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저림은 참으로 성가신 증상이다. 손이 저리면 대개 손목터널 증후군부터 의심하지만, 실제 진단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손저림의 다른 원인으로는 목이 아프지 않으면서 손만 저리는 목디스크 질환도 가능하며, 척골신경이 팔꿈치에서 눌리거나 손목 내측에서 눌리는 경우도 있으며 더 나아가 흉곽출구 증후군이나 자가면역성 말초신경질환 등도 가능하고, 이들 질환이 두 개 이상 결합하면서 동일 부위에 동일 증상을 나타내는 이중충돌증후군(Double Crushing Syndrome)의 사례도 있다.
관련 전문의들에 따르면 손저림에서 유의해서 봐야 할 증상은 새끼손가락이다. 다른 손가락은 모두 저린데 새끼손가락만 저리지 않고 오로지 손목 아래로만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의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진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으로 가는 정중신경이 손목의 비좁은 길을 지날 때 눌리면서 생기는 질환인데, 특히 정중신경은 네 번째 손가락의 절반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신기하게도 네 번째 손가락의 안쪽과 바깥쪽의 감각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새끼손가락을 포함한 여러 손가락이 모두 저리다면 목디스크 질환의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팔이나 날개뼈까지 불편하다면 목디스크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덧붙인다.
목디스크에 문제가 생겼는데 왜 목이 안 아플까? 이들 전문의는 전선과 같은 게 신경이어서 목에 있는 신경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신경이 담당하고 있는 팔이나 손에서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한다. 마치 뇌졸중 환자가 뇌혈관이 막혀서 뇌신경이 죽었을 때도, 머리가 아프지 않으면서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 때문에 손이 저림을 치료하다가 목 디스크 질환이 발견되어 치료하고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화이팅 통증의학과 의원 성준경 원장(강남점)은 “손목터널증후군인지 목디스크인지 확진하려면 MRI와 근전도 검사 등이 필요하지만, 숙련된 진찰 테크닉으로 여러 가지 수기 테스트로도 확진에 가까운 진단을 찾을 수 있다”며 “아직도 신경을 눌러보고 두드려보는 기본적인 테스트들은 진단에 있어서 중요하다. 진단을 단순화한 여러 동영상 매체들에만 의존하지 않고, 진찰을 통해 진단의 범위를 좁혀놓고 확인을 위하여 촬영하는 것이 불필요한 치료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