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비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한 지 10년이 됐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제조업 혁신 성과는 그 저력을 가늠할 지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와 조선 분야에서는 압도적 글로벌 선두로 자리잡았고, 인공지능(AI), 로봇, 태양광 등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반도체, 신소재 같은 첨단 핵심 분야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의 벽을 완전히 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은 10년 전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차세대 정보기술, 고급 로봇, 항공우주, 선진궤도 교통,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등 10대 핵심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중국은 전기차 세계 점유율 50%, 조선 수주 70%, 배터리 시장 60% 장악이라는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산업용 로봇 생산량도 10년간 15배 증가했으며, 태양광 패널 생산은 세계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초 등장한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는 선진국 유학 경험이 없는 토종 인재들이 개발한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BBC는 '중국이 어떻게 기술 선도를 이끌고 있는가'를 조명하며 전기차, 5G, 배터리, AI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을 집중 조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중국이 당초 설정한 '중국제조 2025' 목표의 86%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주도의 전방위 지원과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이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CNBC 등은 반도체와 신소재 분야에서의 자립 실패를 지적하며 한계를 지적했다. 중대형 여객기 'C919' 또한 여전히 미국과 유럽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 부가가치 성장률 역시 2015년 대비 하락해 목표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의 제조업 성장 모델은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에 크게 의존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으며, 과잉 생산, 외국계 기업 차별, 기술이전 압박 등으로 국제사회의 반발도 초래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제조 2025'에 대응해 무역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대응해 '신질생산력' 등 새로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략적 기조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향후 기술 자립 전략을 표적화하고 국제사회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지, 아니면 기존 방식 고수를 선택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35년까지 반도체, 신소재 등에서 선진국 중위권 수준에 도달하고, 2049년에는 세계 제조업 1위 국가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고율 관세와 첨단 기술 수출 통제로 중국 견제를 강화하며 본격적인 산업 주도권 다툼에 나섰다.
이러한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제3국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한편, 미중 양자택일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향후 글로벌 경제, 무역, 외교 전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