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성장 정체의 늪에서 바코드 산업을 구할 해법은 “고객 중심 시스템 전환’과 ‘산업 간 콜라보’”
창립 30주년을 맞은 티비에스(TBS)는 한국 자동인식 산업의 성장과 함께한 기업이다. 바코드 시장이 태동하던 시절, 윤영수 대표는 대한통운과 함께 국내 최초 홈쇼핑 익일배송 시스템을 실현하며 물류 혁신의 기틀을 마련했고, 오직 바코드 한 분야에 집중해 ‘원스톱 바코드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캐너 시장 확장 기회를 의리로 포기했던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는 협업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는 시스템 중심의 서비스로 고객 니즈를 해석하고, 산업 간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는 윤영수 대표의 말처럼, TBS는 역시 차세대 자동인식 생태계의 주역이 되기 위한 다음 30년을 시작하고 있다.
Q1. 티비에스(TBS) 30주년을 축하합니다.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도전과 성취가 있었을 텐데, 대표님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하거나 전환점이 된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A. TBS의 30년을 되돌아보면 수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2007년 대한통운과 함께 홈쇼핑 익일배송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을 때입니다. 바코드 시스템과 프린터를 연계하여 물류 라벨 자동화를 실현함으로써, 당일 주문 다음날 배송이라는 새로운 물류 혁신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택배 물류 시스템의 선도적 구축으로 15년 가까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TBS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입증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전환점은 18년 전 강남에서 부천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라벨 인쇄 공정 사업에 진출한 것입니다. 1층에 인쇄 공장, 3층에 기술연구소를 설치하여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하드웨어부터 소모품, A/S까지 전 과정을 자체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고객 신뢰도를 비약적으로 높였고, 장기 거래처 확보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Q2. 30년의 시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무엇이었습니까?
A.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스캐너 비즈니스를 제대로 확장하지 못한 일입니다. 당시 도시바와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하느라, 경쟁사인 지브라와의 거래 기회를 놓쳤습니다. 만약 그때 더 과감하게 선택했다면, 스캐너와 PDA까지 포함한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아쉬움이 있었기에 이후 인터컴알에프 인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객과 접점을 넓히는 전략으로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과의 비즈니스는 신뢰 기반이 전부였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더 빠른 판단이 필요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Q3. 티비에스를 30년간 유지해온 힘은 무엇이었습니까? 긴 시간 동안 업계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까지, 기술력 외에도 조직문화나 경영 철학 등 내부적으로 지켜온 가치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TBS의 30년을 지탱해 온 원동력은 바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경영 철학’입니다. 우리는 바코드 사업 외의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한 길만을 걸어왔습니다. 또 직원들과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시해 급여나 인센티브를 단 한 번도 지연한 적이 없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왔습니다.
이러한 조직문화 덕분에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을 넘고, 수 명이 장기근속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TBS의 지속 성장의 기반이자 핵심 자산입니다.
Q4. 티비에스가 산업 생태계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이라고 자평하십니까? 30년간 한국 자동인식 시장을 키우며, 산업 생태계나 기술 확산에 기여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TBS는 도시바의 총판이자 시스템 통합 파트너로서 한국 물류 및 자동인식 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택배 시장의 익일 배송 구현을 통해 빠른 배송 시스템의 표준을 제시했고, 바코드 프린터, 라벨, 소프트웨어를 통합하여 물류 시스템 고도화에 일조했습니다. 딜러, 대리점들과의 협업 또한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Q5. 자동인식 산업이 초창기 시장보다는 많은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에 이 업계가 과거의 영광은 찾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 혹은 준비,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현실적으로 바코드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공급 과잉’의 상태입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 플레이어는 많아졌지만, 제조업의 구조적 정체로 인해 신규 수요처 발굴이 어렵습니다. 기존 수요처는 대부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교체 수요 외에는 성장 여력이 제한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모품 수요는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자동인식 산업의 생존 기반입니다. 이제는 협업과 융합, 그리고 한국자동인식산업협회의 역할 강화를 통해 타 산업과의 연계, 새로운 패러다임 발굴이 필요합니다. TBS는 최근 유앤아이씨와 협업해 하니웰의 스캐너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이런 전환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Q6. 후배 창업자나 산업계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30년의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경영 철학이나, 위기를 기회로 바꾼 통찰을 공유해 주신다면 산업계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 단언컨대, 바코드 하나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습니다. 후배 창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시스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눈을 돌리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단순 납품과 가격 경쟁으로도 사업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솔루션과 서비스 제공 역량이 성패를 가릅니다.
한국자동인식산업협회와 업계는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젊은 세대는 경쟁보다 연대와 기술 융합을 지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7.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신다면, 어떤 비전과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자동인식산업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하드웨어, 시스템, 소모품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로는 더 이상의 혁신이 어렵습니다. TBS는 유저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새로운 니즈를 발굴하고, 그 니즈를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로 구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타 기업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AI 기반 서비스, 스마트팩토리 연계 시스템 등 지능형 자동인식 솔루션 개발로 영역을 확장할 것입니다.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 미래 전략의 핵심입니다.
Q8. 3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과 나누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동료,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사나 각오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A. 30년 동안 함께 해준 TBS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오직 TBS라는 이름 하나로 묵묵히 일해준 모든 구성원들은 회사의 성장 원동력입니다. 앞으로도 TBS는 여러분과 함께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대표인 저 역시 이 선택이 제 천직이라 생각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뛰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헬로티 김진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