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 3곳 중 1곳 "오히려 악화"… 하반기 유동성 위기 우려 확산
정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의 자금 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매출 부진과 고정비 부담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정책금융의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중견기업 금융 애로 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고 응답한 중견기업은 전체의 10.9%에 불과했다. ‘비슷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0.4%, ‘오히려 악화됐다’고 밝힌 비율은 28.7%에 달했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주요 요인으로는 ‘매출 부진’이 53.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이자 비용 증가’(14.0%), ‘인건비 증가’(10.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출 부진을 자금 악화의 원인으로 꼽은 비율은 지난해 4월(32.0%)보다 21.0%p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전반의 침체가 중견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중견기업 가운데 33.0%는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25년 하반기 유동성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나타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위축,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국내 내수 침체 및 정치 불안정 등의 복합 요인이 중견기업 자금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중견기업은 수출, 고용, 기술혁신 등에서 국가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성장을 위한 기반을 유지하려면 정책금융 접근성 확대와 시중은행의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견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경로는 시중은행(53.6%), 정책금융(11.6%), 직접금융(9.8%)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책금융의 경우 '엄격한 지원 요건'(28.7%), '정보 부족'(21.3%) 등을 이유로 접근성에 제약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정책금융의 활용도는 업종과 매출 규모별로도 편차가 컸다. 제조업 중견기업의 정책금융 활용률은 16.8%였지만, 비제조업은 7.7%에 그쳤고, 매출 5,000억 원 이상 기업이 24.0%인 반면, 3,000억 원 미만 기업은 8.9%에 머물렀다.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은 전체 중견기업 중 9.8%에 불과했으며, 이 중 63.0%가 회사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중은행을 활용한 기업들의 경우 ‘높은 금리’(49.9%), ‘복잡한 심사’(8.8%), ‘과도한 담보·보증 요구’(8.0%) 등이 주요 애로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는 2025년 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총 748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헬로티 김진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