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EMS연구실 최종원 박사 연구진, 이하 연구원)이 물방울을 이용한 공기청정기술을 개발했다. 초미세먼지 포집은 물론 세균, 바이러스까지 제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사기 바늘에 물을 천천히 흐르게 하면 물방울은 표면장력에 의해 방울방울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물이 흐르는 바늘에 고전압을 인가해주면 물 분자 사이의 전기적 척력에 의해 바늘 끝에서 높은 하전을 띈 수백만 개 이상의 작은 물 액적들이 서로 밀어내며 분사된다. 이를 정전분무라 하며,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데 있어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 장한평역 플랫폼에서 실증 운전 전경 <출처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먼저, 물방울 표면에 높은 밀도로 전자가 하전되어 있는 물 액적들은 주변을 지나가는 미세먼지들을 정전기적 인력으로 끌어와 미세먼지들끼리 응집시키며 제거할 수 있다. 기존의 물을 이용한 공기청정 기술은 미세먼지와 물이 직접 충돌해야만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었던 반면, 정전분무를 이용한 공기청정 기술은 직접 충돌과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간접충돌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산업용 사이클론 집진기 내부에 정전분무 모듈을 삽입한 정전분무 사이클론으로 보령화력발전소 굴뚝 설비에 적용해 높은 집진 효율을 확인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물은 5~20㎛ 사이의 작은 크기가 되면 액적 표면이 자발적으로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OH╴)으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작은 물 액적들이 바늘과 전극 사이에 형성되는 수 kV/cm의 높은 전기장 환경에 놓이면, 표면의 수산화 이온이 수산화 라디컬(OH)로 변함과 동시에 2개의 수산화 라디컬이 결합해 소독약 성분인 과산화수소(H2O2)로 변한다.
또한, 노즐 주위를 지나는 공기 중에 있는 일부 산소 분자는 전기장을 지나면서 코로나 방전*에 의해 오존으로 산화됨과 동시에 물 액적 속에 용해되어 강력한 산화력·살균력을 지닌 오존수가 된다.
이렇게 생성된 과산화수소수와 오존수는 실내 공기 내 떠다니는 세균,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악취도 제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톨루엔, 아세트알데히드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들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만의 본질을 이용한 정전분무 기술로 초미세먼지의 집진, 부유세균의 살균,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산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개발해 지하철 플랫폼에서 동시 저감 기술의 검증까지 마쳤다.
지하철 플랫폼 내에서 3-in-1 정전분무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알아본 결과, PM2.5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는 최대 98%까지 제거할 수 있었으며, 30 CMM(m3/min) 규모 처리 능력이 있는 정전분무 공기청정기 2대를 연속 가동했을 때 역사의 플랫폼 공간 중 약 80평에 해당하는 면적의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 또한, 정전분무 시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수 및 오존수에 의해 총 부유세균은 99.9% 이상,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96% 이상 저감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필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기존 여과식 공기청정기가 지니고 있는 높은 차압에 따른 팬 소모동력 증가 및 주기적인 필터의 교체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단순히 물의 보충 및 저가의 물필터의 교체가 유지보수의 전부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매우 높고 활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전분무를 이용한 초미세먼지/세균/TVOCs 동시 저감 매커니즘 <출처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