인 사업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이 경로를 그는 하나의 가치로 설명한다. "철학을 공부하려 했을 때 추구하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만났을 때 그 동일한 가치를 정보기술로 세상에 구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으로 생각을 펼치는 대신 기술로 구현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문제는 규제였다. 금융은 규제 장벽이 가장 높은 영역이라 국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 더 많은 성과를 냈지만 근본적인 답은 아니었다. 그래서 규제가 비교적 약한 분야로 눈을 돌렸고, 그곳이 커머스였다. 넓은 커머스 시장에서 사람들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패션에 닿았다. 흥미롭게도 바이스벌사의 출발점은 패션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이 한창이던 시기라 처음 구상은 패션 블록체인 회사였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이 맞물리지 않는 지점이 보였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에 주목하게 됐다.


그가 정리한 가치는 크리에이티브의 민주화와 유통의 민주화, 두 가지다. "블록체인은 가치를 유동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능하게는 만들었는데 위에 담을 가치가 없었어요." 인공지능이 크리에이티브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면서 비로소 그 그릇에 담길 가치가 생겼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한 끗 차이 — 인공지능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빔스튜디오는 자체 모델과 챗지피티, 제미나이 등 글로벌 모델을 상황에 맞게 조합해 쓴다. 모델 설정값을 직접 조정하는 방식과 전처리 및 후처리로 결과를 보정하는 방식을 함께 활용한다. 예를 들어 여러 인물이 담긴 사진에서 특정 제품만 정확히 타겟팅하는 작업은 전처리 단계에서 해결한다. 후처리 단계에서는 결과물에 점수를 매겨 기준에 미달하면 자동으로 재생성하는 구조를 개발 중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데이터는 해당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학습시키는 용도로만 쓰이며 전체 모델 학습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구현 과정에서 핏과 소재는 특히 까다로운 영역으로 꼽힌다. 가령 브랜드에서는 같은 고객에게 미디움과 라지를 입혔을 때의 차이를 구현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바이스벌사는 이를 몸과 옷 길이의 비율 문제로 보고, 비율을 인식해 사이즈에 맞게 변형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원단의 질감은 시각보다 물성의 영역이다. 천이 흔들릴 때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소재별로 분류해 구현도를 높이고 있다.


브랜드와 작업하며 마주한 의외의 지점도 있다. 영상보다 화보가 더 어렵다는 점이다. "영상은 움직임으로 메시지를 표현하니까 디테일이 움직여서 안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사진은 정지해 있는 상태로 많은 걸 표현해냅니다." 브랜드 담당자들은 처음엔 그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느낌이 안 나온다"고만 했다. 원인을 파고든 끝에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인공지능 기술의 본질적인 한계였다. "아트는 비대칭과 뒤틀림을 통해 뻔하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재미있게도 이 뒤틀림을 줄여버려요. 정답을 찾아가는 쪽에 가깝다 보니 있는 뒤틀림도 정답에 가깝게 없애버립니다." 평균값을 향해 수렴하는 기술로 첨예한 감도를 구현해야 하는 역설이다. 그가 브랜드별 파인튜닝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용 모델만으로는 풀 수 없고,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이 학습됐을 때 비로소 결과물이 뾰족해진다는 것이다.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 브랜드 운영 전 과정의 전환

 

 

김 대표가 최근 가장 힘주어 말하는 개념은 브랜드의 인공지능 전환이다. 그동안 디자인과 마케팅 콘텐츠 제작, 자사몰과 상세페이지 구축, 소셜미디어 운영은 모두 따로 진행되는 개별 업무였다. 빔스튜디오는 이 전 과정을 하나로 잇는다. 제품 사진을 넣으면 화보가 자동으로 생성되고, 이 화보가 상세페이지와 자사몰로 이어지며, 다시 소셜미디어용 콘텐츠로 변환돼 업로드된다. "지금은 인공지능을 한 영역에서 편집 도구처럼 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게 아니라 업무 전체 프로세스를 인공지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만들었을 때 진짜 효과가 나옵니다."


