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 CJ대한통운이 쏘아올린 ‘주 7일 배송’ 시대, 그리고 9개월이 흘렀다

2025.10.22 21:54:22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쿠팡 독주 속, CJ대한통운 시작으로 네이버·G마켓·컬리까지 합류한 ‘주말 경쟁’
‘빠름’의 경쟁 넘어 ‘지속 가능성’으로의 방향은 고민해야 할 지점

 

물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뒷단의 산업이 아닙니다. ‘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는 글로벌과 국내 물류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혁신을 쉽고 깊게 풀어내고자 마련한 고정 기획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산업의 흐름을 담아 물류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2025년 1월, 일요일도 ‘택배 오는 날’이 되다

 

2025년 1월 5일, CJ대한통운이 국내 택배업계 최초로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공식 가동했다.

 

 

그동안 주말에는 대부분의 물류센터가 멈추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었지만, CJ대한통운은 ‘소비자 생활의 리듬에 맞춘 365일 배송’을 목표로 삼으며 일요일에도 택배가 도착하는 새로운 물류 시대를 열었다.

 

서비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해 주요 광역시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는 AI 예측과 디지털 배차 기술을 기반으로 주말 주문량과 차량 투입률, 거점 가동률을 분석하며 운영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근무 체계도 새로 정비됐다. 일요일 근무는 자율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2인 1조 순환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CJ대한통운은 근무 효율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체계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변화는 분명하다. CJ대한통운은 주말 가동을 통해 월·화요일 집중 물량이 완화돼 물류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주말 주문 후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체감하고 있으며, 이커머스 셀러들 사이에서도 반품 처리 속도와 재고 회전율이 개선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실험처럼 여겨졌던 주 7일 배송은 이제 수도권과 주요 생활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라스트마일부터 공급망까지, ‘주말 모드 ON’

 

CJ대한통운의 변화는 배송 단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커머스 플랫폼이었다. 쿠팡이 이미 365일 배송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네이버·G마켓·11번가·컬리 등 주요 플랫폼들도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일요일 도착’ 옵션을 일부 권역에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이 아닌 도착 날짜를 기준으로 쇼핑 플랫폼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쿠팡만 된다”는 인식이 점차 완화된 것이다.

 

택배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한진은 일부 지역에서 일요일 배송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약속배송’ 서비스 내 일요일 시간대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주말 가동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주중 물량 분산과 고객사 대응력 강화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창고와 풀필먼트(3PL) 업계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화 설비를 갖춘 일부 센터는 주말 가동률을 높여 설비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패션·전자 등 반품이 많은 상품군에서는 주말 회수와 야간 검수를 병행해 월요일 재고 반영 속도를 높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재고 부족 문제를 줄이고, 셀러의 재판매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변화는 해외 물류에서도 감지된다. 아마존 FBA·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내 반품 거점과 고객 응대 인력을 확대하며 물류 운영을 현지화하고 있고, 일부 항공·해운 포워더 노선에서도 주말 운항편을 늘려 월요일 아침 입고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쏘아올린 ‘주 7일 물류 체계’는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시간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주 7일 배송의 빛과 그림자

 

이처럼 CJ대한통운의 실험은 물류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지만, 그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드러났다.

 

먼저 성과를 보자. CJ대한통운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이커머스 셀러 대상 풀필먼트 브랜드 ‘더 풀필(The Fulfill)’과 ‘매일 오네(O-NE)’의 연계로 풀필먼트 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고, 이커머스 고객사 수는 61.9% 늘었다. 이 수치는 주말에도 끊김 없는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허브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물류 처리 효율이 개선된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과제도 분명하다. 바로 노동 강도와 휴식권에 대한 문제다. 일요일 근무가 자율 참여라 하더라도, 인력 공백이 생기면 연속 근무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위탁 구조가 많은 택배업 특성상, 근무일이 늘어나면 실질적인 노동시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환경적 부담도 새 과제로 떠올랐다. 주말 운행이 늘어나면 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전기화물차 확대와 친환경 윤활유 사용, 배송 동선 최적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단기간 내 탄소 저감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결국 주 7일 배송은 고객 만족도와 운영 효율을 높인 혁신이지만, 노동과 환경의 균형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지속 가능한 7일 배송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렇다면 주 7일 배송이 지속가능한 하나의 대명사가 되기 위해서 물류업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3가지가 손꼽힌다.

 

첫 번째는 사람의 문제다. 자율 참여 원칙을 유지하되 예측가능한 근무표와 공정한 보상 체계를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과한 노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주말 전담 인력풀을 확보하고 연속 근무 제한 기준 역시 지역별로 세분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두 번째는 새로운 운영시스템의 확립이다. 물류 서비스에 대한 예측 모델을 도심·근교·농촌 등 지역 특성에 맞게 세분화함고 동시에, 허브 포화 신호가 감지되면 차량과 인력을 즉시 재배치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반품 비중이 높은 카테고리는 일반 카테고리와는 다른 형식을 표준 공정으로 정해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이미 물류업계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전기화물차의 빠른 보급이나 친환경 에너지 사용, 거점 픽업 확대 등의 방안을 보다 구체적이고 빠르게 강구해 365일 배송이 이뤄져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주 7일 배송은 일시적 실험이 아니라 한국 물류 산업의 새 기본값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한다. 다만 이 변화가 진정한 혁신이자 새로운 배송의 뉴노멀로 빠르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남아있는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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