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무인(無人) 공장의 꿈, ‘SDM’이라는 토대 위에서 ‘피지컬 AI’로 깨어난다

2026.02.20 13:45:25

박명석, 한국인더스트리 4.0협회 부회장

인공지능(AI)이 디지털 화면을 넘어 물리적 현실 세계로 넘어오고 있다.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물리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제조 현장에서도 자율주행 물류로봇(AMR)과 지능형 로봇 팔, 스마트 센서가 탑재된 설비들이 앞다투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로봇 몇 대를 공장에 들여놓는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팩토리, 나아가 ‘완전 무인 공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 하드웨어의 지능화를 넘어, 이들을 하나로 묶어 지휘할 수 있는 거대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바로 ‘소프트웨어 정의 제조(SDM, Software-Defined Manufacturing)’다.

 

 

최근 자동차 산업을 강타하고 있는 화두는 단연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다.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공장에 SDV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오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동차가 독립된 단일 시스템이라면, 공장은 수백, 수천 개의 서로 다른 기계와 설비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고도로 복잡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SDV와 달리, 공장에서의 피지컬 AI는 반드시 체계적인 ‘SDM 기반(Architecture)’ 위에서 작동할 때만 그 진정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수많은 벤더(Vendor)에서 제작된 다양한 생산 설비, 자재를 나르는 AMR, 조립을 담당하는 로봇들은 각자의 언어와 제어 방식을 가지고 있다. 만약 체계적인 통제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피지컬 AI를 탑재한 로봇이라도 공장 전체의 관점에서는 병목 현상을 일으키거나 다른 설비와 충돌하는 ‘각자도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SDM은 이 복잡한 공장 내 하드웨어들을 소프트웨어라는 공통의 언어로 추상화하고 연결한다. SDM 체계가 구축된 공장에서는 하드웨어의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다. AMR의 동선, 로봇 팔의 작업 속도, 설비의 가동 타이밍이 단일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위에서 실시간 데이터로 수집되고 분석된다.

 

이러한 SDM 기반 위에서 피지컬 AI는 단순한 ‘똑똑한 기계’를 넘어 ‘유기적인 지능체’로 거듭난다. 특정 공정에 병목이 발생하면 피지컬 AI를 탑재한 AMR들이 스스로 우회 경로를 찾고, 주변 설비들은 생산 속도를 조절하여 공장 전체의 최적화를 이뤄낸다.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야 할 때도 물리적인 라인 변경을 최소화한 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로봇과 설비의 역할을 재정의할 수 있다.

 

결국 제조업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완전 무인 공장(Lights-out Factory)’으로 가는 길은 SDM이라는 탄탄한 인프라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로봇과 AMR의 성능(피지컬 AI)은 훌륭한 연주자들을 모으는 일과 같다. 하지만 이들이 불협화음 없이 완벽한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SDM이라는 훌륭한 지휘자와 악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하드웨어 도입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공장의 모든 물리적 요소를 소프트웨어로 연결하고 제어하는 SDM 생태계 구축, 이것이 다가오는 피지컬 AI 시대에 제조업의 생존과 혁신을 결정지을 가장 핵심적인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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