종착점은 판매다. 바이스벌사는 제휴 마케팅 프로그램까지 연동하는 작업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그가 드는 근거는 무신사 사례다. 무신사는 지난해 제휴 마케팅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만 4만 9000여 개의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이다. "콘텐츠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보니 노출이 곧 구매로 이어집니다. 혼자서 다 생산해낼 수 없다면 방식을 바꿔야 하는 거죠."


새로운 판매 방식으로 그가 꺼내든 카드는 가상 피팅이다. 고객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그 고객이 제품을 착용한 이미지가 생성되고 개인 맞춤 페이지에서 바로 구매까지 연결된다. 현재 대형 플랫폼 및 백화점과 준비 중이다. 핵심은 경험의 장벽을 낮추는 데 있다. "고객이 평소 안 입는 스타일은 브랜드 입장에서 팔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콘텐츠로 경험시켜 버리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실제 팝업에서 안 입던 스타일인데 괜찮다며 어디서 사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여기에 고객이 생성된 이미지를 직접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브랜드 홍보 효과까지 따라온다. 서비스는 월 구독형이 기본이며, 가상 피팅은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제공된다.

 

K스타일이라는 무기 — 해외에서 먹히는 콘텐츠의 결


해외 공략은 아시아권이 우선이다. 중국 브랜드들과의 미팅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그가 내세우는 무기는 기술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중국이 앞서 있습니다. 기술로 세일즈하기는 쉽지 않아요." 대신 그가 파고드는 지점은 콘텐츠의 결이다. 같은 기술을 써도 중국 안에서 통하는 콘텐츠와 해외에서 통하는 콘텐츠는 다르다. "지금 K스타일 콘텐츠는 글로벌로 나갑니다. 똑같이 인공지능으로 생성해도 나오는 콘텐츠의 결이 다른 거죠." 실제로 최근 방한한 중국 브랜드들과의 미팅에서도 관심이 쏠린 것은 기술이 아니라 K스타일 콘텐츠였다.


이 감도의 차이는 국내 업계에서도 확인된다. 광고 영상이나 영화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다루는 회사들이 늘고 있지만, 바이스벌사가 만든 패션 브랜딩 영상을 보면 "이 감도를 어떻게 뽑았지"라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한다. "한 끗 차이입니다. 패션으로 시작했다 보니 그 수준이 안 나오면 아예 상대를 안 해주세요. 그래서 계속 연구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차이를 만든 것 같습니다."

 

 

많이 써본 만큼 남는다 — 인공지능 시대의 학습 비용


크리에이티브 영역의 저항은 빠르게 옅어지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숏폼 드라마 업계가 급속도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패션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지만 흐름 자체는 같은 방향이다. 김 대표가 기억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거부감이 극심하던 창업 초기, 유일하게 다른 질문을 던진 디자이너가 있었다. "인공지능이 나의 크리에이티브를 확장시켜 줄 수 있느냐."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의 물음이었다. 오랜 시간 컬렉션을 이어오며 창작의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남긴 당부는 명확했다. "인공지능은 누구는 1만큼 쓰고 누구는 10만큼 씁니다. 그런데 많이 쓸수록 무조건 이득이에요." 그는 자사의 체감 성과가 6개월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팀원들이 사용량을 걱정하며 물어올 때마다 그는 같은 답을 한다고 했다. 많이 써보는 것이 회사 안에 이해도와 노하우가 쌓이는 길이고 그것이 한 발짝 더 빨리 나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 학습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기술은 모두에게 같은 조건으로 주어지지만 그것을 다루는 깊이는 각자의 몫이라는 뜻이다. 바이스벌사가 5년 뒤 그리는 그림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과거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을 인공지능 시대의 방식으로 다시 구현하는 것이다.

 

바이스벌사의 걸음은 이미 그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 콘텐츠 제작에서 출발해 자사몰과 상세페이지로 영역을 넓혔고, 이제는 AX(인공지능 전환)를 통해 브랜드에 필요한 의사결정과 운영까지 맡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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